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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꼭 나이 때문은 아닌 것이, 다른 젊은 사람들도 이런 일을 왕왕 겪기 때문이다.
그런 마당에 나이까지 먹어가니 건망증이 더 심해질 수밖에 더 있겠는가?
이제 재작년이 되었다.
그 연말에 유럽 한달살이를 하러 나는 떠났다.
떠나기 전에는 으레 지갑에 든 한국돈은 빼놓고 가기 마련인데, 떠날 무렵 마눌님 하시는 말씀이 당신 간 사이에 서재 책상을 바꾸겠다고 했다.
그 서재 서랍 한 켠에는 마누라도 모르는 현금이 제법 있었다. 백만원 단위였다.
꼭 그게 아니더라도, 나는 보통 지갑에 오만원짜리 몇 장은 넣어다니는데, 이게 그냥 버릇이다.
이 버릇은 내가 일부러 들인 측면도 있는데, 길다가 우연히 지인을 만나고 그 지인이 어린 자식을 데리고 있으면 용돈이라도 줘서 보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이 있다.
이게 없어서 나로서는 곤혹스러웠던 적이 여러 번이라, 이젠 그러지 않겠다 해서 대개 지갑에는 오만원짜리 몇 장은 넣어다닌다.
꼭 저런 경우가 아니래도 동석했다가 밤늦게 귀가하는 후배나 어린 친구들은 택시비는 줘야 한다는 믿음이 있으니 이리 한다.
아무튼 이런 통보를 받고 보니 그 꼬불친 현금을 마누라한테 들킬 것이고,
그러면 실로 내가 곤란해지니 그걸 몰래 빼내서 그 서재 리모델링에서도 살아남을 책장 한 켠에 몰래 꽂아뒀다.
돌아와서 찾아서 쓰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 왕왕 다른 분들도 겪게 되는 그런 황당한 일, 곧, 내가 어디에 숨겨뒀는지를 까먹고 말았다.
돌아오자마자 서재를 뒤졌는데 도통 이 돈이 보이지 않았다.
마누라가 알고 빼내갔을 공산은 거의 없어 틀림없이 내가 숨긴 장소를 잃어버렸음이 분명했다.
이후 근 보름 동안 속만 끙끙 앓으면서 내 돈 내 돈을 외쳤으니, 어쩌겠는가?
훗날 언젠가는 발견되겠지 하면서 포기하고 말았다.
한데 이런 돈이 왜 모름지기 훗날 마누라한테 발견된단 말인가?
이후 나는 다시 1년이 지나 석달 유럽살이를 하고 돌아왔다.
돌아왔더니 마누라 왈,
"당신 현금이 왜 이리 많어? 이 돈이 다 뭐야?"
보니 내가 숨캐 놓고 잃어버린 그 돈이었다.
어디서 찾았냐 하니, 내가 간 사이 서재를 정리하다가 어느 칸 어디에서 이 현금 다발을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그 현금 어찌 되었는지 묻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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