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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가야 본고장 함안을 찾아서 (1) 성산산성 진주에서 하룻밤 유숙하고는 열차로 함안으로 향했다. 불과 30분 거리. 내리니 온통 뿌였다. 남해안에서는 북쪽으로 좀 들어간 내륙 분지인 함안은 남쪽 함안면과 함안역, 그리고 함안읍을 차례로 정북쪽으로 관통하는 함안천이 생명줄이라. 이 함안천은 북쪽으로 냅다 흐르다 낙동강 지류 중에서는 가장 큰 축에 속하는 남강에 합류한다. 함안역에 내려 남쪽 함안면 쪽을 바라다 본다. 그리 높다 할 순 없으나, 그렇다고 야산이라고는 할 수 없는 산들이 올망졸망 거대한 병풍을 이룬다. 반대편으로 몸을 돌려 함안읍내 쪽을 바라본다. 언뜻 봐도 목이다. 길목이다. 양쪽에서 툭 튀어나온 저 산능선 중앙을 관통해 곧장 나아가면 함안 읍내다. 저 골목을 함안천이 통과해 위쪽으로 흘러간다. 함안군 학예연구사 조신규 선생이 저 능선.. 2018. 12. 18.
문화재란 무엇인가? 왜 문화재인가? *** 아래는 December 18, 2013 내 페이스북에 일련으로 연재한 것을 하나로 통합한 것인 바,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누군가 서면 인터뷰에 응해서 내가 작성한 것이로되, 이것이 어떤 형태로 공간이 되었는지, 아니면, 무슨 그의 글에 인용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오늘 기준으로 딱 5년 전 오늘의 일이어니와, 그런 까닭에 그 시간만큼 내 생각이 달라진 대목이 없지는 않을 것이로대, 그 시대 내 생각을 증언하는 한 단편으로 남겨둔다. 1. 2008년 2월 10일 대한민국의 대문인 숭례문이 하나의 불씨에 타버리고 말았습니다. 문화전문 김태식 기자님께서는 당시 사건을 접하고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드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 우리에게는 문화재 참사 중에서는 그 사건은 아마도 생중계로 접한 최초.. 2018. 12. 18.
술별과 주성酒星, 술샘과 주천酒泉 술을 소재로 한 이태백 연작시 ‘月下獨酌(월하독작)’ 중 두 번째는 다음과 같이 시작하니, 天若不愛酒(천약불애주) 酒星不在天(주성부재천)地若不愛酒(지약불애주)地應無酒泉(지응무주천) 이니 이를 흔히 옮기기를, 하늘이 술을 즐기지 않으면하늘에 주성이 있을 리 없고땅이 술을 즐기지 않는다면땅에 어찌 주천이 있겠는가 라고 하거니와, 언제나 나에게 고민은 이런 옮김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주성(酒聖)과 주천(酒泉)을 일종의 고유명사처럼 간주한 것이라 이리 옮긴 것이니, 주성과 주천은 실재하는 고유명사다. 하지만 저런 옮김은 ‘술’과 ‘酒’가 운율에서 절대로 대응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나는 본다. 그래서 나는 저보다는 다음과 같이 옮겨야 더 좋다고 본다. .. 2018. 12. 17.
동중서가 말하는 혁명의 정당성 전한 초기 공양학자 동중서(董仲舒)의 춘추의리학 논술인 《춘추번로(春秋繁露)》 "요 임금과 순 임금은 생각없이 선양하지 아니했으며 탕 임금과 무왕은 함부로 왕을 시해한 것이 아니다[堯舜不擅移、湯武不專殺]"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임금이란 명령을 틀어쥔 이라, 일단 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시행되어야 하며, 하지 말란 말이 떨어지면 멈춰야 한다. 걸과 주가 천하에 명을 내렸는데도 시행되지 않고, 천하에 하지 말라 했는데도 그치지 않는다면 이를 어찌 천하를 신하로 부린다 하겠는가? 천하를 신하로 부리지지 못하는데 탕 임금과 무왕이 이들을 시해했다는 말이 어찌 있을 수 있는가? 君也者,掌令者也,令行而禁止也。今桀紂令天下而不行,禁天下而不止,安在其能臣天下也?果不能臣天下,何謂湯武弒? 이 역성혁명론은 그 전시대 맹자.. 2018. 12. 17.
