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에 저 먼 나무에서 꼼짝도 않고 앉은 매는 기품이 있다.
옛사람이 매과 새를 일컫는 이름은 다양하다. 제대로 암기하려고 했지만 항상 실패한다.
영재(泠齋) 유득공(柳得恭, 1748~1807)의 《고운당필기(古芸堂筆記)》에 수록된 〈맹금의 이름〔鷙鳥名〕〉을 보면 매과 새의 우리말 이름을 알 수 있다.
“맹금은 종류가 매우 많다. 매 중에 그해에 태어나 길들인 것을 ‘보라매[甫羅鷹]’라고 하는데, 보라는 담홍색(淡紅色)의 우리말인즉 보라매가 깃털 색이 옅기 때문이다.
산에서 여러 해를 산 것을 ‘산지니[山陳]’라고 하고, 집에서 여러 해 기른 것을 ‘수지니[手陳]’라고 한다.
매 중에 가장 뛰어나고 털이 흰 것을 ‘송골(松鶻)’이라고 하고, 푸른 것을 ‘해동청(海東靑)’이라고 한다.
수리 중에 몸집이 작으면서 매와 흡사한 것을 ‘독수리[獨戍伊]’라고 하고, 수리 중에 몸집이 크면서 노루와 사슴을 잡을 수 있는 것을 ‘가막수리[伽漠戍伊]’라고 하는데 가막은 우리말로 검다는 뜻이다.
수리와 비슷하면서 호랑이를 잡을 수 있는 것을 ‘육덕위(肉德威)’라고 하며 모습이 웅대해서 사람을 태우고 날아간다. 호랑이를 보면 날아서 그 머리에 앉아 눈을 쪼아 댄다.
매와 흡사하지만 두 날개가 길고 날카로운 것을 ‘난춘(蘭春)’이라고 하는데, 날개로 쳐서 거위와 기러기를 베고 또 매도 죽인다. 매와 흡사하면서 눈동자가 검은 것을 ‘조골(鵰鶻)’이라고 하며, 매를 잡을 수 있다.
매와 흡사하면서 붉은 가슴과 흰 등에 눈동자가 검은 것은 ‘방달이(方達伊)’라고 하고, 매를 죽일 수 있다. 매와 흡사하면서 몸집이 작은데 날개가 날카롭고 다리가 긴 것은 ‘결의(決義)’라고 한다. 메추라기를 잡을 수 있으니, 바로 이른바 ‘새매’다.
결의와 흡사하면서도 비둘기와 비슷하고 눈동자가 검은 것을 ‘도령태(盜鈴馱)’라고 하고, 메추라기를 잡을 수 있다. 도령태와 흡사하면서 참새를 잡을 수 있는 것은 ‘구진의(句陳義)’라고 하고 ‘발남갑(孛南甲)’이라고도 하는데, 바람이 불려고 하면 곧장 공중으로 날아올라 유유자적하며 내려오지 않는다. 발남은 우리말로 바람이니, 곧 이른바 ‘신풍(晨風 쏙독새)’이다.
결의와 흡사하면서 부리 옆이 칼로 새긴 듯 쪼개진 것은 ‘작응(雀鷹)’이라고 하고, 참새를 잡을 수 있다. 매와 흡사하면서 꼬리 끝에 흰 깃털이 있는 것은 ‘마분략(馬糞掠)’이라고 하는데, 참새를 잡을 수 있다.”
이상은 작고한 벗 이무관(李懋官 이덕무(李德懋))의 《한죽당섭필(寒竹堂涉筆)》에 실려 있다. 《한청문감》을 살펴보면 보라매를 ‘추황(秋黃)’이라고 하고, 수지니를 ‘농응(籠鷹)’이라고 하고, 산지니를 ‘산롱(山籠)’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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