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배, 어디서 오셨소?
한시, 계절의 노래(21) 고향으로 돌아와 우연히 쓰다[回鄕偶書] 첫째 수 [당(唐] 하지장(賀知章, 659~744) / 김영문 選譯評 젊어서 집 떠나늙어서 돌아오니 고향 말씨 그대론데귀밑머리 희어졌네 아이들을 만나도알아보지 못하고 어디서 오셨어요웃으며 물어보네 少小離家老大回, 鄕音無改鬢毛衰. 兒童相見不相識, 笑問客從何處來. (2018.05.04.) 이 시를 지은 하지장은 지금의 중국 저장성(浙江省) 사오싱(紹興) 사람이다. 사오싱은 춘추시대 월(越)나라 회계(會稽)인데 하(夏)나라 우왕(禹王)의 왕릉과 월왕 구천(勾踐)의 유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또 범려(范蠡), 문종(文種), 왕충(王充), 왕희지(王羲之), 지영(智永), 우세남(虞世南), 육유(陸游), 서위(徐渭), 왕양명(王陽明), 유종주(劉宗周..
2018. 5. 4.
내년 봄 돌아오는 사람이 되시게
한시, 계절의 노래(15) 삼월 그믐날 그대를 보내며(春晦送客) [당(唐)] 최로(崔櫓) / 김영문 選譯評 들판에서 어지러이 술잔 권하며 그대를 보내며 봄도 보낸다 내년에 봄빛이 되돌아올 때 돌아오지 않는 사람 되지 말기를 野酌亂無巡, 送君兼送春. 明年春色至, 莫作未歸人. (2018.04.28) 음력으로는 정월이 맹춘(孟春), 2월이 중춘(仲春), 3월이 만춘(晩春)이다. 양력은 대체로 음력보다 한 달 정도 앞서므로 양력 4월 말인 지금 즈음이 늦은 봄을 배웅하는 시기다.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사라지는 봄을 왜 굳이 배웅할까? 그동안 봄날과 깊은 정을 나눴기 때문이다. 매화, 영춘화, 개나리, 진달래, 철쭉, 살구꽃, 복사꽃, 벚꽃, 오얏꽃, 앵두꽃, 배꽃, 라일락 등 만발한 백화(百花)의 향기에 취하고..
2018. 4. 28.
지여초견(只如初見) : 첫만남 같다면...
*** 중문학도 홍승직 선생 페이스북 포스팅이다. 아주 찔끔 내가 손댔다. 만약... 혹시...그럴 리가 없겠지만, 그래서는 안되지만, 그래도 만약...혹시...아내가, 남편이, 애인이, 친구가, 옆사람이...싫증이 난다면, 싫증이 나기 시작한다면...어쩌면 좋을까? 잠시 눈을 감고, 그 사람을 처음 만나던 때를 떠올려보자. 그 순간의 설레임, 황홀함, 경탄, 환희 등이 아직도 생생히 떠오를테니, 그때의 그 마음으로 남은 시간을 함께 하자. 인생이 만약 늘 첫만남같다면[人生若只如初見] 나란성덕(納蘭性德·1655~1685) 인생이 만약 늘 첫만남같다면 가을 바람에 화선(畵扇)이 슬퍼할 일 어찌 있겠어요 얼마 못가 변해버린 내 님 마음 연인 마음은 본디 쉽게 변하곤 했다며 핑계를 대네요 여산(驪山)에서의 굳..
2018. 4. 27.
동풍이 전해오길
한시, 계절의 노래(9) 상화가사(相和歌辭) [唐] 장호(張祜, 785?~849?) / 김영문 選譯評 큰 제방에꽃 피고 달 뜬 밤 장강엔봄 물결 출렁출렁 동풍이소식 전해오길 봄밤에 특별히놀러 오라네 大堤花月夜, 長江春水流. 東風正上信, 春夜特來遊. 꽃 피고 달 뜬 봄밤 환상적인 분위기를 묘사한 시로는 초당(初唐) 장약허(張若虛)의 「춘강화월야(春江花月夜)」가 첫손에 꼽힌다. 모두 36구로 이루어진 이 장편 칠언고시는 무한한 대자연 속에서 유한한 인간이 느끼는 감상을 노래한 절창이다.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아련함, 그리움, 애달픔, 외로움을 봄[春], 강(江), 꽃[花], 달[月], 밤[夜]과 함께 무르녹여 나그네로 왔다가 나그네로 사라지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슬픔을 그려냈다. “봄 강에 밀물 들어 바..
2018.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