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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300년전 담당 공무원이 증언하는 어살 고기잡이의 고통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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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술년 (1706, 숙종 32년 2월 26일) ○ 수부壽夫 외숙부께서 오셨다. 지금 기로소耆老所 어살의 감관監官으로 계신데, 어살이 있는 곳은 인천이다. 어부들의 고기 잡느라 고생하는 실상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바닷가의 조수가 물러나면 바닷물과 물가 언덕의 거리가 수십 리나 되는데 어살은 그 중간에 설치되어 있다. 조수가 밀려와 물과 언덕이 모두 평탄해지면 어살은 까마득히 멀고 드넓은 곳에 잠겨있어 식별할 수 없다. 조수가 물러날 때는 너무나 빨라 순식간에 바로 다 없어지기 때문에 물고기들이 파도를 따라 오르내리다가 모두 어살 안에 걸려든다.

그러면 곧 감관이 격군을 인솔하여 어살로 들어가 거두이 나오니, 세속에서는 이를 '관수觀水'라고 한다. 하루 중에 두 번 조수가 일어나는데, 조수가 밤이나 새벽에 일어날 때면 어둠을 타고 어살에 들어가야 하니 더욱 어렵고 고생스러움이 심하다. 게다가 바닷가에 개펄이 넓게 펼쳐져 있어 밤에는 길을 헤매기도 하고 혹은 해무가 땅을 뒤덮고 있어 향할 곳을 알 수 없게 되니, 이때문에 죽는 자가 많다.

또 말씀하시길, 물에는 또한 물고기귀신이 있는데, 바로 얼굴 앞에서 파도를 치고 물결 위로 뛰어올라 물고기가 노니는 모습을 만드니, 사람들이 간혹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물고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쫓아가 잡아 움켜쥐면,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물속으로 들어가고 거의 잡은 것 같다가 홀연 빠져나간다. 만약 물고기귀신이 유인하면 사람이 갑자기 정신이 혼미하여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도 깨닫지 못한다. 그러다가 조수를 만나 휩쓸려가 죽게 된다고 하셨다. [수부는 공의 서외숙庶外叔인 김돈金䃦의 자字이다.]


구순옥 장재식 조천래 옮김, 엄경수嚴慶遂 저, 국역 부재일기孚齋日記1, 서울역사편찬원,  2020. 7, 69~70쪽

 

남해 지족해협 죽방렴

 

 

예서 하나 궁금한 점. 기로소라면 70세 이상 주로 당상관 퇴직자들 친목 모임인데 그런 친목 단체에 웬 어살?

하겠지만 이런 친목단체 치고 제돈 내고 굴리는 놈 그때나 지금이나 없다.

엄연히 법정기구라 나라에서도 일부 영리사업을 하게 해서 재원을 조달케 했으니 어살도 그렇게 묵고 살라 준 것이며 저런 증언을 한 감관監官은 그 담당 우무머리 공무원이다.

뭐 이런 일을 지금 와서 창일이 같은 친구가 상찬하니 세상 오래살고 볼 일이다.

 

 

어살은 앞 김홍도 그림이 증언하듯이 간단히 말해 바다에다가 울타리를 쳐서 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저 그림에서는 말목 같은 걸 쳐서 울타리를 만든 모습을 볼 수 있거니와, 밀물 때 물을 따라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 때 오도가도 못하고 갇히는 것이다. 어전漁箭이라는 한자어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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