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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494

위창葦滄이 보던 고려도경高麗圖經 국립중앙도서관 위창문고에 있는 이다. 매우 흥미롭게도 철필로 긁어 민 등사본이다. 몇 군데 살펴보니 지부족재본을 그대로 베꼈는데, '경성 군서당서점'이란 딱지가 붙었다. 이당 김은호의 자서전 을 보면 당시 서점에선 알바들을 고용하고 책을 베꼈다고 한다. 필경사들이 베낀 책의 수요가 제법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위창 선생 댁에 지부족재본 이 없었다니 그건 그것 나름대로 놀라운 일이다. *** 台植補 *** 위창문고란 근대 서화가이자 서지학도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 1864~1953) 문고를 말한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이다. 이에서 말하는 등사가 실은 전통시대 전형적인 출판방식이다. 인쇄본? 졸라 비싸고 출판량도 많지 않아 구득은 하늘에 별따기였다. 것도 대개 비매품이라, 그거 하나 얻겠다 난리를.. 2021. 3. 17.
무심한 아들놈 야쓰이 세이이쓰 1918년 9월 10일, 조선총독부의 촉탁이자 고적조사위원을 겸하고 있던 야쓰이 세이이쓰(谷井濟一 곡정제일, 1880-1959)는 경성부 아사히마치旭町 잇초메一丁目 143번지, 지금의 서울 중구 회현동 143번지(소월로 16)에 있던 집에 이삿짐을 옮겨놓는다. 그리고 이사했다는 사실을 관제엽서에 인쇄하여 지인들에게 보낸다. 그 중의 한 장이 최근 세상에 나왔다. 그런데 이 엽서는 다른 것하고는 구별되는 사연이 있다. 바로 이 엽서를 받는 와카야마현의 야쓰이 간조谷井勘藏란 사람이 다른 이도 아니고 야쓰이 세이이쓰 본인의 아버지라는 사실! 보통 생각하기에 아버지(로 대표되는 가족)에게 이사했다는 걸 알려야 한다면 손으로 직접 정성스럽게 "아버님 전상서, 소자가 이번에...."이런 식으로 써서 부치거나, 전화.. 2021. 3. 15.
[옛 글씨를 보다가] 고우古友 최린崔麟의 경우 이 땅의 근대는 참 파란만장했다. 그만큼 많은 인물이 나타났고 스러져갔다. 역사에 향기로운 이름을 남긴 이들만큼이나, 더러운 발자국을 남긴 이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을 어떤 한 면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어째서 그들이 그런 선택을 했을지, 그들이 남긴 다양한 면모를 두루 살피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고우古友 최린崔麟(1878-1958) 글씨를 감상하며 그런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귀한 작품을 보여주시고 사진촬영과 게재를 허락해주신 소장자께 감사드린다). 최린은 대한제국 황실 후원으로 일본 유학을 다녀오고 보성전문학교 교장, 천도교 종법사宗法師, 계명구락부 이사를 역임한 당대 일류급 지식인이었다. 또한 3.1운동 민족대표 33인에 이름을 올린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조.. 2021. 3. 14.
이규보, 박연폭포의 전설을 읊다 피리 소리에 반한 용녀 선생께 시집오니 / 龍娘感笛嫁先生 오랜 세월 그 정열 즐겁기만 하였겠지 / 百載同歡便適情 그래도 임공의 새 과부 탁문군이가 / 猶勝臨邛新寡婦 거문고 소리 듣고 실신한 것보단 나으리 / 失身都爲聽琴聲 《동국이상국집》 권14, 고율시, '박연폭포를 읊다' - 이 시 제목에는 다음과 같은 주注가 있다. "옛날 박 진사朴進士란 사람이 못가에서 피리를 부니, 용녀龍女가 그 피리 소리에 반하여 저의 본 남편을 죽이고 박 진사에게 시집갔으므로, 이 못을 박연이라 이름했다 한다." 2021. 3. 11.
요시다 상, 《에혼타이코기繪本太閤記회본태합기》를 베끼다 도요토미 히데요시(1536-1598)를 좋아하는 한국인이 있을까? 한국인으로서는 7년 전쟁을 이끈 왜구 두목 이상의 평가를 주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일본인이 보기에 도요토미는 오다 노부나가(1534-1582), 도쿠가와 이에야스(1542-1616)과 더불어 전국시대의 삼걸三傑로 꼽히는 무장이자 흙수저 성공신화를 이룬 경세가다. 그 인기는 도요토미 정권을 끝낸 에도 바쿠후 시절에도 식지 않았다. 바쿠후는 도요토미와 관련된 서적을 금서로 지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만, 그럼에도 일본 서민들 사이에서 그의 인기는 여전했다. 때는 분세이 6년(1823), 후루시마古島邑라는 곳에 요시다 아무개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제법 글자를 알았던 그는 어느 날 소설을 읽고 싶다는 욕망에 사무쳤다. 하지만 소설을 살 돈.. 2021. 3. 1.
근원 김용준(1904-1967)의 병풍 속에서 그의 붓이 지나면 가지의 감은 어느새 익고 팔백 년 전 청자가 나툰다 거기에 꿈틀대는 게 한 마리 어디선가 기어온다 2021.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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