만목 시들었는데 오직 소나무만 한시, 계절의 노래(226) 소나무[松] [宋] 여본중(呂本中) / 김영문 選譯評 바람과 서리 탓에만목 시들어 추운 계절 오로지노송 외롭네 진시황은 맑고 높은지조 모르고 어거지로 그대를대부 삼았네 一依風霜萬木枯, 歲寒惟見老松孤. 秦皇不識淸高操, 強欲煩君作大夫.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 하리라” 겨울은 소나무의 계절이다. 소나무는 사시사철 푸른데 왜 겨울을 소나무의 계절이라 하는가? 온갖 나무가 다 시들어도 소나무만은 늘 푸른 빛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논어』에도 나온다. “계절이 추워진 연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든다는 사실을 안다(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 역사의 혼란기 때마다 목숨까지 바쳐 지조를 이룬 사람과 사리사욕을 위해 변절을 일삼은 자가 서로 다른 삶을 살았다. 역사와 사회의 .. 2018. 12. 17.
이세민 성군 만들기, 메뚜기를 씹어먹는 황제 《자치통감資治通鑑》 권 제192 당기唐紀8 고조신요대성광효황제지하高祖神堯大聖光孝皇帝下之下 정관貞觀 2년 무자(戊子·628) 여름 4월 조가 수록한 황제 이세민李世民에 얽힌 일화다. 畿內有蝗。辛卯,上入苑中,見蝗,掇數枚,祝之曰:「民以谷為命,而汝食之,寧食吾之肺腸。」 舉手欲吞之,左右諫曰:「惡物或成疾。」 上曰:「朕為民受災,何疾之避!」 遂吞之。是歲,蝗不為災。수도권에 메뚜기 떼가 나타났다. 이달 신묘일에 황상이 금원으로 들어갔다가 메뚜기를 보고는 몇 마리 잡아 저주하기를 “백성은 곡식을 목숨으로 여기지만 네 놈들이 그걸 먹어치우는구나. 차라리 내 폐장을 먹을지어다”고 하고는 손을 들어 그것을 삼키려 하니 좌우 신하들이 간했다. “더러운 요물이라 몸에 탈이 날까 두렵습니다”. 황상이 말하기를 “짐은 백성을 위해서는 재.. 2018. 12. 17.
피난민들의 터전 용산 해방촌 오늘도 어김없이 영감이 지하철 숙대역입구 5번 출구에서 나온다. 내가 김천에서 도착하는 시간 때문에 여느 일요일보다는 대략 두 시간 정도 늦은 오후 2시쯤 접선했다. 해방촌을 둘러보자 했으니, 뚜벅뚜벅 숙대역입구를 출발해 오른편 미군부대 담벼락을 끼고는 용산고 방면으로 걸어간다. 이 길을 따라 그대로 직전해 남산 능선 중 하나가 용산으로 흘러내린 언덕배기를 향해 곧장 침투하기로 한다. US GOVERNMENT PROPERTY...저 말은 대한민국 주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구역이라는 뜻이다. 대한민국이되 대한민국이 아닌 땅이다. 그런 곳에서 군 생활을 한 나는 언제나 주한미군부대 담벼락에 붙은 저 말이 그리 거슬리곤 한다. 범죄자가 도망치다 저 담벼락을 넘으면 잡아가지도 못한다. 누구던가? 시집인지 소설인지.. 2018. 12. 16.
연합뉴스 선정 2018 국내·국제뉴스 《연합뉴스 선정 2018 국내뉴스》 ■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가속 ■ 한국사회 뒤흔든 '미투'…문화계부터 정치권까지 ■ 노동시간 단축…주 52시간 근무 시대 개막 ■ 위기의 사법부…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 을의 분노 폭발시킨 오너·기업 갑질 논란 ■ 전 세계를 달군 방탄소년단…K팝 열풍 ■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과 적폐 수사 ■ 서울 집값 급등에 역대급 대출·세금 규제 ■ 풀뿌리 권력 재편…민주당 기록적 압승 ■ 30년만에 안방에서 올림픽…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연합뉴스 선정 2018 10대 국내뉴스 《연합뉴스 선정 2018 국제뉴스》 ■ 68년 냉전 녹인 '세기의 담판'…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 美中 '총성없는 무역전쟁'…G2 '글로벌 패권다툼' 비화 ■ 이란 핵합의.. 2018. 12. 16.
