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레 강Saale River 위 고요한 한 언덕에서 농업이 유럽 풍경을 바꾸기 훨씬 이전, 한 여인이 아기를 품에 안고 묻혔다.
붉은 황토red ochre로 덮인 그녀의 무덤은 수천 년 동안 훼손되지 않고, 9천 년 전에 사라진 세계의 의례 관습을 조용히 간직한 기록 보관소로 남아 있었다.
오늘날 그녀는 바트 뒤렌베르크의 샤먼Bad Dürrenberg Shaman으로 알려졌으며, 그녀 무덤에서 새롭게 발견된 현미경적 증거들은 초기 유럽의 의례 생활을 이해하는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 샤먼 이야기는 1934년 인부들이 우연히 그녀 무덤을 발견한 이후로 수없이 되풀이하며 전해졌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항상 불완전했고, 단 한나절 만에 서둘러 진행된 발굴 작업 영향을 받았다.

그러다 2019년 재개발 공사 중에 고고학자들이 다시 그 유적을 찾았을 때, 원래 무덤 일부가 전혀 손대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블록 형태로 채취되어 연구실로 옮긴 이 손대지 않은 퇴적물에서 그녀의 의례적 정체성에 대한 가장 내밀한 단서들이 드러났다.
연구자들이 확대경으로 관찰한 결과, 9천 년이라는 세월을 견뎌냈다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 발견되었다.
바로 깃털의 미세한 흔적이었다.

현대 과학으로 다시 열린 무덤
1934년 발견은 극적이었지만, 당시에는 여러 제약이 있었다.
새로 건설된 온천 공원이 개장을 앞두고 있었기에, 고고학자들은 무덤을 정리할 시간이 단 몇 시간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뿔 조각, 동물 이빨 펜던트, 30~40세 여성과 생후 6개월 된 아기 유골 등 구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구했지만, 주변 토양 대부분은 조사되지 않았다.
할레 국립 선사 박물관State Museum of Prehistory in Halle 전문가들이 85년 만에 유적을 다시 발굴했을 때, 그들은 여전히 황토로 검게 물든 무덤 구덩이 일부를 발견했다.
이 부분들을 조심스럽게 추출해 20세기 초에는 사용할 수 없던 일련의 실험실 기법을 적용했다.
미세 현미경 연구는 고대 깃털 유물 감별 전문가인 헬싱키 대학교 투이야 키르키넨Tuija Kirkinen 교수가 주도했다.

고배율 현미경을 사용하여 그녀는 1밀리미터도 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갈고리 모양 구조물들을 분리해냈는데, 이는 틀림없이 거위 깃털이었다.
이 깃털들이 고인의 두개골 주변에 밀집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샤먼은 깃털, 사슴뿔 장식, 그리고 동물의 이빨 줄을 포함한 정교한 머리 장식을 착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십 년 동안, 매장지 복원도에서는 이러한 머리 장식이 민족지학적 유사점에 근거한 가설로 제시되었다.
이제 처음으로 과학적 증거가 이를 확증했다.

변화하는 세상의 영적 전문가
마지막 빙하기 이후부터 신석기 시대 이전까지 이어진 중석기 시대는 심오한 생태적 변화의 시기였다.
숲이 유럽 전역으로 펼쳐지고, 강줄기가 안정되었으며, 인류는 더욱 예측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험난한 환경에 적응해 나갔다.
바트 뒤렌베르크 샤먼과 같은 의례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중재, 병자 치료, 그리고 영계와의 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녀의 부장품은 이러한 그녀의 지위를 반영한다.

