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서울시립과학관을 논하면서 당장 지도를 첨부하는 까닭은 지금 이 과학관이 처한 묘한 위치를 말하고자 함이다.
이는 내가 이 과학관 털보관장 이정모 형한테 직접 들은 말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현장 방문에서 절실히, 그리고 적실히 확인한 것이기도 하거니와, 다름 아닌 지정학적 위치다.
저 과학관이 위치한 노원을 지금은 당연히 서울이라 하지만, 불과 20년 전만 해도 서울의 오지와 같았으니, 시계추를 거꾸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저긴 한양이 아니었다. 경기도였다. 그냥 노원이었다. 노원은 한자가 蘆院이어니와, 院은 요즘으로 치면 고속도로 휴게소가 있는 마을이라 역참이었다.
서울시립과학관
서울시립과학관은 명칭이 명확히 보여주듯 시립市立이니, 이는 시가 발기했단 뜻이 아니라, 시가 세웠다는 뜻이며, 단순히 세운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운영까지 한다는 뜻이다. 영어로 옮기자면 city-run 정도가 되겠다.
하지만 이에서 바로 이 과학관이 처한 함정 혹은 모순 혹은 곤혹이 등장한다. 저 위치성 때문에 서울시민을 위한 과학관보다는 노원구립과학관으로 통용하는 까닭이다.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친 까닭에, 더구나 그런 치우친 위치라 해도 강남이나 수서, 송파처럼 삐까뻔쩍하는 곳도 아니니, 부러 저곳을 찾아 가는 다른 지역 관람객이 아직 절대소수로 내가 안다. 강남 사는 사람들이 저길 부러 찾아가겠는가 말이다.
서울시립과학관
털보씨는 관람객 숫자에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이건 털보씨 개인 생각이고, 이를 세운 서울시나, 그 주변을 얼쩡이는 사람들한테는 과학관 같은 문화시설의 절대적인 성공 잣대는 오직 관람객 숫자와 그 추이에 있을 뿐이다. 털보씨야 계약기간 채우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남아서 계속 운영해야 하는 사람들한테는 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이에 더해 털보씨 부아를 돋구는 일도 심심찮게 있나 보다. 노원구 지역 사회에서도 시립과학관을 구립과학관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부지불식간에 있는 모양이다. 구립이라 해서 낮거나 시립이라 해서 높은 것은 아니지만, 이는 지휘계통의 문제를 유발한다. 시립박물관은 서울시장 통제를 받지 노원구청장 아래 있지 아니하다. 하지만 구립과학관처럼 통용하는 까닭에 이를 둘러싼 웃지못할 해프닝도 가끔은 있는 모양이다.
서울시립과학관
관람객 숫자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지만, 털보씨 역시 고민은 없지는 않을 것이로대, 노원구립에서 건져내어 저 과학관을 서울 시민 전체를 위한 문화시설로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의 외침이 그것이다. 노원구민만이 아니라 그들을 포함한 서울시민 전체가 향유하는 곳으로 격상을 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 점 누구보다 털보씨를 필두로 하는 저 과학관 종사자들이 고민하는 듯했다. 나는 그 고민의 모습에서 희망을 봤다.
부디 서울시민을 위한 더 멋진 시설로 일로번창 다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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