머리통 하나에 두 글자 점제현신사비의 국적 소위 점제현 신사비(秥蟬縣神祠碑)다. 낙랑 유물로 본다. 낙랑군을 구성한 현(縣) 단위 지방행정 구역 중에 점제현(秥蟬縣)이란 곳에서 무슨 제사를 하고 그 기념으로 세운 비석이라 해서 대서특필한다. 후한(後漢)시대에 세웠다 한다. 나아가 낙랑군 평양설을 입증하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 중 하나로 채택한다. 한데 그 판독에 적지 않은 논란이 있다. 낙랑군인가? 개소리다. 그렇담 어느 시대 유물인가? 고구려다. 그 근거는 무엇인가? 머리통이다. 똑똑히 봐라. 머리통 하나에 글자 두 줄 들어간다. 이런 금석문 지구상에 오직 고구려밖에 없다! 머리통 뿐인가? 서체도 같자나? 나아가 중국엔 저런 비석 없다. 저리 무식한 비석 중국엔 없다. 그럼에도 후한시대 중국인이 만든 비석이라고? 안 믿겨? 왼쪽 상단이 저 유명.. 2018. 12. 16.
Frost 2018. 12. 15.
사라질 서리 애도하며 까치에 부치노라 동산 우로 해가 뜨려한다. 서리 찾으러 나간다. 때는 같은데 서울선 이런 서리 만나기 좀체 어려우니 이때 물리도록 봐준다. 간밤엔 별이 빛났더랬다. 차가울수록 겨울 하늘은 별이 쏟아지는 법. 나보다 늦게 내려온 조카가 이르기를..별이 비처럼 쏟아졌단다 김천 하늘도 그렇더란다. 오리온자리 허리띠 완연하나 폰카로 담기엔 역부족이다. 그래서인가? 아침 이슬이 곱다. 철고리가 쩍쩍 달라붙을 농촌 겨울이나 이젠 그런 철고리 사라진지 오래다. 폐타이어 우로 서리가 꽃을 피웠다. 추상이다. 칸딘스키 피카소 제아무리 재주 부린대도 서리를 따를 수 없다. 번데기 앞 주름에 지나지 않는다. 살피니 뭐 굼벵이 같기도 하고, 슈퍼맨 흐물맨으로 만든다는 크립톤인지 암튼 그런 결정 같다. 겨울은 결정인가? 메주가 마르는지 비틀어.. 2018. 12. 15.
백낙천 <밤에 내린 눈[夜雪]> 한시, 계절의 노래(225) 밤 눈[夜雪] [唐] 백거이 / 김영문 選譯評 이상하게 이부자리 싸늘도 하여 다시 보니 창문이 환하게 밝다 밤 깊어 내린 눈 무겁게 쌓여 대나무 꺾이는 소리 때때로 들린다 已訝衾枕冷, 復見窗戶明. 夜深知雪重, 時聞折竹聲. 겨울에도 푸른 색깔을 변치 않고 추위를 견디는 대표적인 나무가 대나무와 소나무다. 대나무는 사군자의 하나로, 소나무는 세한삼우(歲寒三友)의 하나로 그 절개를 칭송받아 왔다. 이 중 대나무는 사군자와 세한삼우에 모두 들어간다. 이미 『시경(詩經)』 「기욱(淇澳)」 편에 “푸른 대나무 무성하네(菉竹猗猗)”라는 표현으로 대나무를 군자의 의젓한 모습에 비유하고 있다. 게다가 위진(魏晉) 시대 죽림칠현(竹林七賢)이 대숲에 모여 청담(淸談)을 주고받으며 지조를 드높였고.. 2018. 12. 15.
