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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sPINOFF] 예천박물관, 학연지연혈연을 공략한 공립박물관의 작은 희망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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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가 열라리 큰 예천박물관



경북 예천시 공립박물관인 예천박물관과 관련한 근자 소식 중에 이곳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공립박물관 평가인증' 심사에서 최종 인증기관으로 선정됐다는 지난 1월자 뉴스가 있다. 

이를 보면 공립박물관 평가인증제도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박미법)'에 따라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운영과 복합 문화공간으로 수행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부실 운영을 방지하고자 함을 표방하며, 이를 위해 전년도 문체부가 전국 272개 공립박물관을 대상으로 평가인증을 실시해 139개를 인증기관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내가 이 보도를 새삼 인용하는 까닭은 박미법이 박물관 미술관 진흥을 표방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진흥이라기보다는 관리 혹은 옥죄기로 군림하는 원성이 자자하며, 그 원흉이 바로 이 공립박물관 평가인증이 꼽히는 까닭이다.

그 도입 취지야 내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문체부가 문화재관리국과 그 후신 문화재청이 취하는 스탠스, 곧 실상 이를 인허가제로 악용하는 성향이 두드러진다. 문체부는 서비스 진흥 기관이지, 문화재관리국이 아니다.


빗물이 줄줄 새기도 했다



박물관 미술관 정책을 관장한다는 그 이유로 저와 같은 옥죄기에 나선 이유를 묻는 까닭은 해당 법률의 존재 기반을 위배하는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얼마든 반론도 가능하다.

암튼 이 평가인정이라는 요물은 해당 공립박물관을 전시와 교육, 유물의 수집과 연구 등 박물관으로서의 기본 기능의 충실도에 대한 5개 범주를 기준으로 체계적인 운영, 인력 구성의 적정성, 재정 관리, 소장품 수집·관리, 전시·교육 성과, 지역사회 기여도 등 18개 항목을 평가한다. 

보도를 계속 따라가면, 예천박물관의 경우 2019년 평가에서는 탈락하는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가, 이번에 다시 인증기관이 됨으로써 선정으로 올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립박물관 지원 사업에 응모할 수 있게 됐으며 수장고 증축사업 신청을 통해 박물관 육성 기반을 다져나간다는 방침이라는 표현이 보이거니와,

이에 의한다면 저 인증제에서 탈락하면 문체부 주관 공립박물관 지원 응모 자격도 박탈당하고, 수장고 증축 사업 신청 자격도 원초에서 없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안동 국학진흥원과의 쟁투에서 예천박물관이 승리한 대동운부군옥 초간정 목판



따라서 공립박물관은 지금 이중의 중앙정부 족쇄에 시달리는 중이다. 신축 증축 단계에서 타당성 평가가 하나요, 그렇게 힘겹게 개관 증축하고 나서는 평가인증제가 다른 하나라, 이 두 차꼬가 합작해서 가뜩이나 소생도 어렵고 숨 쉬기도 어려운 공립박물관을 더욱 고사 위기로 몰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립박물관은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현지 지역 사정이야 뭐 새삼하게 들출 필요 있겠는가? 그래 맞다. 문체부가 저리 나오도록 한 빌미를 제공한 것은 다름 아닌 공립박물관, 나아가 그 설립 운영주체인 지자체에 상당 부문 있는 것도 부인하지 못한다.

문체부가 하는 말대로 막대한 국민세금 들여 지어놓기만 하고, 개관만 하고는 그 필수인력이라 해서 보고한 인력 다른 데로 쏙 빼가서 쭉정이 만든 것도 맞고, 전문 직제도 안 두고, 해당 지자체장 혹은 그것을 관리하는 문화체육관광과장 등이 관장직도 겸임하는 것도 상당 부문 타당하며, 인력이라 해 봐야 임기제가 대부분인 것도 엄연한 현실이고, 관련 예산도 쥐꼬리인 것도 누가 부인하겠는가?


가문 자랑. 이게 다 돈이다!



이 누구 탓 논쟁은 앞으로 계속 나올 문제이기에 이 자리서는 이 정도로 갈음하고, 이런 난국에서 그렇다면 지역 박물관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그 희미한 빛을 이 예천박물관에서 본다.

분명히 전제하지만 나는 이 빛이 희미하다 했다. 작은 희망이라는 뜻이며, 또 그것이 절대적이지도 않다. 다만 예천박물관이 봉착한 문제는 전국 공립박물관이 봉착한 그것들과 다를 수는 없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지남자 같은 구실은 하리라고 본다. 

