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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BTS 보겠다고 쫄래쫄래 갔다가 개고생한 어느 기자 이야기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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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해마다 이맘쯤 가을에 주최하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 현장을 언론에서 다룬 적은 거의 없다. 이 시상식을 하기 전에 정부에서는 그 분야별 명단을 사전에 발표하기 마련인데, 이를 취급하는 언론 보도 행태는 거의 예외 없이, 부문별 수상자를 단신 형태로 간단히 전할 뿐이다. 하지만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은 특별해, 무엇보다 취재진이 빠글빠글 몰렸으니, 바로 그 수상자로 방탄소년단이 포함된 까닭이다. 북미와 유럽투어를 마치고 이날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파리에서 귀국한 이들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한테서 화관문화훈장을 받았으니, 역시 월드스타가 뜬다 하니, 그의 열성팬이 행사장으로 몰려든 것은 물론이려니와, 예년 같음 기자라고는 파리 새끼 한 마리도 얼씬하지 않았을 이곳에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룬 것이다. 


방탄소년단 BTS



문화훈장을 받는 대중스타가 한둘이 아니지만, 이 경우 현장 취재를 한다면 당연히 가요 담당이 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 가요 담당 둘이 모두 일이 있었고, 개중 한 명은 그 역시 무시하기 힘든 다른 일정이 있었으니, BTS 선구자라 할 만한 보아가 복귀식을 치른 것이다. 기자사회도 일반사회와 마찬가지라, 자기 분야 아닌 일 떠맡기 싫어한다. 


뭐 이런저런 사정 겹친 데다, 이 행사 주관처는 문체부니, 그 다음으로 커버할 기자는 당연히 문체부 출입기자여야 한다. 우리 공장 문체부 담당은 이웅 차장. 낼모레면 나이 오십인 이 친구가 어쩐 일로, 후배 가요 담당 기자들이 모조리 BTS 현장 커버가 힘들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제가 가겠습니다" 하고는 큰소리 뻥뻥 치는 거 아닌가? 그 모습 보면서 내가 피식 웃으면서 "그래? 니도 방탄이 보겠다 이거지?" 하고 말았더랬다. 


오늘 현장으로 떠나는 그를 보니 글쎄, 내 착각인지 모르나, 연신 싱글벙글 웃는 표정이었으니, 방탄이는 중늙은이도 춤추게 하나 보다 했더랬다. 떠나는 그를 보며 "기왕이면 기념사진도 좀 찍어오고, 동영상도 촬영해 봐라" 하면서, 내 아들놈 이름을 갈쳐주면서 "혹 기회 닿으면 아들놈 앞으로 사인 좀 받아와라" 했다. 물론 꿈 같은 일인 줄은 알았다만....


방탄소년단 BTS



암튼 이렇게 해서 나간 우리의 이웅 차장...가자마자 열라 기사 올린다.  일본에서 온 40대 아미(ARMY) 붙잡고 "니 우째 왔노? 한국어는 우째 배왔노?" 마구잡이 질문 던지고, 또 다른 외국인 붙잡고 열심히 취재를 했는지, 그것들을 묶어서 다음 기사를 보내오더니, 


"방탄소년단 노랫말 알고싶어 한국어 공부 시작했죠"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장 방탄소년단 팬들 문전성시 


곧이어 본 기사를 '문화훈장' 방탄소년단 "국가대표 마음으로 한국문화 알리겠다' 라는 제목으로 열나 길게 올렸더랬다. 뭐 기사 투를 보면, 기자가 어떤 마음 어떤 정신상태로 썼는지가 대략 드러나는데, 무척이나 신나서 혹은 흥분한 듯한 어조가 완연했다. 


이래저래 골려먹자는 맘으로 전화를 했다. 


"어때? 방탄이 첨 본 기분이? 신나냐?"

"아, 부장 무슨 말씀하세요. 정신없어요" 

"사인 받았냐?"

"무슨 말씀하세요. 근처에도 못가요"

"근데 왜 갔냐?" 


아무튼 방탄이가 예년 같으면 별 볼 일도 없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을 이리도 크게 만들었으니, 걸물은 걸물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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