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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天皇천황’에 대한 알레르기를 넘어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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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북극성도 서양 별자리 개념이랑 동아시아 그것이 차이가 있다. 동아시아 북극이라 하면 별자리 하나를 얘기할 수도 있지만 북극오성이라 해서 지금의 북극성을 중심으로 하는 별자리 집합체를 뜻하기도 한다.

 

나는 줄기차게 자색이 천황의 색깔임을 주장했다. 그리고 전편에 이어 이번 글까지 합쳐 많은 한반도 역대 군주가 지상에 강림한 천상의 천황임을 내세운 증좌들을 제시했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말해 그들이 지상의 천황임을 표방했다 해서 그런 ‘우리’ 역사가 자랑스럽다고 내세우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중요한 점은 그들이 천황을 표방했다는 사실 그 자체이며, 그들이 천황을 표방했다 해서 절대 권력의 화신인 천황이었던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천상의 천황이 지상의 천국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천황이라는 말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일본의 군주를 그렇게 지칭한다는 이유에서다.

나는 왜 일본의 군주를 천황이라 부르지 않고, 굳이 밑도 끝도 없는 ‘日王’이라는 말로 대체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 ‘일왕’에 견주어 ‘천황’이 지고지순한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돌이켜 보면 천황 혹은 그 줄임 이전의 말인 천황대제天皇大帝는 천상 세계를 관장하는 최고신의 명칭이다. 이 말은 역사를 추적하면 전한 말기 무렵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를 가장 주요하게 써먹은 사상사의 흐름은 도교였다.

도교가 내세우는 무수한 神 중에서 천황은 한동안 극성을 구가했다. 그것은 이미 《詩經》에서 모습을 드러낸 호천상제昊天上帝를 밀어낸다. 밀어낸 힘은 昊天上帝는 실체가 모호하기만 한데 견주어 천황대제는 실체가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북극성을 신격화했다.

뭇별은 다 돌지만, 오직 하늘 정북쪽 중앙을 차지한 채 돌지 않는다고 간주된 북극성, 이처럼 명확한 실체는 없었다.

그런 천황대제도 위진남북조시대를 지나면서 노자의 신격화와 더불어 급속히 대두한 새로운 신인 원시천존元始天尊에게 밀려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宋代에 들어서면서 천황대제건 원시천존이건 모두가 옥황상제玉皇上帝 앞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고다이고 천황 후제호천황 後醍醐天皇. 역사를 통괄하면 천황은 실상 꿔다논 보릿자루인 기간이 더 길었다.



천황은 역사의 산물이다. 그것은 아득히 먼 그 어느 때부터 존재한 최고신격이 아니었다. 그것이 한때 極强이었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뒷방으로 밀려났다. 오직 일본의 군주 이름으로만 살아남아 겨우 힘겨운 생명력을 부지할 뿐이다.

천황은 일본사에서만 존재한 그 무엇도 아닐뿐더러, 천황이라는 말을 쓴다 해서 그것이 일왕에 견주어 더 일본 혹은 그 군주의 위상을 드높여주는 것도 아니다.

이제는 천황을 우리의 심리적 압박에서 자유롭게 풀어놓아야 할 때다. 놓아주자. 그리고 자유롭게 저들 군주를 천황으로 불러주자.

(2015.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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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내 어떤 논문 결론 부분인데 내가 쓴 내 글이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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