"광주 동신고와 서울대 경제학과가 많네요" 12.14 차관급 인사의 일단면 듣기로 오늘 정부 차관급 인사는 애초 오늘 오후 3시 발표 예정이었다. 하지만 어제 저녁 우리 공장에서 오늘 중으로 대규모 차관급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예고 기사가 나가고, 나아가 동아일보 오늘 아침자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바람에 청와대는 그 발표를 오전 11시를 기해 풀었다. 이럴 때 보통 정부나 청와대에서는 미리 자료플 언론에 배포한다. 사전에 하되, 그 공개 시점은 나중 특정 시점으로 정하는데, 이를 엠바고(embargo)라 한다. 기사 준비 시간을 배려하기 위함인데, 오늘은 내 기억에 엠바고 시점보다 대략 한 시간 정도 빠른 시점에 차관급 인사 내용이 언론사에는 뿌려졌다. 그 명단을 나 역시 우리 문화부원들한테 미리 돌렸다. 그에는 신임 차관별 간단한 약력이 정리돼 있다. 나이와 출생지, .. 2018. 12. 14.
16명을 갈아엎은 문재인 정부 2기 차관급 인사 14일 차관급 인사가 단행됐다. 16명이나 얼굴이 바뀌었으니 대규모다. 정치부가 아닌 내가 무에 정부 전반 차관급 인사에 관심이 많겠는가? 다만, 우리 공장 문화부장인 나로서는 그런대로 이쪽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석이 있었느니, 이 문화부가 커버하는 정부부처로는 가장 큰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그 교체 대상에 오르내린 까닭이었다. 문체부에는 차관 둘이 있다. 개중에서도 체육이 주된 업무인 노태강 제2차관은 당분간 그대로 간다는 소문이 지배적이었던 반면, 나종민 1차관은 교체된다는 말이 무성했다. 문재인 정부 탄생 과정에 이미 관여한 그는 집권 1년차가 넘어서면서 얼마나 진심을 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 물러날 때가 됐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근자인지, 내가 듣기로 문체부에서는 나 차관 말고도 노 차.. 2018. 12. 14.
눈이 오려나? 한시, 계절의 노래(224) 눈이 오려나(雪意) [宋] 주희 / 김영문 選譯評 저녁 무렵 뜬 구름이 사방에 평평하더니 북풍이 노호하며 새벽까지 불어대네 추운 창에 온 밤 내내 정신 맑고 잠이 안 와 삼나무 대나무 잎에서 나는 소리 듣고 있네 向晚浮雲四面平, 北風號怒達天明. 寒窗一夜淸無睡, 擬聽杉篁葉上聲. 나이가 들어서 잠이 없어진 것일까? 정좌(靜坐)에 들어 격물치지(格物致知)하느라 밤을 꼬박 새운 것일까? 삼나무와 대나무 잎새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천지자연의 리(理)를 알리는 자명종일까? 과연 격물을 통해 치지에 이를 수는 있을까? 왕양명(王陽明)은 정좌를 통해 대나무를 바라보며 격물을 추구했지만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병만 얻었다. 이에 리(理)는 물(物)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심(心)에 있을 .. 2018. 12. 13.
뭐든 크고 보는 중국, 불알도 크다 중국은 뭐건 크고 본다. 대따시 커서 오만잡것도 다 크다. 불알도 커서 난공불락이다. 남경(南京) 인근 단양(丹陽)은 남조 육조시대 황가 공동묘지가 있던 곳이다. 제왕 무덤은 거의가 도굴 등으로 사라지고 그 능묘를 장식한 석조물인 석각(石刻) 일부만 덩그러니 남았을 뿐이다. 이를 남조능묘석각(南朝陵墓石刻)이라 통칭한다. 그곳에 남제(南齊) 명황제(明皇帝) 소란(蕭鸞, 452 ~ 498, 재위 494~ 498) 무덤 흥안릉(興安陵)이 있어, 소개하는 저 거대한 기린 혹은 천록(天鹿)이라 칭하는 장식물 중 하나다. 그 불알을 본다. 끄터머리가 날아갔다. 아까비! 얼마나 큰지 실감이 안난다. 스케일 바가 없어서다. 그래서 방법을 썼다. 손을 썼다. 손을 쓰면 서기 마련인 까닭이다. 두툼하다. 우리도 좀 크게 .. 2018. 12. 13.
