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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 국선암은 어디일까? 《추강집(秋江集)》을 읽다가 추강(追江) 남효온(南孝溫·1454∼1492)이 병오년(1486) 섣달그믐을 공주(公州) 국선암(國仙庵)이라는 절 암자에서 보낸 시를 목도하곤 각종 검색기로 국선암을 돌리는데 어딘지 걸리지 않는다. 《승람(勝覽)》에도 안 보인다. 그 위치로 보아 마곡사(麻谷寺) 암자일 가능성이 큰데, 관련 지리지나 마곡사 사적기를 더 찾아봐야겠다. 추강이 차현(車峴), 곧 지금의 차령산맥을 넘으면서 쓴 시도 있는 것으로 보아 그럴 가능성이 있다. 추강 당시 조선 전기에는 있었던 국선암이 후대 언제인지 완전히 소실됐을 가능성도 있고, 나중에 이름을 바꿨을 가능성도 있다. 國仙庵은 명칭으로 보아 산중 암자이며, 仙이라는 글자로 보아서는 구중심처에 있었던 듯하다. 아래 《추강집》에 수록된 일련의 .. 2018. 5. 27.
천지 끝 만나러 한층 한층 올라 한시, 계절의 노래(44) 관작루에 올라[登鸛雀樓] [당(唐)] 왕지환(王之渙) / 김영문 選譯評 태양은 산에 기대 모습 감추고황하는 바다로 흘러드누나가뭇한 천 리 끝을 다 살펴보려또 다시 한 층을 더 올라가네 白日依山盡, 黃河入海流. 欲窮千里目, 更上一層樓. 넓고 큰 안목으로 미래를 바라봐야 하지만, 인간의 안목은 얼마나 짧은가? 공자는 태산에 올라 천하가 작다고 했다. 나는 우리 집 뒷산에만 올라도 천하가 드넓음을 느낀다. 옛 선비들은 높은 곳에 오르는 일을 학문에 비유했다. 한 발 한 발 더 높은 경지로 힘겹게 올라가는 모습이 수양하고 공부하는 과정과 같다고 봤기 때문이다. 우리 눈앞의 평화 논의도 더 높고 넓은 안목으로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야 하리라. (2018.05.26.) 첫째 구와 둘.. 2018. 5. 27.
저 달빛은 내 맘 알까? 한시, 계절의 노래(43) 수양곡(壽陽曲) [원(元)] 마치원(馬致遠) / 김영문 選譯評 구름은 달 가리고바람은 풍경 희롱하니 두 가지 모두마음을 처절하게 하네 은촛대 심지 자르고이 심사 써내려다 장탄식 내뱉으며등불 불어 꺼버리네 雲籠月, 風弄鐵, 兩股兒助人凄切. 剔銀鐙, 欲將心事寫, 長吁氣, 一聲吹滅. 원나라 때 유행한 새로운 민요 산곡(散曲)이다. 그 중 가장 짧은 형식을 소령(小令)이라고 한다. 시로 치면 절구(絶句)에 해당한다. 처절하게 슬픈 마음은 어떻게 묘사할 방법이 없다. 등불조차 꺼버리고 어둠 속으로 침잠할 뿐. 월(月), 철(鐵), 절(切), 멸(滅)로 이어지는 입성(入聲) 운자(韻字)가 처절한 슬픔을 더욱 강화한다. (2018.05.25.) 중국 시는 매너리즘에 빠질 때마다 민간에서 새.. 2018. 5. 26.
Tomb of King Shinmum Located in the suburbs of Gyeongju City 2018. 5. 25.
쏘가리는 살이 찌는데 찔레는 만발하고 한시, 계절의 노래(42) 시내 마을 즉흥시[溪村卽事] 두 수 중 둘째 [남송(南宋)] 왕자(王鎡, ? ~ ? ) / 김영문 選譯評 깊은 봄 물 따뜻해쏘가리 살찌는 때 바구니 찬 산골 아이고사리 캐 돌아오네 산길 내내 꿀벌 소리끊임없이 들리나니 가시 달린 찔레꽃이산천 가득 피어 있네 春深水暖鱖魚肥, 腰筥山童采蕨歸. 一路蜜蜂聲不斷, 刺花開遍野薔薇. 쏘가리 살찌는 때에 왜 고사리를 캐는가? 쏘가리는 한자어로 궐어(鳜魚)다. 고사리는 한자어로 궐(蕨) 또는 미(薇)라고 한다. 궐어(鳜魚), 채궐(采蕨), 야장미(野薔薇)의 연결이 교묘하다. 봄이 깊어 시냇물이 따뜻해지면 쏘가리가 살찐다. 같은 때 산중에는 고사리가 살찐다. 보릿고개에 이 두 먹거리를 섞어 끓이면 무엇이 될까? 또 이 시절엔 온 산천 가득 찔레꽃.. 2018. 5. 25.
연지 붉게 칠한 찔레꽃 한시, 계절의 노래(41) 찔레꽃[野薔薇] [송(宋)] 양만리(楊萬里) / 김영문 選譯評 붉은 꽃 지고 녹음이벌써 짙을 때 길 가의 산꽃도드물어졌네 추레하게 남은 봄이자상하게도 찔레꽃에 연지를 짙게 칠했네 紅殘綠暗已多時, 路上山花也則稀. 藞苴餘春還子細, 燕脂濃抹野薔薇. (2018.05.22.)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가수 백난아의 「찔레꽃」이란 대중가요다. 이 시에서도 “찔레꽃에 연지를 짙게 칠했네”라고 읊었다. 찔레꽃은 대개 흰색 꽃잎에 연노랑 꽃술인데 왜 붉다고 했을까? 드물지만 붉은 찔레꽃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사무쳐서 흰 찔레꽃을 붉게 인식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는 철이 들 무렵부터 어머니께서 더러 「찔레꽃」.. 2018.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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