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K컬처아카데미 여행자학교 1기에서 사진작가 혹은 여행작가를 집중해서 강사진에 포진했으니, 요새야 저 두 분야를 대부분 겸업한다.
수강자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대목 중 하나가 어떻게 하면 좋은 사진을 찍느냐였으니, 주최 측을 대표해 가끔 내가 잠깐씩 마이크를 잡을 적에 두어 번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좋은 사진은 자기 사진입니다. 따라쟁이는 되지 마세요. 소나무 사진 많이 찍는데, 여러분이 제아무리 소나무 사진 잘 찍어봐야 소용없습니다. 배병우 따라지일 뿐입니다. 마다가스카르 바오밥나무 제아무리 잘 찍어보세요. 아무리 잘 찍어봤자 여러분은 신미식 따라지일 뿐입니다. 자기 사진을 찍으세요."
1기를 마치고 2기를 준비하면서 어떤 주제로 어떤 강사들을 모셔야 하나 머리가 좀 지끈지끈했으니, 마침 이 강좌에서 <사진과 미술>은 따로 떼어내기로 한 마당에 문제는 <여행자학교>랑 <사진과 미술>이 일정 부분 겹칠 수밖에 없는 숙명 혹은 애로가 있었다. 여행을 핵심코드로 하는 <여행자학교>에서도 사진과 미술을 뺄 수 없는 소재이기도 하니깐 말이다.
신미식 작가를 모셔온다 했을 적에 두 강좌 중 어디에 배치할지가 잠시 고민이었지만, <여행자학교>에 세우기로 했다.
문제는 제안을 받아들이느냐는 것. 더구나 이 양반이 아프리카에 미치다시피 하고, 년중 수시로, 그것도 한번 나가면 장기로 거기를 헤집고 오는 타입으로 알려져, 강좌 기간에 혹 아프리카에 나가 있을 우려도 없지는 않았다. 물론 이번에 못 모신다 해도 다음 번이 있으니 언젠가는 모셨을 것이다.
나는 신 작가와 직접 연이 닿지 않는다. 대신 그와 절친한 내 지인이 있어 그 역시 사진작가 길을 걷은 정명식이라는 빡빡이였다.
문화재청 소속 직원이기도 한 그가 한 번은 효창운동장 인근에서 개인전을 연 적이 있는데, 전시장소가 그 운동장 정문 앞 신 작가 카페였다. 지금도 이곳에 그 카페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며 그때 신 작가랑 조우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마당에 무턱대고 얻은 연락처로 무턱대고 이런 강좌를 하니 나서주시라 하기에는 조금 부담이 됐다. 그래서 빡빡이한테 부탁했으니, 이런저런 일로 모셨으면 하니, 자네가 먼저 의사 타진을 해 주게 했으니, 빡빡이가 이르기를 "해주실 겁니다. 좋은 분이에요" 하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강좌는 역시 이빨이 중요하니 "신 작가가 혹 한 이빨 하시는가?" 했더니 "죽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게 해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그를 <여행자학교> 2기 두 번째 강사로 모시게 되었으니, 직접 확인하니 역시나 1월 중순쯤인가 장기간 일정으로 아프리카로 떠난다는 것이었다. 이래저래 아다리가 잘 맞은 셈이다.
아무튼 신 작가는 저와 같은 인연으로 내가 무심코 입에 담았다가 모시게 되었으니, 인연 치고는 참으로 묘하다 하겠다.
서른살에 처음 카메라를 장만하고 마흔두살에 작가로 데뷔한 그의 삶 자체가 경외스럽기만 하다.
아참, 그의 강연은 12월 13일 화요일 저녁 7~9시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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