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고시간 | 2020-01-19 07:00
국립해양박물관, 번역 10년만에 발간
완역이 시급한 전통시대 문헌으로 나는 이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와 황윤석黃胤錫의 《이재난고頤齋亂藁》 둘을 꼽거니와, 이 둘은 조선시대까지 이룩한 백과사전의 총화다. 그만큼 이 둘은 그것이 커버하는 지知의 범위가 광범위하다.
덧붙여 둘은 성격이 판이해서, 전자가 전형적인 유서類書, 다시 말해 분류식 백과사전임에 견주어, 후자는 애초 그리 기획한 것이 아니라 일기와 유서 그 어중간한 형태를 띤다. 그런 까닭에 후자는 저자가 생활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을 탐구 정리한 실생활형 백과사전 면모를 다분히 띤다.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저자 이규경李圭景(1788~1856)은 동시대 청대 고증학 영향을 짙게 받은 사람이라, 조부가 정조 시대에 검서관을 지낸 이덕무李德懋(1741~1793)요, 부친 역시 검서관을 역임한 이광규李光葵(1759~1817)라는 점에서 가학 전통 또한 대단히 두텁다. 나아가 서얼이라, 학문을 통한 입신양명을 꾀하기 대단히 어려웠으므로, 결국 학문과 입신양명 중 전자에 몰두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 불후의 역작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는 내가 중고교 국사 수업에서 처음 존재를 접했으니, 애초 이를 소개할 적에 국사 선생님은 그 끊어읽기를 강조하셨으니, '오주 / 연문 / 장전 / 산고'라 읽어야 하며, 그 까닭이 저 기사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이규경 호인 '오주五洲'에 거친 문장을 의미하는 '연문衍文', 문장 형태를 지칭하는 '장전長箋', 흩어진 원고를 가리키는 '산고散稿'를 합친 말이다.
이 책을 보면 그야말로 없는 거 빼고 다 있다 할 정도인데, 내가 괜히 이를 두고 전통시대 지知의 총화라 하지 않는다. 이에는 심지어 미라 mummy 이야기도 있다. 그 정도로 수집 범위가 광범위하다.
이리도 방대하며, 이리도 중요하지만, 여직 완역은 없다. 한국고전번역원을 들어가 보면, 그 역본 전체를 공개하기도 하는데, 이건 완역이 아니라, 부분 번역이다. 것도 하도 번역한지 오래되어, 시대 감각에도 쳐질 뿐더러, 시대 한계로 손볼 데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것이 중요한 문헌인 줄 몰라 완역을 미뤘을까? 그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도사린다. 분류식 백과사전이라, 그것이 커버하는 범위는 실로 광범위하다는 말을 계속 하거니와, 이것이 바로 그 완역을 가로막는 일대 장애물이 된다. 한문실력이 제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분야별 전문성을 요구하는지라, 이를 한 사람이 도맡을 수는 없으며, 그 분야별 전문가들이 매달려야 한다.
그제다. 서울에 초상이 나는 바람에 문상 오는 김에 들렀다는 부산 거점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박물관 주강현 관장이 느닷없이 나타나 커피나 한 잔 하자며 수송동으로 행차했다. 그의 손엔 묵직한 에코백인지 가방이 들려있었는데, 그에서 세 종류 책자를 내놓는데, 모두가 근자 해양박물관 발간물이라, 보니 개중에 저 《오주연문장전산고》 어류편 역주본이 있더라.
"오잉? 이런 걸 냈단 말이요? 힘들었을낀데? 이런 건 언제 소리소문없이 준비했소? 암튼 큰일 하셨소. 주강현 욕하는 사람 많아도, 이런 걸 보면 욕 못해 으하하"
한바탕 웃으며, 이런저런 얘기 주고받았다.
기사에도 언급했듯이 이번 책 원고는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문화재단이 2009년 추진하다 중단한 번역 원고가 바탕이다. 그 원고를 10년 만에 다시 끄집어 내고 새로이 작업해 이번에 냈다 한다. 역자는 전병철 경상대 교수와 이규필 경북대 교수 두 사람이다.
주강현
그가 가고 난 뒤, 아무래도 이런 일이 있었다는 기록은 남겨두어야 한다 해서, 박상현 기자더러, 출간 소식을 정리할 것을 주문했다. 기사 말미에 언급되었듯이, 이번 책자는 조만간 해양박물관을 통해 무료 서비스로 제공될 것이다.
한 군데서 총합으로 이뤄지면 좋겠지만, 이런 식으로 전문성을 갖춘 데서 분야별 해제와 온전한 번역이 다 이뤄졌으면 한다.
간평한다.
이 어류편 번역은 주강현 집념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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