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판본3 권卷과 책冊과 편篇, 어찌 이해할 것인가? 권卷과 책冊은 흔히 book와 volume으로 옮긴다. 요즘 기준으로 하면 권은 챕터, 책은 낱권을 말한다. 이 기준에 의하면 현행 삼국유사 조선 중종 7년 1512년 임신정덕본은 전체 5권이니 5 books라 표현한다. 한데 문제는 이 판본이 실전로는 2책이라는 사실이다. 낱권으로는 두 권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를 말할 때는 2 volumes라 옮겨야 한다. 한데 삼국유사 편목을 보면 하나의 책에 여러 권이 들어가 있고 다시 그 권 아래에는 하위 범주가 있으니 이를 편篇이라 한다. 삼국유사엔 모두 9개 편이 있다. 그러면 편을 어케 옮길 것인가? 내가 아무리 봐도 chapter 외엔 대안이 없다. 문제는 이에서 발생한다. 삼국유사 편목을 5 volumes 9 books라 옮기는 것은 오류다. 정덕본.. 2023. 8. 1. 판본 숫자가 인기를 반영하지는 않는다, 소학小學의 경우 "아마도 조선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을 꼽으라면 소학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이름의 소학서가 활자와 목판으로 간행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를 필사하여 읽었다." 근자에 '조선의 소학-주석과 번역'(소명출판)이라는 노작을 낸 정호훈이 서문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이 말 조심해야 한다. 판본이 많고, 주석이 많고, 필사가 많다 해서 그 책이 정말로 많이 읽혔거나 '인기'가 있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인기와 판본은 별개다. 내 아무리 봐도 정호훈은 인기와 판본을 혼동한 듯하다. 이는 조선시대 사상사를 전공하는 사람들한테 나타나는 현상의 전형이다. 소학 따위가 재미없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인기 있는 책은 따로 있었다. 판본도 없고, 필사도 없고, 한글번역본도 없는 것이 그런 경우도 있었다.. 2023. 7. 19. 소리중심주의의 소산 가차(假借) or 통가(通假) 우리 학계, 특히나 고물(古物) 딱지를 신주보물단지처럼 여기는 우리네 역사 관련 학계에서 고질과도 같은 믿음이 있으니, 오래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그것이다. 그 고물이 텍스트로 옮겨가면, 덮어놓고 오래된 것일수록 그에 대한 상대적인 믿음이 더 강한 노골과도 같은 신념이 있다. 오래된 것일수록, 그것이 소위 당대(當代)의 증언이라 해서, 그것이 후대에 판본, 혹은 그 사건을 다룬 후대 문헌들에 견주어 당시의 실상을 훨씬 더 잘 전한다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소위 당대 혹은 당대에 가까운 텍스트일수록 의심을 살 만한 구석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언제나 그 보기로 들 듯이, 나는 광개토왕비문이 진실을 말한다고 믿지 아니한다. 그것이 광개토왕 혹은 장수왕 시대 증언이라 해서, 그것이 저 시.. 2018. 9. 16.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