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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철의 잡동산이雜同散異285

호칭 모르면 개새끼 족보 페미니스트 난리 칠 수도 있겠지만, 전통적으로 여성에게는 좀 특별한 대우(?)가 있었다. 시집 가기 전, 촌수가 없는 고모부는 어린 처질녀에게 높임말인 '~하소'를 해야 했다. 출가한 이후로는 시댁 사람이 되었다는 뜻으로 자손에게는 시댁의 성을 붙여 김실(金室) 이실(李室)처럼 불렀다. 그럼 자손이 아닌 누나, 누이, 고모, 대고모는 어찌 불렀을까? 마찬가지로 누나는 김씨자(金氏姉)처럼 누이는 김씨매(金氏妹)처럼 고모는 김씨고(金氏姑) 따위로 불렀다. 예컨대, 저자가 유씨인데 '韓氏妹'를 '누이 한씨'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일전에 원문도 첨부되지 않은 어떤 번역본을 보다가 개새끼 족보 보는 느낌이 들었다. 2020. 12. 1.
영광 조기파시 영광 법성포 앞 칠산앞바다 조기파시는 아주 옛날부터 유명했으니, 따로 말이 필요치 않다. 망해사 혹은 암해암이 영광 바닷가에 있었는데, 오늘날 위치는 분명하지 않다. 추담秋潭 김우급金友伋(1574~1643)은 그의 벗으로 자가 사흥士興인 사람의 집이 근처여서 망해암에서 고깃배 등불을 보고 싶어하였고, 마침내 소원을 이루어 시를 남겼다. 망해암은 수은 강항이나 윤진의 아들 윤운구尹雲衢 같은 이가 이곳에서 남긴 시문이 전한다. 《망해사에서 고깃배 등불을 읊다[望海寺詠漁燈]》 눈에 가득히 펼쳐진 일천 점들 極目羅千點 높았다 낮았다 원근을 오가도다 悠揚近遠行 신기루에 잠겨 기묘함 빼앗기고 奪奇潛怪蜃 큰고래 달리니 무서워 나뉘었소 分㥘走長鯨 중은 하늘에 달이 없어 놀라고 僧訝天無月 아이 물에 별 있다고 시끄럽네 .. 2020. 11. 29.
쓸데없는 might have been 영조는 말년에 경복궁을 자주 찾아 옛 모습을 찾고, 정리하고, 토론하며 여러 장의 북궐도를 그렸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네 점으로 설계 변경이 반영되었다. 영조는 확실하고 요긴한 건물부터 하나씩 복원하려고 했지만, 목숨은 유한했다. 만약 정조가 화성이라는 뜬금없는 신도시와 능행이라는 뻘짓으로 탕진하지 않고 경복궁을 복원했다면 어쨌을까? 그림은 1997년 소더비경매에 나온 적이 있었던 북궐도. 2020. 11. 28.
이 세상 모든 독거노인을 위하여 from a 독거노인 living in Jangseong 김우급, 〈즉흥시(即事)〉 지지리도 청승궂게 깊은 방안에서 惻惻幽房裏 썰렁한 이불 속 홀로 누운 이 마음 寒衾獨夜情 올해도 다 가고 달랑 한 달 남으니 年流餘一月 시간은 재촉하여 이미 삼경 되었네 漏促已三更 화롯불 돋우어도 싸늘하게 식은 재 撥火灰空冷 등불 심지 돋우어도 그림자 어둡다 挑燈影不明 그 누가 알겠는가 나의 이 마음속에 誰知方寸上 어렴풋이 떠오르는 좋은 시문 있음을 隱隱有長城 ----- 마지막의 長城은 '좋은 시문'이라는 뜻이 있다. 사진은 경주의 독거노인 作 2020. 11. 28.
양반의 일상 양반의 삶은 우리가 드라마로 접하는 것보다는 훨씬 다채로웠다. 죽을 듯이 공부만 하는 양반도 있었고, 신분은 양반이지만 일자무식 수준도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는 오늘날 보통의 우리처럼 적당히 정의롭고,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며 살았다. 사서삼경을 열심히 공부해서 입신출세를 노리기도 하고, 의학, 농업, 수학 따위의 실용적인 것도 적당히 배워야 했고, 절을 찾아 다니며 승려들과 즐기기도 했으며, 노장의 서적을 읽으며 도인들과도 어울리기도 하였다. 추담 김우급이라는 인물은 불과 20여 년에 걸쳐 쓴 4천여 수를 남겼으나 조선시대에 문집으로 간행되지 못하고 일제강점기 초에야 발간되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문집을 발간하려면 일정 기준에서 산삭해야 했지만, 그러기 어려웠다. 그의 시에는 양반이면 그.. 2020. 11. 26.
누구나 죽기는 싫다 죽기 싫은 건 동서고금, 남녀노소가 혼연일체. 〈‘사’ 자를 가지고 우스개로 짓다得死字戲題]〉 이 죽을 사라는 글자 달갑지 않아 不喜此死字 인간이 반드시 지닐 것은 아니네 人間莫須存 풍군이 새로이 팔괘 그어 만들었고* 風君初作畫 수제는 일찍이 불태우지 아니했네* 水帝曾未焚 귀천 가림 없이 모두 땅에 묻히고 貴賤同歸土 현우 따짐 없이 함께 문*에 든다네 賢愚共一門 삭제할 것은 삭제한 사람 없었으니* 無人削則削 천년 세월 아이들에게 가르쳐야지 千載敎兒孫 김우급(金友伋, 1574~1643) *** *풍군(風君)이……만들었고 : 풍군은 복희씨(伏羲氏)를 이른다. 그의 성이 풍(風)이므로 풍군이라고 한 것이다. 복희씨가 황하(黃河)에서 나온 용마(龍馬)의 그림을 보고 팔괘(八卦)를 그어서 처음으로 《주역》을 만들.. 2020.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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