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같은 불교문화권이라 해서 일렬로 논할 수도 없고, 나아가 같은 문화권이라 해도 시간을 염두에 두어야 하니, 이 시간차에 따라 다른 옷을 갈아입는 까닭이다.
결국 시공간을 한데 버무려야 하거니와, 그런 점에서 인도 본고장에서는 스투파(이걸 그대로 한자어로 옮긴 것이 솔도파率堵婆다)라 이것처럼 같은 불교문화권임에도 시공간에 따라 다양한 옷을 갈아입는 일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인도 혹은 동남아시아, 혹은 서역이라 일컬을 지점과 중국과 한국 일본을 필두로 하는 동아시아 문화권이 이 탑 혹은 탑파를 두고선 그 근간 혹은 뿌리는 같지만, 극명하게 다른 외피를 걸치게 되는데, 물론 이것도 시간을 고려해야 하거니와 그 도입 초창기만 해도, 지금 내가 말하려는 그런 구분은 없거나 희미했다.
음양설과 오행설, 이 둘을 합쳐 흔히 음양오행설이라 하거니와, 이 발상은 그 연원을 추적컨대 그 원류가 될 만한 조짐이 하상주 시대에 보이기는 하나, 그것이 철학 도덕원리로 엄밀히 정착한 시점은 전국시대 말기를 넘지 않는다.
추연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가 종시오덕설을 주장하면서 음양설과 오행설은 비로소 결합하고, 우리가 아는 그런 엄격한 음양오행설이 성립한다.
암튼 길게 잡아 전국시대 말기, 그러니깐 기원전 300년 무렵에 음양오행설을 생겨났으며, 이렇게 생겨난 음양오행설은 현재까지도 동아시아 문화권을 지배하게 된다.
이 음양오행설은 앞서 거론한 인도와 그 주변(이를 편의상 범 인도문화권이라 하겠다)에는 없다. 지금도 없다.
아 물론 중국 문화 세례를 짙게 받은 베트남 경우는 조금 예외를 두기로 한다.
암튼 이 불교가 동아시아에 상륙하면서 당연히 현지화를 획책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짙은 음양오행설 세례를 받아 그걸로 재포장하게 된다.
이런 증좌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불교건축물이 탑파다.
그래 논의 전개 편의상 중국 일본은 제끼고 한반도만 이야기하기로 한다.
저 탑파가 어떤 방식으로 이땅에서 구현되는가? 좀 더 범위를 좁혀 저것이 어떤 식으로 음양오행설의 외피를 입게 되는가?
형식이다.
아주 극소수 예외가 없지는 않지만(이 예외도 더 살피면 예외없이 이 법칙을 따르는 듯하다), 하나 같이 탑파는 공중에서 내려다 본 모습은 짝수라, 사각 육각 팔각 그리고 원형이다. 간단히 숫자로 표시하면 4, 6, 8, 10이다.
반면 층수는 예외없이 홀수다. 3층에서 시작해 5층도 있고, 7층도 있고, 9층도 있다. 황룡사 목탑은 9층이었다.
칠곡 어디더더라 거기가 7층이고, 원각사는 10층이라 하는데, 또 그것이 라마불교에서 기인해서 그리되었다 하는데, 이건 10층인지 아닌지도 논란이다. 암튼 예외로 친다.
이상하지 아니한가?
탑은 왜 반드시 평면은 짝수 혹은 원인데 견주어 층수는 반드시 홀수란 말인가?
음양오행설, 특히 음양설 때문에 그렇다.
흔히 동아시아 천문지리관을 일컬어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 하거니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난 상태를 재현한 데 중 하나가 탑파다.
동아시아, 한국 석탑은 철저히 음양설에 기반한다. 음과 양은 어느 것 하나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
내가 태어나는데 엄마만 있어야 하겠는가? 당연히 아버지가 필요하다.
물론 기독신앙에서는 이것도 제끼고 이상한 논리를 만들어내더라면 그 경우에도 생물학적 아버지를 팽개쳐 버리고 그 자리에다가 남자인 天을 갖다 놓으니, 그렇게 해서 태어난 자식 혹은 아들은 천지자天之子, 곧 천자天子가 된다. 예수? 별거 없다. 천자다.
석탑은 음양설을 철저히 근간으로 삼고, 그것을 설계도 삼아 건립된 건축물이다.
음양설이 무엇인가? 수컷과 암컷이 쿵쿵딱해야 우무삼라만상이 비롯한다는 그 단순무식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그런 음양설 혹은 음양관이 한국불교 탑파에서는 평면은 짝수(곧 암컷), 층수는 홀수(곧 수컷)으로 상징화 단순화했을 뿐이다.
그러면 무엇을 암컷이라 하고 무엇을 수컷이라 하는가?
성기다. 물론 이 성기라는 말을 아주 기분나쁘게 듣는 사람이 많은데, 성징이라 하자.
음양설은 더 간단히 도해하면 자궁(암컷)과 남근(수컷)이다.
왜 우뚝 선 탑이 남근 모양인가?
이런 이야기를 하니 불교 신성화를 주장하는 일군이 말도 안된다 강짜를 부리는데, 왜 탑파가 음양설, 곧 자궁과 남근 조합이면 비천한 것이 되고, 그것이 아닌 무엇이어야 신성하게 된단 말인가?
봐라!
저 우뚝 선 모습은 남근 딱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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