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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철의 잡동산이雜同散異

〈매미에 대한 설 갑진년〔蟬說〕〉 by 鹿門 임성주任聖周(1711~1788)

by taeshik.kim 2022.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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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가 넘어 잠들어 매미 소리에 깨었다. 나가야 하는데 멍해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녹문(鹿門) 임성주(任聖周, 1711~1788)가 남긴 〈매미에 대한 설[蟬說]〉이 떠올랐다.

나는 전근대 시대 글을 볼 때마다 모든 것을 하느님이나 인연으로 퉁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비과학적 태도가 마땅치 못하다.

매미 소리는 입에서 나지 않고 등에서 난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 원인을 달리 분석할 수는 없었을까?

《녹문집(鹿門集)》 권21에 수록되었는데, 한국고전번역원 번역을 그대로 소개한다.


〈매미에 대한 설 갑진년(1724, 영조 즉위년)〔蟬說 甲辰〕〉

매미가 우는데 소리가 등에서 나온다. 무릇 천하에 소리를 내는 동물은 모두 입으로 소리를 내는데, 매미만 등에서 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입으로 소리를 내는데도 사람들이 알지 못할 뿐인가, 아니면 매미라는 물건이 미소해서 이목구비(耳目口鼻)의 기관을 갖추지 못해서 그런 것인가.

벼룩과 이와 개미를 보면 지극히 자질구레한데도 입을 가지고 있고, 지렁이와 굼벵이를 보면 지극히 굼지럭거리는데도 입을 가지고 있다. 소리를 내지 않는 것들도 입을 가지고 있는데, 매미처럼 맑고 기이한 소리를 내는 것이 입으로 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어찌 이상한 현상이 아니겠는가.

옛사람이 “매미는 이슬을 마신다.”라고 하였으니, 매미에게도 입은 있는 것이다. 입이 없다면야 사람들이 물론 이상하게 여길 것도 없겠지만, 입이 있는데도 소리가 등에서 나와야만 사람들이 “왜 그럴까?” 하고 이상하게 여길 수 있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말이 많은 것을 싫어해서 하늘이 매미의 입을 일부러 함봉(緘封)하여 경계한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서 느껴지는 바가 있기에 이렇게 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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