예천, 차 몰고 다녀 보면 알지만, 이 경북 북부지방 전형의 농촌 지역사회는 땅 덩어리는 넓은데 사람은 고작 5만명이라, 이것도 주민등록상 등재 인구지 실제 거주인구는 얼마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넓은 산지와 벌판을 돌아다녀도 마을다운 마을 하나 구경하기 어렵다.

한데 그 넓은 땅들이 산판까지 모조리 주인이 있다는 게 신통방통하지 않은가? 난 한국사회를 바라 볼 때마다 이 점이 경이스럽기 짝이 없다. 하다 못해 설악산 천왕봉도 주인이 있다.(신흥사인가 백담사인가 하는 조계종 사찰이다.) 

이 예천은 안동이며 영주며 문경이며, 상주며 하는 인근 동네가 다 그렇듯이 조선시대에 뿌리를 박는 열라 잘난 가문 많다. 이번 태풍인가 집중호우에 날아갈 뻔한 초간정만 해도, 이 정자를 운영한 그 가문 열라 잘난 가문이다. 


대동운부군옥 목판. 판마다 각수 이름이 보인다.


한국사회에서 지연혈연학연을 이야기하거니와, 지역박물관이 살아남을 고리도 결국 학연지연혈연이다. 내가 보건대, 또 그 박물관 종사자도 이야기하지만, 예천박물관이 버티는 힘이 바로 이것이다.

간단하다. 잘난 가문 잘났다고 현창해 주자. 그 잘났다는 가문을 현창해 주었는데, 그 가문 구성원이 그 박물관 없애라는 소리 하겠는가? 

이 박물관은 애초 출발 자체도 가문현창이라는 색채가 아주 강하다. 2010년 5월 11일 '예천충효관'으로 개관한 이곳은 2015년 12월 29일 박물관으로 승격하고 빗물 줄줄 새는 건물을 리모델링하고는 2021년 2월 22일 '예천박물관'이라는 간판을 새로 달았다. 

충효관이건 리모델링이건 뭐건 다 돈이 들어가기 마련이라, 돈을 따오려면 시장을 설득해야 하고, 시의회를 납득해야 하니, 지역 사회에서 우리 가문 현창한다는 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혹 이상한 낌새 있으면, 우리가 현창하는 가문 유력자들 내세워 저 놈이 반대해요 꼰지르면, 그걸로 족하다. 이는 중앙정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 예천을 기반으로 삼는 혈연지연학연 내세워 공략한다. 


예천박물관의 뿌리 충효관



이런 전략이 예천박물관은 어느 정도 성공한 듯하다. 전국 공립박물관이 대체로 예산 조직 다 뚜렷한 하향곡선을 벌이는데 반해, 이곳은 비약적인 성장세를 그리기 때문이다.

물론 그에 따른 시 내부 반발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한다. 왜 박물관만 키우느냐 하는 볼멘 소리가 없지 않을 테고, 이것이 두고두고 골치가 될 수도 있다. 암튼 그럼에도 문중을 앞세운 전략은 현재까지 성공이다. 

다음은 문화재 지정 전략. 나는 이 대목을 전연 인지하지 못했는데, 국보니 보물이니 하는 국가지정 문화재의 경우 그 보존관리 차원에서 무슨 명목으로 예산이 지원되는 모양이라, 그 액수가 쌓이면 무시하지 못하는 모양이라, 예천박물관은 지정 문화재가 졸라 많아 예산 부문도 그렇고 이 부문은 추후 수치를 통해 보강하려 한다. 

위선은 이 정도로만 뜸을 들이기로 한다. 

요컨대 지역박물관이라 해서 희망의 빛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탈로 변신한 키



아! 잊어먹기 전에...앞서 소개한 상주박물관의 경우 윤호필이라는 걸출한 비즈니스맨이 고고학을 특화해, 고고학 발굴단을 꾸려 난국을 돌파하려 한다는 지적을 했거니와,

절대다수 공립박물관의 경우, 유물 확보라는 차원에서 토기쪼가리 수납을 좋아해 고고학 전문박물관을 표방하지만, 상주 같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필패 전략이다. 

내가 항용 이야기하듯이 한국박물관은 고고학을 버리는 데서 자립한다. 

***

아래와 같은 소식도 있다.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30814010001795&fbclid=IwAR3tvae8QKZtDCcXHtr4ZC46zXtAKYc9x0V2w8j6jrZyUh5sVa9P_qPcM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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