동아시아 세계를 지배한 월드스타 소동파 문화사 관점에서 동아시아 세계 최초의 월드스타는 단연 낙천(樂天) 백거이(白居易, 772~846)였으며, 그 뒤를 이은 이가 동파(東坡) 소식(蘇軾, 1037~1101)이라는 말을 나는 여러 번 했다. 백낙천이 등장하고, 그가 장한가(長恨歌)를 발표하자, 동아시아 세계는 열광했다. 그는 당대의 기린아였다. 장한가와 비파행(琵琶行)를 비롯한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면, 그 소식은 삽시간에 국경을 넘어 동아시아 세계로 퍼져나갔고, 그의 시집은 금새 바다를 건너 신라로, 그리고 일본 열도로 퍼졌다. 《겐지 모노가타리(源氏物語)》를 보면, 좀 산다는 왜놈들은 병풍마다 장한가 그림으로 떡칠했음을 엿본다. 그의 인기가 시들해질 즈음, 소동파가 혜성처럼 등장한다. 그의 적벽부(赤壁賦)는 동파를 각인한 최고의 히트 송이었.. 2018. 12. 12.
굴불사지 십일면관음상 Avalokiteshvara with Eleven Faces  Avalokiteshvara with Eleven Faces at the Site of Gulbulsa Temple, Gyeongju Unified Silla Period (668~935 AD.) 경주 굴불사지 십일면관음보살 2018. 12. 12.
Thousand-armed or Hedgehog Avalokiteshvara? 어제인가 국립중앙박물관 '대고려전' 출품작 중 천수관음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기회가 닿으면, 프랑스 파리 소재 동양전문박물관인 기메박물관 소장 '진짜 천수관음'을 소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진짜라고 하는 까닭은 천수관음은 팔이 천 개인 관음을 말하지만, 여러 이유로 실제 그것을 구상할 때는 고작 손이라고 해 봐야 마흔개 혹은 마흔두개에 지나지 않지만, 이건 진짜로 팔 천개를 만들고자 한 까닭이다. 물론 이것도 실제 팔은 갯수 천 개는 되진 않겠지만, 마흔개 어간으로 깔짝깔짝 대면서 천수관음입네 하는 다른 것들을 압도하고 비웃는다. 그렇다면 이 천수관음 정체는 어떠한가? 박물관 설명문은 이렇다. Avalokiteshvara à mille bras VietnamFin 18e-début 19 siecleB.. 2018. 12. 12.
"인간아, 넌 잠도 없냐?" 한시, 계절의 노래(223) 추운 밤(寒夜) [淸] 원매(袁枚) / 김영문 選譯評 추운 밤 책 읽다가잠조차 잊었는데 비단 이불에 재만 남고향로에는 연기 없네 고운 사람 화가 나서서책 빼앗으며 낭군님아 지금 한밤몇 시인지 아시나요 寒夜讀書忘却眠, 錦衾香燼爐無煙. 美人含怒奪書去, 問郞知是幾更天. 책 읽기에 미친 사람을 서치(書癡)라고 부른다. 우리말로는 ‘책바보’ 또는 ‘책벌레’ 정도로 번역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치(癡)’ 자 속에는 매우 다양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멍청하다’, ‘굼뜨다’, ‘미치다’, ‘빠져들다’, ‘천진하다’, ‘병적이다’, ‘집중하다’, ‘정을 쏟다’ 등등... 책에 빠져들어 ‘치(癡)’의 상태에 이르면 이런 각종 증세를 드러낸다. 중국 현대 작가 중에서 서정 수필로 유명한.. 2018. 12. 12.
먹 갈라 게으른 종 부르니 귀 먹은 척 대꾸도 않네 국립중앙박물관 주최 '대고려전' 매장을 돌다가 이 고려청자 3점을 마주하고선 무심히 지나치려 했다. 상설전시실 있는 걸 내려다봤구만 했더랬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류 고려청자는 수량이 적지는 하지만, 그 폼새가 뛰어나다 해서 이런저런 자리에 자주 불려나가는가 하면, 특히 국립박물관에서는 상설전시품으로 빼는 일이 없는 까닭이다. 특히 맨 왼편 소위 '동자 연적(童子硯滴)'은 어딘지 모르게 눈에 익었다. 하긴 저들 석 점 다 내 눈에 익기는 했다. 저 비스무리한 연적을 어디서 봤을까나는 차지하고, 그리 무심히 지나치면서 안내판을 읽어보니, 어랏? 석점 모두 일본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에서 빌려왔네? 어쭈구리? 여튼 우리 국박은 일본이라는 사족을 못 쓰니, 뭐, 이래저래 교유도 많고, 서로 먹고 살아야 하니.. 2018.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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