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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철의 잡동산이雜同散異

옛 사람의 교유

by 한량 taeshik.kim 2020. 12. 1.


하서 김인후(金麟厚, 1510~1560)의 손자이며 고봉 기대승의 사위인 선교랑(宣敎郎) 김남중(金南重, 1570~1636)은 본관은 울산(蔚山)이며, 호가 취옹(醉翁), 자가 여겸이다. 그는 장성군 황룡면 맥호리 보리올[麥洞] 마을에 살았으니, 바로 하서 김인후가 태어난 99칸 집이었다. 물론 하서 말년에 99칸을 지었지만 당시에 너무 고량(高梁)으로 지어 불과 20년도 안 되어 다 허물어지고 말았다. 지금 있는 백화정은 일제강점기에 그 터에 새로 지은 것이다.

그는 남쪽 5리 남짓 박산장과 요월정에 사는 김우급, 북쪽 5리 남짓 하남정사(당시엔 인재)에 살던 기처겸, 동쪽 10리 쯤에 살던 이익과 친밀하게 살았고, 네 집안의 혼인관계도를 그리면 마치 엉킨 실타래와 같다.

김우급의 《추담집秋潭集》에는 이 세 사람과 주고 받은 시가 200여 수가 넘는데 당시 사람들의 교유를 보면 참 멋이 있다. 그 가운데 김우급이 맥동 마을 김남중 집을 들르지 않고 지나가면서 지어 나중에 부친 시는 참 맛깔나다.

다만, 5행은 世情이 여기에서는 '대대로 나눈 정'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을 듯하다.

〈여겸의 거처를 지나며 지어 추후에 부쳐 보냄[過汝兼居 追後寄贈]〉

휑뎅그렁 시골 마을 고요한데 寥寥村巷靜
또렷하게 보이는 닫힌 사립문 歷歷見柴關
눈이 두른 성긴 울은 굽어있고 雪擁踈籬曲
다리 걸린 작은 시내 굽이치네 橋橫小水灣
세상 인정 깊기가 바다와 같고 世情深似海
사귀는 정 무겁기가 산과 같소 交意重如山
아득히 보며 쓸쓸히 지나갈 때 望望空經過
그대는 돌아오는 나 기다렸으리 君應待我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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