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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529

안정복이 보았던 <기우자선생문집騎牛子先生文集> 3권은 어디에 고려말 조선초를 살았던 기우자騎牛子 이행李行(1352-1432)이라는 분이 있었다. 이 분 문집이 조선 초 어느 시점엔가 양촌陽村 권근權近(1352-1409)의 비점을 붙여 3권으로 판각 간행된 모양인데, 이미 18세기에 그 판본을 보았다는 사람마저 드물어졌다. 지금 있는 은 1872년 간행한 것으로, 부록을 빼면 분량이 정말 얼마 안 된다. 시 같은 경우 이나 같은 데서 일부가 인용된 것을 긁어모은 것이라, 두 구절만 남은 게 대부분이다. 만약 조선 초에 간행한 그 판본이 남아 있었더라면 어땠을지 궁금한데, 혹 어느 곳에라도 비장秘藏되어있기를 바랄 뿐이다. “생각컨대, 우리 14대조 기우자 어른은 고려 말기에 해당하고 惟我十四代祖騎牛子府君 當麗氏末 9대조 월연 어른은 중종 때에 해당한다. 九代祖月淵府君.. 2021. 10. 19.
정도전은 괴력난신? 정도전 열전을 읽다보면, 아 이 사람이 도통 당시의 고려가 얼마나 마음에 안 들었길래 이렇게까지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근데 때로는 그게 지나쳐 엉뚱한 이야기까지 늘어놓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정도전이 공양왕에게 이런 말을 한다. 今當農月, 天久不雨, 殿下召臣面議, 天乃雨. 昔霾霖, 禾穀不茂, 殿下召臣議政事, 陰雨霽. 殿下以爲何如? 한자가 한 자 이상이니 대략 번역을 해 보면... "지금 농사철이 되었는데도 하늘이 오래도록 비를 내려주시지 않다가 전하께서 신을 불러 마주하고 의논하니 하늘이 곧 비를 내려주셨습니다. 예전에 장마가 져서 곡식이 잘 자라지 못했는데 전하께서 신을 불러 정사政事를 의논하니 장맛비가 개였습니다. 전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양왕 입장에선 "자기가 무슨 무당인가? 삼봉 이 .. 2021. 10. 9.
저들은 어떻게 그렇게 돈이 많았던가 영조 25년 4월 23일 기사를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홍계희가 말하기를, “지난번 의 글 뜻을 물으셨을 때, 신이 형관刑官으로서 비록 감히 우러러 진달陳達할 수 없었사옵니다만, 지금 종용從容하오시니 감히 이를 우러러 진달하옵니다. 고려의 역사야 비록 볼 만한 것이 없지만, 쌓아놓은 재물은 넉넉했사옵니다. 그 때에 팔관회八關會 ‧ 연등회燃燈會를 하면 한 번 쓰는 바가 몇 만 석石 아래로는 조금도 내려가지 않았사오니, 우리나라의 재력財力을 그때와 견주면 애통하다 이를 만합니다.”라 하였다. 임금께서 말씀하시길, “그렇도다." 啓禧曰, 俄者麗史文義時, 臣以刑官, 雖不敢仰陳, 而今則從容, 敢此仰達矣。麗史, 雖無可觀, 而蓄積則有裕。其時八關燃燈之會, 一次所費, 少不下累萬餘石, 我國財力, 比之其時, 則.. 2021. 10. 6.
스물여섯 살 젊은이의 글, 동명왕편 세상에서 동명왕(東明王)의 신통하고 이상한 일을 많이 말한다. 비록 어리석은 남녀들까지도 흔히 그 일을 말한다. 내가 일찍이 그 얘기를 듣고 웃으며 말하기를, “선사(先師) 중니(仲尼)께서는 괴력난신(怪力亂神)을 말씀하지 않았다. 동명왕의 일은 실로 황당하고 기괴하여 우리들이 얘기할 것이 못된다.” 하였다. 뒤에 《위서(魏書)》와 《통전(通典)》을 읽어 보니 역시 그 일을 실었으나 간략하고 자세하지 못하였으니, 국내의 것은 자세히 하고 외국의 것은 소략히 하려는 뜻인지도 모른다. 지난 계축년(1193, 명종 23) 4월에 《구삼국사(舊三國史)》를 얻어 동명왕본기(東明王本紀)를 보니 그 신이(神異)한 사적이 세상에서 얘기하는 것보다 더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믿지 못하고 귀(鬼)나 환(幻)으로만 생각하였는데.. 2021. 10. 1.
심향 선생이 머무는 곳 근대 한국화 6대가의 하나로 꼽히는 심향 박승무(1893-1980)의 산소가 대전에 있다 하여 잠시 틈을 내 찾아가보았다. 대전 중구 목달동이란 곳인데, 금산 가는 길에 있는 한적한 시골이었다. 주소를 어디서 얻어 네비에 찍고 가보았는데, 길은 중간에 끊겨있고 개는 우짖고, 어느 민가 마당에 있다는 숭모비도 도통 보이지 않는다. 시간상 별 도리없이 발길을 돌리면서, 번듯한 표지판이라도 하나 해 두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듣기로 심향과 연이 없는 이의 사유지에 있다니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돌아가는 길에 보니 밤나무가 꽤 여러 그루 눈에 띄었다. 여기는 심향 생전에 그가 장만한 땅으로, 밤나무를 심어두고 농막 한 채를 지어 가을이 되면 여기 와 밤 따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던가. 그 편린을 엿본 듯하여 그.. 2021. 10. 1.
爲時古? 이 조선의 민낯을 보여주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 는 몇 술 더 뜬다. 하룻동안 임금님과 신하들이 주고받은 이야기가 그 주제를 종횡무진 바꿔가며 전개되니 내용만 보자면 퍽 흥미진진하다. 그런데 생짜로 부딪혀가며 해석하자니 너무도 힘이 든다. 예를 들어, 이런 대목이 있다. 或以爲時古爲吐, 或有不爲者, 何也? 처음에는 뭔 소린가 했다. 以a爲b가 도대체 어디 걸리는 건지. 근데 한참 들여다보니 무릎을 팍! 爲時古가 우리말 ’하시고’였던 것이다. "혹 ’하시고’를 토로 삼고, 혹 하지 아니함이 있는 것은 어째서인가?" 공부는 해도 해도 모자라다. 2021.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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