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 생각하는 순간 아차한다.
아침에 아크로폴리스 아래 아고라로 애들을 안내한단 것이 그만 아크로폴리스로 들어가는 다른 문이었으니
에랏 모르겠다 하고선 다시 올라보자. 아크로폴리스 두 번 본 사람 많지 않다 하고선 다시 올라
저 아래 아고라 보면서 저길 가야하는데 그만 이 애비 이모부가 실수했다 사과하니
들어 좋어라 해서인지 다서 와서 좋대니 일단 마음씨가 고맙다.
다시 아크로폴리서 내려가서 애초 계획한 아고라로 갔으니 거기엔 그리스 고대 신전 중 보존상태가 가장 좋은 곳 중 하나로 꼽히는 헤파이토스 신전이 있는 까닭이라 이곳을 보여줬다.
그 앞에서 일장 훈시를 겸한 세계사 강좌를 간단히 했다.
필리포스랑 알렉산더랑 그리스 멸망이랑 로마제국 간사랑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제국과 사산조 페르시아
동로마 시대 개막과 서로마 멸망, 블라블라 무스타파 케말 파샤에 이르는 서구 역사를 20분 만에 끝내 버렸다.
그리스가 아케메네스를 이겼다고? 웃기는 소리.
결국 그 그리스 동맹은 페르샤 때문에 망했으며
로마제국? 웃기는 소리, 사산조 페르샤에 개박살 나서 샤푸르2세는 포로가 되어 비참하게 죽었단 이야기를 했다.
신이 나서 떠들기는 했지만 애들 배고플 시간이라 중단하고선 좀 먹이고 아테네 국립고고학박물관으로 갔다.
그 사이 좀 우여곡절이 있어 지체하는 바람에 박물관 관람이 일찍 끝나 아쉽지만 애들한테 이 정도면 적당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아가멤논 황금 가면은 보여줘야 했거니와 이런 미케네 시대 황금가면은 제법 많아 어느 것이 아가멤논관인지 알기는 쉽지 않다.
한데 그 많은 황금가면 중 아들놈이 대뜸 이것이 그거라고 집어내니 다시금 내가 어안이 벙벙했다.
나오면서 걱정되어 물었다.
박물관 재미없제?
하니 고2 조카놈이 대뜸 이런다.
아뇨 재미있어요. 쟤네가 기원전 천년 이천년 전에 저러고 살았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우린 뭘 했을까요?
자존심 상해 글쎄다 모르겠다 하고 말았으니
그래도 보람이 있다면 이 짧은 박물관 관람으로도 우리를 상대화하는 눈 하나를 떴다는 사실이 몹시도 흐뭇하다.
이러다가 매년 애들을 끌고 나오는 가족 가이드 되지 않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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