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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2575

백송의 노래[白松頌] 늙어야 백송白松이지 한창인 시절엔 시푸루둥둥松이라 전날 술쳐먹고 무단 외박했다가 마누라한테 야구방맹이로 얼굴 얻어터져 생긴 멍자국 같다. 젊어선 질질 흘리기 마련이라 송진이 몽정하듯 줄줄 흐르는데 정력이 넘쳐서라 해둔다. 늙어 눈꼽이 끼고 비늘이 생겨야 비로소 백송이라 하니 늙을수록 대접받는 이 그대뿐인가 한다. 2020. 6. 24.
표절과 인용(2) 흔히 인용만 하면 그것으로 표절 혐의에서 벗어난다 생각하지만 이 문제도 간단치 않다. 예컨대 챕터 하나, 혹은 몇개 패러그래프가 인용에 기반한 다른 사람 글의 축약인 때가 있다. 한데 국내 학술계 풍토를 보면 이게 실은 표절인 때가 허다하다. 그것은 인용과 각주의 처리 방식에서 말미암는다. 인용이나 축약은 대체로 보면 그것이 끝나는 지점에다가 각주 하나를 붙이는데, 이렇게 하면 각주가 있는 그 문장만이 인용 혹은 축약인지, 아니면 그 앞쪽 어디까지가 인용 축약인지 독자는 알 수가 없는 때가 많다. 나 또한 이런 일에 부닥쳐 나름대로 고안한 방식이 예컨데 이에 대한 이러이러한 설명은 누구의 어떤 글을 축약한 것이다는 식으로 밝히곤 한다. 따라서 인용은 거의 예외없이 직접 인용이어야 한다는 신념이 나는 있다.. 2020. 6. 23.
문질빈빈文質彬彬, 동아시아 글쓰기 이천오백년의 쟁투 子曰, "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然後君子"공자가 말했다. "생각이 문장보다 앞서면 조악하고, 문장이 생각보다 앞서면 겉만 번드레하다. 생각과 문장이 절절이 조화를 이룬 이후라야만 군자다."이 말은 여러 용도가 있었으니, 개중에서도 가장 널리 애용된 곳은 문장론이었다. 이에서 質은 자기가 표출하고자 하는 자기 생각이다. 文은 그것을 표현하는 문장 표현 양식이다. 문장에 신경쓰지 않고, 지 생각만 강요하고자 하면, 천박하기 짝이 없고, 반대로 문장이라는 꾸밈만 내세우고, 지 생각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는 글은 겉만 요란할 뿐 내용은 없다는 말이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야 문장다운 문장이 된다는 뜻이다. 이 말 정곡을 찌른 표현이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다. 생각인가 문장인가? 이.. 2020. 6. 22.
기록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보통 세끼를 먹는다. 내가 무수한 기록을 보았지만 하루 세 끼 먹는다는 흔적을 본 기억이 없다. 왜 기록에 없는가? 일상적인 일일수록 기록에 남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특히 사서로 분류되는 기록에 강해 그 어떤 정사에도 하루 세 끼 운운한 흔적을 내가 본 적은 없다. 우리가 보는 모든 기록은 모조리 엽기요 특이다. 엽기와 이채로 그 사회를 설명할 수는 없다. 이는 고고학도 마찬가지다. 그 어떤 고고학적 증거도 그 사회의 지극한 단편에 지나지 않는다. 그 시대 금지사항을 알면 그 시대 유행을 알 수 있다. 한데 역사학도 고고학도 가릴 것 없이 그 엽기로 그 시대의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한다. 나 역시 그에서 자유롭다 할 수 없다. 나는 어떤 기록을 보고 그것이 역사의 사실인가를 따.. 2020. 6. 21.
가만히 봐야 이쁜 꽃 영화 《쌈박질의 기술》이었던가? 그 비스무리한 대화가 나온다. - 너 가만히 보니 이뿌다 - 가만히 안 보면요? - 가만히 안 보면 안 이뿌지 2020. 6. 21.
균질을 강요하는 사회, 균열을 쟁투하는 사회 북한, 대남전단 인쇄 살포준비…"당해봐야 기분 더러운지 알것"(종합2보) 2020-06-20 09:05 "보복성전, 삐라투쟁으로 넘어가"…문 대통령 얼굴 전단에 꽁초 뿌린 사진도 공개 업데이트한 소식인가 보다. 대북전단 보복 차원에서 같은 수법으로 맞대응 카드를 쓴다는 북한이 어떤 전단을 보내려는지 모르나 이 사회가 균질의 단일성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라서 그 전단이 더러 박수와 환호를 자아낼지도 모른다. 저짝에서야 속으로 어찌 생각할지 모르나 김정은에 대한 절대복종과 존경을 표방하나 이짝에서 대통령을 바라보는 관점은 천차만별이라 북쪽에서 김정은 보듯 하는 시각도 없지 않고 그 극단에선 혐오와 증오의 원천이기도 하거니와 저 소식을 전하며 첨부한 담배 사진만 해도 문재인을 증오하는 사람들한텐 박수를 얻어낼지.. 2020.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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