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探古의 일필휘지519 장이 약했던 고려말 임박林樸 선생 고려 말을 살았던 임박林樸이라는 사람이 1367년 제주안무사가 되어 바다를 건넜다. 그때 그가..... 도중에 나주(羅州)에 이르러 물을 항아리에 가득 채워 돌아갔으나, 비록 차 한 잔이라도 먹지 않았으니 민(民)이 크게 기뻐하면서 서로 이르기를, “성인(聖人)이 와싱가. 조정 관리들이[王官] 다 임선무(林宣撫) 같암시면 우덜이 무사 반란을 일으키잰 햄실건고?”라고 하였다. 그러나 제주 사람들 가운데 혹 물을 길어 온 것을 비난하는 자도 있었다. - 권111, 열전 24 임박전 뭍에서 온 관리가 물마저도 길어온 것을 누구는 백성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어진 마음씨로, 누구는 육지가 그리 좋더냐 하는 고까움으로 해석했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임박 본인이 물갈이가 꽤 심했던 게 아닌가 싶다. 2021. 6. 2. 소전 손재형의 글씨 소전素荃 손재형孫在馨(1903-1981)이 1968년 어느 비 내리는 여름날, 忙中有閒망중유한을 썼다. 그는 이 구절을 퍽 좋아했는지 여러 작품을 남겼는데, 그 중에서도 수작에 들지 않나 한다. 소전의 글씨는 때로 획을 무리하게 꺾고 휘곤 한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그런 느낌이 덜하다. 획의 굵기나 글자의 배치가 균형이 잡혀있다고나 할까. 68년이면 그가 한창 왕성하게 활동하던 때인데, 그랬기에 "망중유한"이 더욱 와닿았을는지. 2021. 6. 1. 고려사를 읽다가 - 국제전쟁이 될 뻔 한 묘청의 난 인종 13년인 1135년 일어난 '묘청의 난'은, 일찍이 단재가 '조선역사상 일천년래 제일대사건'이라 일컬었을 정도로 크게 주목했고, 그 이후에도 이에 관해 많은 연구들이 있다. 그런데, 고려 역사 속 한 해프닝이건 또는 한국사 물줄기를 비튼 사건이건, 이것을 어쨌거나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내란'으로 본다. 그런데 이 묘청의 난이 자칫 동아시아 국제전이 될 수도 있었다. 를 보면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나온다. 己未 宋遣廸功郞吳敦禮來曰, “近聞西京作亂, 倘或難擒, 欲發十萬兵相助.” 기미 송에서 적공랑(迪功郞) 오돈례(吳敦禮)를 사신으로 보내와 말하길, “최근 서경(西京)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혹시 평정하기 어렵다면 10만의 군사를 보내 원조하겠다.”라고 하였다. 묘청의 난이 한창이던 6월의 일.. 2021. 5. 30. 마지막 대제학 무정茂亭 정만조鄭萬朝(1858-1936)의 글씨 무정茂亭 정만조鄭萬朝(1858-1936). 그를 일컫는 수식어는 참 다양하기도 하다. 조선 최후의 문형文衡, 조선 말 문단의 거두이자 로 당시 문단의 이모저모를 증언한 문인, 12년간 진도에 유배되어 숱한 제자를 기르고 허백련과 허건을 알아보고서 호를 지어주었던 지인지감知人之鑑의 인물이면서, 조선사편수회에 들어가 , 편찬에 간여하고 중추원 촉탁, 경성제국대학 강사로 일제의 정책에 순응하는 것을 넘어 적극 협조한 친일파라는 딱지가 붙은 문제적 인물이기도 한 정만조... 경성제국대학에서 그의 만년을 지켜본 조용만(1909-1995)의 회고에 따르면 "키는 작고, 머리를 박박 깎고 안경을 썼던" 정만조의 강의는 인기가 거의 없어서 자신과 김태준(1905-1949)이 거의 독선생으로 모시다시피 하여 한국 한시와.. 2021. 5. 26. 위인을 낳은 역적, 우범선禹範善(1857-1903)의 글씨 자식으로 태어났으면 누구나 좋든 나쁘든, 부모의 그늘을 느끼게 마련이다. 나아가 부모를 닮기를 바라는(또는 더 낫기를 바라는) 주변의 시선을 감내해야 한다. '왕대밭에 왕대 난다' 같은 속담이 왜 생겼겠는가. 하지만 그런 시선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자식은 어떻게든 고통을 받게 된다. 부모가 세상에 이름을 날릴수록 그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다. 호부견자虎父犬子라는 말은 그래서 참 잔인하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견자犬子라 불리는 그의 죄는 아닐진대. 그런데 때로는 자식이 크게 성공하여 부모를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그 허물을 다소나마 덮어주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 글씨의 주인 우범선과 그 아들 우장춘禹長春(1898-1959)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만 하다. 이 부자父子의 이야기는 팟캐스트 "만인만색 역.. 2021. 5. 24. 옛날 도서관의 주의사항 "책장을 넘길 때 손에 침칠을 마십시요" 2021. 5. 18. 이전 1 ··· 70 71 72 73 74 75 76 ··· 87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