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들어 좋아라 해서 하는 말들이겠지만, 애들 오니 얼굴이 좋아졌네 하겠지만
피곤에 찌들기는 마찬가지인 얼굴이 뭐 더 좋아지기는 했겠느냐마는
애들 오니 무진장 좋기는 하다.
말이 두달 열흘 남짓 혼자 여행이니 그 고독감 어땠겠는가?
그런 마당에 애들이 오니 진짜로 기분이 째지는 것은 맞다.
꼭 가족이어서 더 그러겠냐마는, 중늙은이가 청승 맞게 두 달을 갖은 고독 씹으며 돌아다니면서도 짐짓 다 이렇게 좋은 데 잘 다닌다 하고 짐짓 그랬지만,
그러다가 애들이 나타나니 적어도 속으로는 화색이 돌기 시작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오늘은 애들을 어디로 안내하며 또 아침엔? 점심엔? 저녁엔? 뭘 먹이지 하는 이 고민이 좋은 것만은 사실이다.
이제 이곳 시각 아침 7시를 향해 시침이 그 턱밑까지 추격했으니, 앉힌 밥솥과 된장 잡탕 찌개 언제쯤 불을 지필까 고민하는 지금이 행복하다.
그나저나 저 놈들 새벽 한 시에 배고프다 깨우는 바람에 나는 지금 날밤을 까서 서서히 졸리기 시작한다. 우째? 먹이고 자나?
어제 파르테논 신전 쪽 아크로폴리스 올라 아래쪽을 내려다 보며 저기가 아고라요, 저 아고라 뒤쪽 언덕배기가 헤파이토스 신전이며
저 반대편 앙상한 기둥 우람하게 남은 데가 제우스 신전이요, 저 언덕 뒤쪽 스타디움이 창설 올림픽대회가 열리고 100주년 기념 올림픽이 열린 그 올림픽스타디움이라 하면서 내일은 저길 가 볼 거다 했으니
오늘 가야 할 곳은 자연 정해진 셈이다.
나아가 어제는 피곤에 쩔어 포기한 리카베투스 일몰도 감상해야 한다.
그러고 보면 오늘 일정도 꽉 찬 셈이다.
'이런저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이 준 작은 생각 (6) | 2024.12.24 |
---|---|
애매한 아테네 크리스마스 이브 (5) | 2024.12.24 |
한달 열흘 쏘다닌 그리스 운전, 그 여파 (21) | 2024.12.24 |
폭우에 멈춰버린 아테네 리카베투스 일몰 (28) | 2024.12.23 |
먹여놓고 돌아서면 배고프단 아우성 (28) | 2024.12.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