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재야사학을 '환빠', 곧 환단고기 신봉자 그룹으로 치환하나, 천만에.
기존 강단 정통 역사학에 견주는 재야사학도 그 층위가 무척이나 다양해서 하나로 일률할 수는 없고, 무엇보다 그들 모두가 환단고기 신봉자라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재야사학이라면 덮어놓고 환빠라는 등식은 사실 강단사학이 만든 단순무식하기 짝이 없는 구도에 지나지 않는다.
왜 재야사학=환빠라는 등식이 만들어졌는가?
간단하다, 그래야 이를 통해 강단사학의 도덕적 우위를 담보한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명칭이 무엇이건 작금 재야사학 혹은 환빠 그룹 우두머리 격으로 강단사학이 거론하는 이덕일만 해도 그는 결코 환빠가 아니다.
물론 그의 글에서 일부 환단고기를 논급하는 대목을 보기는 했지만, 필요에 따라 극히 일부 인용할 뿐이며, 그렇다 해서 그걸로 자기 언설을 논증하려는 사람은 아니라는 점에서 그는 환빠가 아니다.
나아가 재야사학 그룹 중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는 한반도에 있지 않았다, 그네들은 중국 대륙에 있었다는 황당한 그룹도 자리한다.
80년대까지 이 그룹이 득세하다가 사그라드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들 역시 '황당한 재야사학' 그룹의 일군을 여전히 형성한다.
한데 놀라운 점은 저 재야사학 그룹과 기존 강단사학 그룹이 한통속이 된 데가 생각보다는 적지 않게 많이 겹치는데 고구려 강성주의가가 그것이다.
기존 강단사학에서는 저들의 주장을 황당무계함으로 치부하나, 천만에.
저 고구려 강성주의, 그리고 그것을 이었다는 발해 역사와 관련해서는 실은 한통속이다.
다시 말해 재야사학과 강단사학은 사뭇 다른 듯하지만, 저 고구려 강성주의 같은 데서는 일란성 쌍둥이를 방불할 만큼 닮아있다. 나는 이를 적대적 야합이라 본다.
결국 갈라지는 데는 환단고기를 어찌 볼 것인가 하는 문제와 더불어, 고조선 강역 중심지가 어디인가 하는 문제, 그리고 삼국시대로 접어들어 가야사를 어찌 볼 것인가 하는 이 세 가지 문제로 낙찰한다고 보거니와
흔히 강단사학이 재야사학을 겨냥해서 매양 전가의 보물처럼 비아냥대는 말, 민족우월주의에 고취되어 있다는 말, 그래서 그에 맞추어 역사를 과장하고 왜곡한다는 말은 실상 뜯어보면 피장파장인 때가 너무나 많다.
그런 점에서 나는 강단사학과 재야사학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라 본다.
내셔널리즘? 지들이 말하는 국사國史 자체가 내셔널리즘 도구이며 그 총아인데 누가 누구더러 내셔널리즘적이라 비판한단 말인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환빠라는 말로 대통령부터가 재야사학을 뭉뚱거리기는 했지만, 재야사학과 생각보다는 스펙트럼이 아주 다양하다는 것이며, 재야사학이라 분류된다 해서 환단고기를 사서로 다 인정하는 것도 아니다.
재야사학을 환빠라는 말로 등치하는 순간, 그것은 외려 반격의 빌미를 제공할 뿐이다.
그렇다면 강단사학이라 해서 그네가 구축한 역사상은 정말로 실제에 부합하는가?
웃기는 소리다. 내 기준으로 그네들 허황함은 환단고기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다.
내가 매양 손에 든 보기, 저 놈들은 신라 지증왕 시대에 지증왕 정도 되는 왕이 동시에 일곱명이나 동시에 존재했으며, 그네 일곱 왕들이 서로 의논해서 국사를 결정했다고 하는 놈들이다.
마한론?
웃기고 자빠졌네. 저 놈들이 구축한 역사상을 보면 지금의 전라도 땅 일대가 온통 온조왕 이후에도 대략 500년, 600년간 마한 왕국이었댄다.
일언이폐지한다.
재야사학이라 해서 단일하지 아니하며, 그에 맞선 바른 역사를 추구하고 구상했다는 강단역사가 구축한 역사상이라 해서 상대적으로 결코 합리적인 것도 아니라는 점,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음 편에서는 저 환단고기가 그린 장대한 선사시대 한민족 제국주의가 강단사학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발현하는지 그 단적인 보기를 통해 살핀다.
윤내현 시대와는 결이 다른 이덕일 시대의 '재야사학'
https://historylibrary.net/entry/hwandangogi
윤내현 시대와는 결이 다른 이덕일 시대의 '재야사학'
이덕일 본인은 자신이 재야사학으로 분류된다는 데 분노할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그는 숭실대 사학과에서 학사 석박사를 한 정통 역사학도 길을 걸었으며, 박사학위 논문은 북한 정권 탄생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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