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는 탄닌이라 일컫는 특유한 떫은 성분이 있다.
이걸 그대로 사람이 먹을 수는 없으니 다른 짐승과는 다른 점이다.
이 떫은 성분을 다량으로 함유한 대표 과실은 실은 도토리가 아니라 감이다.
이 감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홍시를 떠올리겠지만, 이 홍시도 저 익은 정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곶감이라는 게 요물이라,
이건 탄닌 성분 잔뜩 머금은 땡감 상태에서 깎아서 겨울내내 말려 그 성분을 제거한 곶감이 된다.
이 곶감이 언제 등장했는지는 나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땅에 감이 등장한 이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우리 조상님들이 그 방식을 알았다고 막연히 본다.
감 사촌 고염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토리를 채집해서 그 특유한 탄닌 성분을 빼내는 시설이 한반도에서 출현했다 해서 김해 비봉리 신석기시대 유적 발굴 때 한바탕 난리를 쳤다.
지금 현장에 가보면 전시관 하나가 덜렁 서 있는데, 그 전시관이 온통 이 도토리 이야기라 왜?
도토리 말고선 따로 할 이야기도 없어서다.
그때도 그렇고 이후에도 그런데 나는 이 탄닌 성분 제거 방식을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 방식이 놀랍게도 내가 어린 시절 농촌에서도 다양하게 있었다.
곶감만들기 말고도 말이다.
땡감에서 저 탄닌 성분을 뽑아내고 식용으로 만드는 읽을 삭힌다 혹은 사쿤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방식 어떤 줄 아는가?
첫째 군불 때는 아랫목에 물을 넣은 동이에다가 며칠을 담가두면(아마 소금을 쓰지 않았나 하는데 기억에 없다) 땡감이 식용 땡감이 된다.
둘째 논을 이용한다. 나락 농사 짓는 그 논 말이다.
물이 남아있는 그 논 흙에다가 땡감을 묻어둔다.
하루나 이틀 지난 뒤에 도로 파면 땡감이 식용 땡감이 되어 있다.
이를 사쿤다 한다.
탄닌 성분 제거?
그게 대단한 인류 기술인 것만은 분명하겠지만, 또 그렇게 오도방정 떨 만한 일은 아니어서 농촌 사회 곳곳에 지금도 남아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평범성을 모르니 엉뚱한 데 가서 답을 찾는 것 아니겠는가?
일본 조몽 가서 답을 찾는다?
조몽 타령하기 전에 우리 일상에 남은 그 내력부터 정리해야지 않겠는가?
저 감을 사쿠는 일을 관찰하며 작금 내 엄마가 동네 뒷산에서 줏어온 도토리를 어떤 방식으로 탄닌 free로 만드는지를 먼저 물어얄 거 아닌가?
[도토리 심판론] (3) 추앙하라! 숭배하라! 도토리 신을
***
떫은 감은 소금온수침지, 혹은 엉덩이 상처낸 감에 소주를 발라 비닐 밀봉해 떫은 맛을 줄이는데 단감식재 한계선이 북쪽까지 올라와서인지, 북쪽에서도 그냥 감은 곶감, 연시를 먹는 분위기고,
아삭감은 단감으로 먹기 때문에 떫은맛 빼는 기술은 뇐네들 있는 집에서도 잘 안하는 기술(이건, 기술입니다.)이죠. (신소희 보탬)
'역사문화 이모저모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노아 문명에서 유래하는 황금 양날 도끼 (5) | 2024.10.08 |
---|---|
삼국지 체제의 특징 by 김영문 (4) | 2024.10.08 |
비단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유통한 마한 (4) | 2024.10.04 |
한원翰苑, 고대사의 도토리 버전 (3) | 2024.10.04 |
[마한 성곽론 점검] (1) 같은 듯 다른 두 가지 증언 (1) | 2024.10.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