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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442

난리통에 버섯 구워드신 백운거사白雲居士 "관군은 이달 아무 날 동경(경주)을 떠나 운문산으로 들어가 주둔하였는데, 초적(김사미와 효심 등)이 또한 조금 없어져 군대 안에 별달리 일이 없고, 다만 소나무 아래 새로 돋은 버섯을 따서 불에 구워먹으니 아주 맛있구려." ㅡ 이규보 《동국이상국집>》 전집 권27, 서, "전, 박 두 친구가 서울에서 안부를 물은 데 답하는 편지" ㅡ 1202년, 지금의 청도 운문사 일대에서 김사미와 효심이 이른바 '신라부흥운동'을 일으켰다. 이규보는 이를 진압하는 데 '병마녹사 겸 수제원'이란 직책으로 종군했는데, 그때 쓴 편지 일부다. *** 글 그림 모두 강민경 선생이다. 버섯, 그 이상의 버섯 송이 버섯, 그 이상의 버섯 송이 이규보 《동국이상국전집》 제14권 / 고율시(古律詩) 송이버섯을 먹다[食松菌] 버섯은 .. 2020. 12. 17.
내가 불경을 서둘러 읽음은 술이 기다리기 때문 讀終經一卷 불경 하나 읽기를 마침은 猶似出齋時 재계를 마친 때와 같아라 始可親觴酌 이제야 술 마실 수 있거늘 斟來何大遲 술상이 어찌 이리 늦는고 ㅡ이규보 《동국이상국집》 후집 권5, 고율시 "능엄경을 다 읽고 또 짓다" *** 국립박물관 강민경 선생 그림이다. 2020. 12. 16.
소호 김응원(1855~1921)의 휘호揮毫 1. 해강 김규진이 빗자루가 아닌 대붓으로 몇 미터가 넘게 '휘호'한 것과는 정반대의 '휘호'를 만난다. 이 글씨는 해강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소호小湖 김응원金應元(1855~1921)이 가로가 5cm 남짓 되는 종이 위에 쓴 것이다. 이런 종이는 단책短冊이라 해서 일본인들이 단카短歌나 하이쿠俳句 같은 자기네 시를 적기 위해 따로 만든 것이다. 먹을 엷게 우려 구름을 피우고 금박을 좀 뿌려 그럴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거기에 소호는 소동파 칠언절구 한 수를 예서로 정밀하게 적어넣는다. 태화산 서남쪽 몇 번째 봉우리던가 떨어지는 꽃잎 흐르는 물이 끝없네 도인은 다만 둥굴레 캐고 돌아갈 뿐 푸른 산에서 사슴 뿔은 못 보았던가 太華西南第幾峰 落花流水自重重 道人只採黃精去 不見靑山鹿養茸 2. 김응원은 흥선대원군의 .. 2020. 12. 16.
해강 김규진 휘호도 1. 근대의 서화가 해강海岡 김규진金圭鎭(1864-1933)이 1920년 무렵, 금강산 구룡폭포 옆 바위에 새길 '미륵불彌勒佛' 석 자를 써달라는 주문을 받는다. 보통 큰 글자가 아니었으므로, 해강은 특별히 거대한 붓을 만들었다. 그리고 거기에 먹을 묻혀 글씨를 썼다. 근데 이쯤 되면 쓴다기보다는 그린다고 해야 맞지 않을까 싶다. 이런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2. 해강의 대스승격인 눌인訥人 조광진曺匡振(1772-1840)이 평양 연광정練光亭에서 "먹물을 적시니 두께가 소의 허리만해진" 붓으로 전위서예를 선보였던 적이 있다. 아마 해강도 그 얘기를 분명 들어 알고 있었으리라. 3. 지금도 구룡폭 옆에는 해강의 거대한 '미륵불' 세 글자가 또렷이 남아 있다고 한다. 100년 전 그 대단했을 퍼포먼스에 쓰인 .. 2020. 12. 14.
성난 원숭이 보고 격발해서 쓴 시[이규보] 《동국이상국전집》 제9권, 고율시(古律詩), '기 상서(奇尙書) 댁에서 성낸 원숭이를 보고 짓다' 원숭이가 무슨 성낼 일이 있다고 / 猿公有何嗔 사람처럼 서서 날 향해 울부짖네 / 人立向我嘷 아마도 너는 파협巴峽의 달빛 생각하여 / 爾思巴峽月 높직한 주문朱門에 얽매임 싫어하리 / 厭絆失門高 나도 푸른 산에 은거함을 생각하며 / 我戀碧山隱 부질없이 홍진紅塵의 시달림을 받노라 / 浪受紅塵勞 나와 너는 같은 병을 앓는데 / 我與爾同病 어찌하여 넌 사납게 부르짖느냐 / 胡爲厲聲咆 *** 국립중앙박물관 강민경 선생 글과 그림이다. 2020. 12. 14.
이처럼 깔끔한 제사, 이규보가 선돌에 올린 제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권40, 석도소제축釋道疏祭祝이란 부분에는 부처님이나 도가의 일월성신日月星辰 같은 존재에게 제사드릴 때 쓴 제문, 축문 등이 실렸다. 이란 글도 개중 하나다. 의주는 고구려의 '천정군泉井郡'이었다니 지금의 함경남도 문천, 원산 일대 어디께였던 모양이고, 입석이란 글자 그대로 '선돌'이 되겠다. 선사시대에 세운 선돌에 고려시대에도 제사를 지내셨던 모양인데, 그 제문을 보면 세상에 이처럼 깔끔한 제사가 또 있나 싶다. "신神이 의지할 곳은 이 우뚝한 돌이 서 있는 곳이며, 신信으로 받드는 제수는 저 길에 괸 빗물을 떠와서 장만하나이다. 바라건대 순수한 정성에 흠향하사 더욱 음덕의 도움을 주소서. [神所憑依。有斯石之特立。信可羞薦。酌彼潦以克禋。庶享純誠。益紆陰相。]" *** 이상은 국립박.. 2020.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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