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Y며 BLINK니 하는 특정 가수를 겨냥해 그 문화를 소비하고자 하는 팬클럽 이름이 저와 같은 고유명사로 정착하고 저에서 더 나아가 그 회원이라면 모종의 동질의식까지 표출하는 문화가 적어도 팝계에선 언제 등장했는지 모르겠다.
다만 내가 본격으로 저 대중가요 세례를 흠뻑 받기 시작한 초중등 시절을 기억하면 그냥 오빠부대로 퉁치는 정도였으니 조용필이 그랬고 이용이 그랬으며 전영록도 그러했다. 이보다 조금 쳐져 나타난 배철수 구창모 중심 송골매며 홍서범이 이끈 옥슨80인가 뭔가 하는 클럽은 저에다가 대학문화를 접목했으니
동시대 구미업계를 봐도 그 시대 절대지존 마이클 잭슨도 특정한 이름의 팬클럽이 있었던 듯 하지는 않거니와 그 아성에 도전한 두란두란이며 컬처클럽이며 왬, 그리고 요새 각중에 각광받은 퀸 역시 당시엔 마찬가지였다고 기억한다.
요샌 쥐뿔도 없는 것들도 팬클럽 이름부터 짓는 일도 없지는 않은 듯 하니, 나도 하나 맹근다면 회원은 몇명이나 되며 이름을 뭐라 할까 상상해 보니 괜한 웃음만 나온다.
암튼 저 유명한 BTS 방탄소년단이 그제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라는 겁나 유명한 팝계 시상식에서 그 대상에 해당하는 Artist of the Year를 먹었다 해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으니, 이를 발판삼아 그보다 격이 좀 더 높다는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어떤 성과가 날지 몹시도 궁금한 터. 이런 시상식은 메인 이벤트에 앞서 각 부문별 후보자를 선정 발표하게 된다.
엄마 나 상 먹었어! 외치려거든 곧 죽어도 이 후보에 들어야 한다. 이런 후보를 노미니 nominee 라 하며 그에 지명되는 일을 to be nominated라 한다.
한국시간 오늘 새벽, 이 그래미상을 주관하는 the Recording Academy 라는 데서 내년 1월 선정 시상할 83개 부문별 후보를 공개했는데 BTS는 꼴랑 하나, 것도 권위가 썩 없다 하진 않겠지만 the best pop duo or group 부문에 딜링 후보자로 올려놓는 데 그쳤다.
세상을 들었다놨다 한다는 BTS건만 가오 상할 일이다. 저거라도 하나 던져놔야 뒷말이 그나마 덜 나온다 해서 우는 아이 젖주는 심정으로, 혹은 못 먹는 감 던진 게 아닌가 해서 못내 기분 더럽다. 저리 취급하면서도 저들은 또 BTS를 불러다가 공연은 하게 할 것이다.
나같음 더러봐서라도 저 후보지명조차 거부할 테지만 방시혁이라는 그릇, BTS 본인들도 결코 거부할 배짱은 없다고 본다. 작년인가 저 꼴이 더럽다 해서 아예 저 자체를 보이콧한 더 위켄드 같은 배짱 용기가 방시혁과 BTS는 나는 없다고 본다.
그러기엔 저들한테 그래미는 너무나 달콤해서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니깐 말이다. 더구나 팝 본고장 미국이라는데 설혹 후보작 단 한 군데도 주지 않고서 공연만 해달래도 버선발로 달려갈 친구들이다.
저들이 진짜 팝계 혁명아라면 나는 작년 더 위켄드가 그랬듯이 방시혁과 BTS는 대회 자체를 보이콧하며 이를 통해 가요계를 혁파해야 한다고 본다.
이건 얼마전 내가 어떤 자리서 하이브 관계자한테 한 말이기도 하지만,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방탄 할애비가 나와도 그래미상 특히 그 메인 디쉬로 꼽히는 4대상은 못 먹는다.
흔히 말하기를 그래미의 서구백인우월주의 혹은 우선주의라는 강고한 전통을 말하기도 하지만, 같은 성향을 짙게 보인 미국 영화계는 마침내 그 강고한 제국이 붕괴했으니 그 총성을 당긴 이가 봉준호였다.
유감스럽게도 방시혁은 봉준호가 아니다. 봉준호가 아카데미 오스카상을 뜷은 것은 팔할이 세치 혀다. 그는 너무나도 능글능글맞고 너무나도 교활했다. 그 강고한 오스카의 전통을 봉준호는 local, very local이라는 촌철살인 하나로 붕괴했다.
이 말에 오스카에 앞서 골든글로브가 붕괴했고 그 붕괴에 위기를 직감한 오스카는 봉준호에게 상다발을 안겼으니 이를 발판삼아 올해도 중국, 것도 여성감독이 최고영예를 안았다.
방시혁이나 BTS는 이런 세치 혀가 있어야 했지만 너무나 이들은 EBS라 시종일관 교양과 훈육에 주력한다. 유엔 무대서 평화를 외치는 일이 중요하겠지만 그에 더불어 불평등 차별 철폐를 향한 local, very local이라는 레토릭이 필요했지만 그들은 시종일관 젠틀맨 흉내를 너무 냈다.
덧붙여 BTS 최고 흥행 요건으로 ARMY라는 사상 유례없는 강고한 팬덤을 지목하지만, 이 너무나도 강고한 팬덤이 그들의 전진을 방해하기 시작했다는 말도 하고 싶다.
이 강고한 팬덤문화는 그네끼리 규율을 만들어 회원과 비회원을 차별하니, 더 놀랍게도 이런 차별이 같은 팬덤 내부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나는 노골로 목도 중이다.
이 규율은 누가 만드는가? 자율 자발을 가장하고 실제 그런 측면도 없진 않겠지만, 그 생성 과정이 무엇이건 그런 규율에 위배하는 행위 일체를 저들은 스토킹 STALKING 이라 서슴없이 규정하는 한편 그런 행위자들을 FAN이 아니라 STALKER로 규정하고는 배척한다.
그런 규율에 빅히트가 개입한다는 점도 놀라운데 그네들의 당부가 요새 들어 부쩍 아미 내부에서는 회원이라면 지켜야 하는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다.
이 강고한 팬클럽 기반 방탄 신화는 외부에서는 곱지 않게 보기도 하니, 그네들의 가요차트 석권조차 아미회원들의 농간이라는 인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가뜩이나 병역이라는 난관에 몰린 BTS한테 아미는 축복이면서 이제는 장애인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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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스타도 줄줄이 좌절시킨 그래미…BTS도 본상 후보 못뚫었다 / 2021-11-24 03:20:49
보수적 성향·非백인 아티스트에 유난히 각박…BTS 자신도 투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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