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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5년 단위로 전환했어야 하는 길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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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보니, 말짱 다 끝나고 보니 그렇더라. 대략 저 단위로 방향을 바꾸었어야 했다. 같은 문화재 분야라 해도 그 안에서 방향을 틀었어야 했다. 예컨대 무형 유형을 나눈다면 5년은 유형에 투자하고, 이후 5년은 무형에 전력투구해야 했다. 이것저것 허겁지겁 먹다보니 예까지 왔으되, 돌아보니 어느 하나 제대로 이룩한 것 없고 잡탕 섞어찌개를 끓인 꼴이라, 그것이 맛이 있다면야 그런대로 소임을 했다 하겠지만, 개중 어떤 것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 


 

 

그렇다고 진득이 하나를 제대로 판 것도 아니요, 양계초가 그리 고백했듯이 나 역시 금방 신물이 나서 다른 데로 옮겨가곤 하는 삶을 살았으니, 죽도밥도 아닌 꼴이 되고 말았다. 정년까지 대략 6년이 남았으니, 요새 와서 부쩍부쩍 그 남은 6년을 무엇을 하며 보낼까를 고민하거니와, 지금 맡은 일이야 그런 대로 보람이 있어 한류를 사업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시도를 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거니와, 이거야 어차피 길어봐야 2년 안짝이고, 나는 공장에서는 새로 시도하는 이 일에 대한 다짐만 해준다면 그걸로 내 소임은 다 한 것으로 본다. 

 

이쪽에 와서도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계속 문화재업계 주변만 맴돌 뿐이라, 이거라도 제대로 해 놨으면 싶은 생각은 간절하다. 그에 더불어 6년을 기약하는 그 마지막 방향으로 요새 들어 부쩍부쩍 생각하는 바가 있으니, 거대한 비밀이 될 것도 없지만, 하도 중도에 그만두고 만 일이 많아 뭐라 말을 못하겠지만, 문화재 분야 중에서도 이런 일을 해 보고 싶은 것이 있기는 하다. 이제 그짝으로 정열이 남아 있다면 그쪽으로 마지막 촛농 태우고는 유유히 사라지리라. 


 

 

대신 어느 것이나 그에는 끊임없는 준비와 공부가 필요한 법, 나이에 따른 체력 저하로 그것이 따라줄까 못내 두런두런하기는 하다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한 건 없으나 그래도 못할 바는 없었으니, 그런 깡으로, 재미로 한번 나아가 보려 한다. 

 

이리 써 놓고 보니 뭐 아주 거창한 결심 같지만, 그렇게 처절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 가벼운 자세로 나 이렇게도 한 번 해 볼끼라고 말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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