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분류 전체보기20047

객선으로 밀려드는 한산사 종소리 한시, 계절의 노래(209) 풍교에 밤배를 대다(楓橋夜泊) [唐] 장계(張繼) / 김영문 選譯評 달지자 까마귀 울고서리는 하늘 가득 강가 단풍 어선 등불시름속에 졸고있네 고소성밖한산사의 한밤중 종소리가객선으로 들려오네 月落烏啼霜滿天, 江楓漁火對愁眠. 姑蘇城外寒山寺, 夜半鍾聲到客船. 우리는 불균형의 균형을 이야기할 때 흔히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을 예로 든다. 균형이 데칼코마니 같은 똑 같은 모양, 똑 같은 질량, 똑 같은 무게를 양쪽 천칭(天秤)에 얹어놓은 것일 뿐이라면 우주와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까? 하지만 천지자연은 그렇지 않다. 음과 양, 여와 남, 달과 해, 봄과 가을, 동청룡과 우백호, 종묘와 사직단 그리고 석가탑과 다보탑 등 모양, 질량, 무게가 다른 사물이 짝을 이루어 삼라만상을 조화의 세.. 2018. 10. 25.
낙엽은 기력 잃은 나무 탓이요, 애꿎은 바람 원망말지니 한시, 계절의 노래(208) 낙엽(落葉) [明] 주초(朱樵) / 김영문 選譯評 초록 잎새 그림자겹겹이더니 가을 오니 쑥덤불 따라굴러가누나 나무에 기댈 힘없는 탓이니 함부로 서풍을원망치 말라 綠葉影重重, 秋來逐轉蓬. 自無依樹力, 莫謾怨西風. 가을은 뭐라 해도 낙엽의 계절이다. 전국시대 초나라 시인 송옥(宋玉)은 「구변(九辯)」이란 초사 작품에서 “슬프다! 가을 기운이여! 쓸쓸하다! 나뭇잎 떨어져 스러짐이여!(悲哉秋之爲氣也, 蕭瑟兮草木搖落而變衰)”라고 탄식했다. 지금까지 전해오는 한시 작품 중에서 ‘슬픈 가을(悲秋)’의 원조라 할만하다. 당나라 두보는 「높은 누대에 올라(登高)」라는 칠언율시에서 “가 없는 낙엽은 우수수 떨어지고, 끝 없는 장강은 콸콸콸 흘러오네(無邊落木蕭蕭下, 不盡長江滾滾來)”라고 읊었다... 2018. 10. 25.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 얼마전 나는 이 블로그를 통해 움베르토 에코 소설이 새로이 국내에 소개됐음을 '하염없는 부러움'이라는 제목의 포스팅으로 소개했으니, 그 소설이 내 머리맡에도 있지만, 요샌 책 읽기 엄두가 나지 않는 바쁜 나날임을 핑계로 들쳐볼 생각도 못했거니와, 오늘 아침 문제의 소설을 우리 공장 문학 담당 임미나 기자가 아래와 같은 기사로써 소개한다. 가짜뉴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움베르토 에코 마지막 소설'제0호' 출간…에코 "저널리즘, 가짜·조작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해야" '제0호'라는 제목이 약간은 이질적이라, 그러면서도 에코 작품은 하도 많은 소개가 이뤄졌으니, 이번 책 역시 혹 기존 번역에 대한 새로운 버전 아닌가 하는 의심도 없지는 않았으나, 임 기자 보도를 보면 얼마 전 타계한 이 거장(1932∼2016)의.. 2018. 10. 25.
BTS 보겠다고 쫄래쫄래 갔다가 개고생한 어느 기자 이야기 문화체육관광부가 해마다 이맘쯤 가을에 주최하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 현장을 언론에서 다룬 적은 거의 없다. 이 시상식을 하기 전에 정부에서는 그 분야별 명단을 사전에 발표하기 마련인데, 이를 취급하는 언론 보도 행태는 거의 예외 없이, 부문별 수상자를 단신 형태로 간단히 전할 뿐이다. 하지만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은 특별해, 무엇보다 취재진이 빠글빠글 몰렸으니, 바로 그 수상자로 방탄소년단이 포함된 까닭이다. 북미와 유럽투어를 마치고 이날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파리에서 귀국한 이들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한테서 화관문화훈장을 받았으니, 역시 월드스타가 뜬다 하니, 그의 열성팬이 행사장으로 몰려든 것은 물론이려니와, 예년 같.. 2018. 10. 24.
故 이창호 아나운서 타계에 즈음한 씁쓸함 이창호 아나운서가 타계했다. 오늘 오후 유족한테서 직접 전화가 왔다. KBS 아나운서를 지낸 누가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그 시간 하도 이런저런 기사가 쏟아져 들어올 시간이라, 정신이 사나워서였는지, 아니면 얼이 빠져 그랬는지, 이름도 제대로 복기하지 못한 채, 대략 부고 양식에 맞추어서, 자료 보내주시면 부고로 전하겠다 하고는 끊었다. 한데 알고 보니 내가 연락받은 아나운서가 이창호씨였다. 우리 공장 내부 인력 사정 이야기는 안하겠다. 다만 방송연예와 미디어 전반을 기자 둘이서 문화부에서 전담하는데, 이 친구들 내가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일에 치여서 매일매일을 산다. 이번 주는 그 1진이 휴가를 내고는 남편 따라 해외 여행 중이라, 남은 2진이 더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그렇게 불쌍히 남은 우리.. 2018. 10. 24.
18세기, 한반도는 인구가 폭발했다 임진강변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들이 나한테 자주 묻곤 하는 말이, 저기가 북한인가라는 물음이다. 내 대답은 간단하다. "남한 땅인지 북한땅인지 구별하는 방법은 실로 간단하다. 나무 한 그루 없으면 북한 땅이다." 이런 사정은 압록강변, 두만강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야 두 강이 중국 혹은 러시아와 북한 국경인 까닭에, 어느 곳이 북한 땅인지 견줄 필요조차 없지만, 역시 이곳에서 봐도 북녘 땅 산에는 나무 한 그루 온전히 자라는 데가 없다. 남북화해 국면에 따라 남북 협력 방안이 다양하게 논의되는 형국이거니와, 개중에서도 가장 절박한 곳이 철도와 산림이라 해서, 이 분야에 집중하는 까닭이 그 완비 정비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저 앙상한 산림 사정이 우리 역시 시계추를 거꾸로 돌려 40년.. 2018. 10. 24.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