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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515

1910년, 울진 망양정 현판이 사라지다 나라 망하기 넉 달 전인 1910년 4월 19일, 관동팔경의 하나로 꼽히는 울진 망양정望洋亭에 걸렸던 숙종(肅宗, 재위 1674-1720) 어제시御製詩 현판이 수난을 당한다. 에 실린 그 수난의 내용을 살펴본 즉-. ●御製詩板取去 蔚珍郡望洋亭에 我 肅宗大王御製詩(列壑重重逶迤開、驚濤巨浪接天來、如將此海變成酒、奚但祗傾二百盃)懸板을 揭하얏더니 該亭子가 毁撤後로 懸板은 本郡客舍에 奉安한지라 元山財務監督局員須藤正夫가 財務視察次로 該郡에 來到하얏다가 紀念한다 穪하고 其懸板을 取去하얏다더라 한자漢字가 한 자 이상이니 좀 더 보기 쉽게 풀어보자. ●어제시판御製詩板을 가져가버리다 울진군蔚珍郡 망양정望洋亭에 우리 숙종대왕의 어제시御製詩(큰 묏부리 겹겹이 둘러 있고列壑重重逶迤開、놀란 파도 큰 물결 하늘에 닿아 있네驚濤巨浪接天.. 2021. 8. 31.
수연壽硯 박일헌朴逸憲, 그 뒤의 이야기 얼마 전에 근대기의 서화가 수연 박일헌, 호운湖雲 박주항朴疇恒 부자父子에 관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저번에 호운湖雲 박주항朴疇恒이란 화가 이야기를 잠깐 했었는데, 오늘 다른 일때문에 옛날 신문을 뒤적거리다가 그의 개인사를 약간 찾게 되었다. 일단 그는 함경북도 명" data-og-host="historylibrary.net" data-og-source-url="https://taeshik-kim.tistory.com/entry/%EC%8B%A0%EB%AC%B8%EC%97%90%EC%84%9C-%EC%B0%BE%EC%9D%80-%EA%B7%BC%EB%8C%80%EA%B8%B0-%ED%99%94%EA%B0%80-%ED%98%B8%EC%9A%B4%E6%B9%96%E9%9B%B2-%EB%B0%95%EC%A3.. 2021. 8. 29.
유리건판을 보다가, 경성 오다 쇼고[小田省吾]의 집 가끔은 조선총독부박물관 직원들이 왜 이런 걸 다 찍어놓았을까 하는 자료도 만나게 된다. 이 사진은 경성제국대학 교수, 숙명여전 교장 등을 역임하고 , , 등의 편집을 도맡았던 동양사학자 오다 쇼고(小田省吾, 1871-1953)의 집 현관이다. 눈발 흩날리는 날 찍었는지 지붕이며 길바닥에는 옅게 눈이 쌓여있고, 희끗희끗한 눈송이가 찰칵 소리에 영원히 담겼다. 대문 옆에 뭔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는데, 확대해서 읽어보니 꽤나 흥미롭다. 오른쪽 맨 위부터 보면, 당연히 집주인 오다 쇼고의 이름 넉 자가 붙었다. 그 아래에는 전專 뭐라고 썼는데 잘 안보이고, 그 아래에는 경성중학교삼급(?)京城中學校三級(?) 오다 實(미노루인지 마코토인지)이란 이름이 보이는데, 오다 상의 아들인가 싶다. 왼쪽으로 건너와서 위를 보면.. 2021. 8. 23.
나도 이렇게 다니던 시절이 있었지, 이규보 남행월일기南行月日記의 경우 코로나-19가 이렇게 온 세상을 뒤덮고 나라와 나라 사이의 길을 막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숨 쉬듯이 여행 다니던 사람들은 야속한 바이러스를 원망하다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예전 여행 사진들을 보면서 지친 마음을 달래곤 한다. 아 저때는 저기를 갔었지, 이때 여기 음식이 참 좋았는데 하면서. 800년 전을 살았던 아저씨 이규보도 여행을 다녔던 적이 있다. 물론 공적인 임무를 띈 출장이었지만, 출장 가는 길에 여러 고을 명소를 둘러보았고 그 분위기를 느끼곤 했다. 옛 수도 풍치가 남은 전주, 중국 가는 길이 멀지 않다는 변산, 고구려에서 날아왔다는 전설이 담긴 비래방장飛來方丈, 다리를 후들후들 떨면서 올라간 원효방元曉房과 불사의방不思議房… 이규보는 그때의 여행을 “남행월일기”라는 기록으로.. 2021. 8. 22.
스승을 뛰어넘은 제자, 평보 서희환(1934-1995) 1. 최근 덕수궁미술관과 예술의전당에서 모두 한국 근현대 서예를 조망하는 전시를 했었다. 적어도 이 두 전시에 작품이 나온 이들은 한국 근현대 서예의 거목으로 인정받았다고 하겠다(물론 이에 동의하지 않는 분도 있겠으나). 그 중 평보 서희환(1934-1995)이라는 분이 계신다. 34년생이니 지금 살아있어도 여든여덟이다. 그러나 당당히 그 스승뻘인 이들과 함께 회고의 대상이 되어 두 전시에 모두 나왔다. 2. 서희환은 소전 손재형(1903-1981)에게 배웠다. 국전에 네 번 연속 특선으로 뽑히고 1968년에는 로 대통령상을 받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에겐 독이었다. 스승의 글씨체를 본뜨다시피 한 를 두고 국전 심사의 공정성 문제, 소전의 국전 심사 독주에 대한 비판이 대두했던 것이다. 이 .. 2021. 8. 15.
연산이시여, 애는 썼습니다만 연산군 말기, 왕이 조정 신료들에게 새 사모紗帽의 견본을 내린다. 그리고 가라사대 ㅡ "앞에는 '충忠'자, 뒤에는 '성誠'자를 전서체를 써서 새겼으니 대개 신하된 자로 하여금 늘 충성을 품으라는 것이다. 또 사모의 두 뿔을 내려 어깨 위로 늘어뜨리도록 했으니 임금이 위에서 아래를 제어하라는 뜻을 드러냄이로다." 애는 썼다만, 이로부터 1년도 안 되어 중종반정이 일어난다. 2021.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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