머리 주위에 정성스럽게 배치된 위엄 있는 사슴뿔 구조물, 상징적인 권위를 나타내는 동물 이빨 펜던트, 그리고 의도적인 의례적 구성을 이루는 붉은 황토층 등이 그것이다.
이에 더해 미세한 깃털 흔적까지 발견되었는데, 이는 그녀의 정체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그녀가 공동체 내에서 영적인 전문가였음을 시사하는 예상치 못한 중요한 단서다.
그녀의 품에 안긴 아기의 존재는 감정적인 깊이를 더하는 동시에 문화적 복잡성을 야기한다.
그 아이가 그녀의 친자식인지 아니면 상징적인 매장 동반자였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6세기 후에 남겨진 제물들
하지만 어쩌면 가장 놀라운 발견은 무덤 자체가 아니라 무덤 바로 앞에서 발견된 구덩이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구덩이는 샤먼이 죽은 지 약 600년 후에 만든 것으로, 중석기 시대 공동체에서 기억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구덩이 안에서는 붉은 사슴 뿔로 만든 두 개 의례용 가면이 발견되었다.
과학적 분석 결과, 이 가면들에도 깃털 흔적이 남아 있었는데, 이번에는 뇌조capercaillie와 검은뇌조black grouse를 포함한 명금류songbirds 와 뇌조류grouse-like species 깃털이었다.
한 가면에서는 삼베 섬유bast fibers 조각도 발견되어, 이 가면이 한때 정교하게 짠 깃털 장식 의례복 일부였음을 암시한다.
선사 시대 유럽에서 이처럼 오랜 기간에 걸친 숭배는 드문 일이다.
후대에 바친 이 제물은 샤먼 영향력이 여러 세대에 걸쳐 지속되었음을 시사하며, 어쩌면 그녀가 이 지역 시조 또는 정신적 수호신이었음을 나타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초기 유럽 의례 생활의 이야기를 다시 쓰다
고고학, 미세분석, 그리고 민족학적 비교 연구 융합으로 바트 뒤렌베르크 매장지는 중부 유럽에서 가장 잘 연구된 중석기 시대 무덤 중 하나가 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무덤이 초기 수렵채집 사회가 정교한 의례복, 즉 깃털 장식 머리띠를 착용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 무덤은 상징성, 의례의 연속성, 그리고 특화한 영적 역할이 풍부한 세계를 보여준다.

향후 전망
2026년 3월 27일, 할레 국립 선사 박물관은 바트 뒤렌베르크 매장지와 중석기 시대 의례 문화의 발달을 조명하는 획기적인 전시회 "샤먼"을 개최한다.
유럽과 근동 전역에서 대여한 주요 유물들을 통해, 이 전시회는 유럽 대륙 종교의 가장 초기 뿌리를 밝혀줄 것이다.
샤먼은 죽은 지 9천 년이 지난 지금도 뼈, 황토, 뿔, 그리고 이제는 희미하게 남아 있는 깃털 조각들을 통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새로운 발견 하나하나가 우리를 초기 유럽의 정신적, 사회적 지형을 형성한 의례 전문가들 세계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게 해 주며, 그들이 남긴 흔적들은 수천 년 동안 발견되기를 기다려 왔다.
Landesamt für Denkmalpflege und Archäologie Sachsen-Anhalt (State Office for Heritage Management and Archaeology of Saxony-Anhalt)
Bad Dürrenberg burial, 9천년전 유럽 대륙을 호령한 여성 샤먼
https://historylibrary.net/entry/%E3%85%87-677
Bad Dürrenberg burial, 9천년전 유럽 대륙을 호령한 여성 샤먼
[위치] Bestattung von Bad Dürrenberg · 06231 Bad Dürrenberg, 독일★★★★★ · 고대 유적지www.google.com 바트 뒤렌베르크 무덤Bad Dürrenberg burial은 독일 작센안할트Saxony-Anhalt 주 현대 도시 바트 뒤렌베르
historylibrary.net
'역사문화 이모저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출판사에 애초 쌩까인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1) | 2025.12.11 |
|---|---|
| 인류 이야기도, 땅 이야기도 없는 한반도 선사시대 (0) | 2025.12.07 |
| 1925년 경성 인구 33만명? 무수한 누락이 있다 (0) | 2025.12.05 |
|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거인의 고리Giants Ring에 있는 고인돌과 그에 묻힌 5천 년 전 여인 (0) | 2025.12.03 |
| 관우는 적토마를 탔을까? (0) | 2025.12.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