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가장 많이 얼어죽는 온도는 5~8도 사이다.
왜 영하가 아닌지는 경험으로 알리라 본다.
엉금엉금 기어가는 reg 기차는 물경 40-50분을 연착했으니 세 시간 걸리다는 테르미니~페루자는 네 시간 비단길 천산북로가 되고 말았다.
내가 이 기차를 비겨 무궁화호라 했지만 취소한다.
비둘기호 내지 그 아래다.
이 기차 전날에 고생한 기억이 있어 타지 않으려 했지만 대안이 없었다.
페루자는 지도 보면 알겠지만 이태리 반도 정중앙쯤 되는 전형하는 내륙도시다.
그에 더해 우리네 태백 정선 같은 데라 해발이 그 정도 높진 않으나 오백미터인가에 이른다.
내륙이지 산장도시지 하니 기온이 로마랑은 또 달라 내리자마자 한기가 들이친다.
으스스하게 기분 나쁜 그 한기 말이다.
이미 도착 무렵은 칠흑 같은 밤이 깔렸으니 그래 봐야 시침은 육시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은 우리로 치면 북극이다.
그 남쪽 로마 위도가 중강진과 같은 41도라는 말 내가 괜히 하겠는가?
그러니 겨울철 해는 우리보다 더 빨리 질 수밖에.
추위와 더불어 또 하나 놀란 것이 밤이라 제대로 면모가 드러나지 않지만 구심은 거대한 산중 성곽 요새 도시라는 사실이다.
호텔을 구심 버스 종점에 삼았으니 이 종점이 산중턱이라 요기 해결할 요량으로 식당 있는 곳을 물었더니 저짝 언덕배기 호텔 직원 갈쳐주면서 메인스트릿으로 가라 한다.
한데 에스컬레이터를 타라. 해서 난 그게 무슨 말인 줄 몰랐다.
갈쳐 준 대로 밥집 찾아 언덕배기로 올라가는데 느닷없이 거대한 성벽이 나타난다.
보니 이 성곽을 곳곳으로 미로처럼 뚫은 길을 타고 올라가야 그가 말한 메인스트릿이 나온다.
구심은 간단히 말해 우리네 남한산성 같다 보면 된다.
하긴 그보다는 아크로폴리스라 보는 편이 낫겠다.
산상에 도시를 만들고 그 사방 언덕배기로는 거대한 성벽을 둘러친 게 아닌가 하지만 이는 낼 아침 나절 현장을 독파해봐야 실상을 가늠할 듯하다.
그렇담 에스컬레이터는 뭔가?
성곽 몸통을 따라 난 터널길에 설치한 에스컬레이터였다.
하나가 나타나서 그거 타고 가면 정상이겠지 했는데 웬걸 네 개인가 다섯 개가 더 나온다.
그걸 성벽 몸통으로 난 길이라 하면 믿기는가?
성벽이 아니라 실상 거대한 성채다.
암튼 그걸 다 올라가니 주작대로가 하나 나오는데
잉?
길이는 어림짐작으로 500미터 내지 암튼 일킬로미터는 안될 텐데 양쪽으로 고색창연한 고층 옛날 시면트 건물이 들어섰으니
알고 보니 내가 찾아봐야 할 고적이란 고적 박물관이란 박물관은 죄다 그런 데 있다.
여느 유럽 오래된 도시가 거개 그렇듯 이곳 역시 구심이라 해봐야 코딱지다.
파리 런던이 구심이 큰 편이라고 하나 거기도 실은 코딱지라 구심이 가장 큰 데가 실은 북경이나 한양이다.
남대문에서 동대문 걸어봐라. 뒤진다,
유럽 구심은 그에 견주어 코딱지고 페루자가 커봐야 구심이 얼마만 하겠는가? 삼십분이면 떡을 친다.
한데 놀란 점은 첫째 보폭 대략 20미터 될까말까 한 그 주작대로 주작대로 복판으로 사각 게르 같은 상점이 줄지어 늘어섰고
살피니 모조리 초콜렛만 파는 점이 아무래도 수상해서 첨엔 여기 사람들은 초코렛 못 먹고 죽은 원통한 귀신 있어 그 원혼 달래는가 했더니
가게 간판들 보니 유로 무슨 삼십주년 초코렛 축제를 한댄다.
젠장 오는 날 장날이라고 마침 일요일이라서인지 인구 16만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 코딱지 도시에 전 세계 사람은 다 몰린 듯 했으니 천상 바글바글한 명동 딱 그 모습이었다.
이래선 내가 내일 움직이기가 심히 곤란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구심은 미어터지는데 저 아래 동네는 아주 한산한 듯하다.
그나저나 안정환 뛰던 페루자 홈구장은 어딨는 거임?
안정환은 어느 집에 산 거임?
샤워하고 빨래하고 테라스 나외 한 대 빨며 이 글을 쓰는데 다시 한기가 몰아친다.
여긴 잘 하면 영하로도 떨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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