
필자가 이 블로그에서 여러 차례 광고한 바
60세 이후의 작업으로 우리나라 조선시대 (대개는 구한말)
검안자료에 대한 의학적 분석이 있었다.
그런데 이 자료는 작성자가 당시 군수들이다 보니,
(조선시대에는 사망자 검안을 해당 지역 군수들 책임하에 했다)
이 사람들이 남긴 보고서를 내가 읽고 있는 모양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구한말 관료하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
딱 고부군수 조병갑이라
아는 것도 없는 놈이 군수하며 한 탕 해 먹으려고 가렴주구에 혈안이 된
부패한 조선 말 관료를 연상하는데,
막상 이 보고서를 보다 보니 왠걸
구한말 우리나라 군수들은 의외로 매우 유능하고 부지런했다.
보고서를 보면, 살인사건에 대한 제대로 됨 보고서를 남기기 위해
대충 적지 않는 것을 익히 볼 수 있었던 바
이 사람들은 내가 생각한 것과 달랐다.
말하자면 구한말 우리나라 지방공무원들은
그 당시의 김부장이었던 셈이다.
드라마에 나온 김부장-.
회사 다닐 때는 찌질하게 나왔겠지만,
그도 아마 대기업 중견 간부이니 엄청 유능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지금 우리나라가 이렇게
세계적인 기업도 거느리고
남들 부러워하는 물품도 만들어 내고
케이팝도 나오고 하는 거 아니겠나.
구한말 군수들이 그랬더라 이 말이다.
이 작업을 하면서
필자가 보는 구한말 이미지는 그렇게 많이 바뀌었다.
여기서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뭐냐 하면,
그렇게 일하던 구한말 대한제국 관료들의
절반이 통감부, 총독부 체제에서 관리로 남았다는 말이다.
물론 나라가 망하면서 공무원 상급자들은 모두 일본인으로 채워지는 통에
한국인 중 고급공무원의 자리를 지키는 이는 많지 않았고,
이들 중 대부분이 사실상 강등당하여 하급 공무원이 되었는데,
아무튼 이들은 독립운동도 하지 않았고,
나라가 망했는데 사표도 안내고 그대로 통감부 총독부 말단 공무원이 되었으니,
본인들도 원통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엄한 독립운동사의 시각으로 보자면,
이건 딱 봐도 친일파 내지는
친일부역배 아니겠나?
이런 사람들 일체를 사정 안 봐주고 몽땅
상종 못할 친일파로 딱지를 붙여 놓으니
친일부역배로 바글바글한 남한이
왜 독립운동가가 바글바글했다는 북한을
결국 체제경쟁하에서 완벽히 승리를 거두었는지
그걸 이해 못하게 되는 것이다.
역사를 대충 읽고
남들 이야기하는 대로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믿으며
멀리서 제대로 된 현미경도 없이, 망원경도 없이
흐릿하게 보이는 영상만으로 역사를 규정하고 보면,
이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여기다 현미경을 들여대고,
한국과 일본에 남아 있는 사료를 꼼꼼히 들여다 보면
그 친일부역배들 상당수가 그 당시 김부장이었다는 점을 알게 된다는 말이다.
김부장과 독립운동가?
필자가 보기엔 한 끗 차이다.
당시 구한말 관리 중 사표를 못던지고
하급 관리로 임용되는 굴욕을 감당한 이들에게
그냥 친일파라는 딱지를 붙여버리는 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지만,
사실 그렇게 본다면 우리의 김부장,
김낙수도 그냥 아랫사람 괴롭히고 윗사람한테 아부하다가 짤렸을 뿐이니
더 할 이야기가 뭐가 있겠는가?
물론 역사학이라는 것이 그런 개개인의 사정 다 봐주면서 이야기 할 수는 없는 것이긴 한데,
문제는 우리의 구한말 역사가
제대로 한 번 현미경은 고사하고 확대경이라도 들고
그 시대의 이야기를 들여다 봤는지
한 번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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