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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폼페이선 우거지상이 마라도나 앞에서는 주님 영접하듯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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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선 마라도나가 예수다.


 
친구들이랑 이야기해 봐도 결론은 같다.

자식들이랑 여행은 생각보다 더 힘들다.

왜?

기호가 안 맞기 때문이다. 

부모가 지향하는 지점, 그리고 애들한테 보여줬으면 하고, 나아가 공유했으면 하는 데랑 
애들이 선호하는 지점은 분명히 다르다. 

그럼에도 상호 교차하는 지점이 있어 그 지점을 찾아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나폴리의 명동거리



심지어 내 친구 아들놈은 아버지랑 유럽 여행 다녀오고서는 다시는 아빠랑은 여행 같이 안 간다 선언했단다. 

내 짧은 경험으로 애들이 환장하는 데는 딱 두 가지라 쇼핑과 먹거리다. 

이건 거의 동물적인 감각, 아니 동물적 감각을 뛰어넘어 먹거리는 어디서 찾았는지,

이 땅을 한 번 밟아보지 않은 놈들이 어찌 그리 맛집과 유명한 음식은 어찌도 그리 잘 찾아내는지 그 동물적 감각은 어디에서 오는지 신통방통할 뿐이다. 

 

마라도나 용품들



따님과 아들놈들도 분명히 다르긴 할 텐데 이 불알족들은 또 스포츠에 환장한다.

각기 혹닉하는 분야는 따로 있으니 대체로 아들놈들은 축구에 환장하니, 이 놈들이 관심 있는 데가 어찌 스페인에서 가우디이겠으며, 피카소이겠는가?

이 놈들은 오직 바르셀로나 FC랑 레알 마드리드만 환장할 뿐이다.

그 용품점도 빠지지 않는다. 

폼페이는 나폴리 광역에 속하지만 나폴리 시내 중심에서는 좀 떨어져 있어 경운기 같고 거지 같은 칙칙폭폭 열차를 타고 다녀와야 한다. 

 

마라도나 유니폼



물론 알기는 했다. 저 놈들이 제아무리 폼페이라한들, 베수비오라한들 딱 5분용이라,

처음에는 와! 하다가 이내 시들시들해져서는 그 넓은 폼페이 유적 도는데, 역시나 주리뼝이 들어 온갖 우거지상 하고선 난리버거지를 친다.

한 시간도 되지 못해 넉아웃,

할 수 없이 근자 개장한 내부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땡기고 해야 했다. 

이런 놈들이 로마 복귀를 위해 나폴리 시내 들어서자마자 시간이 좀 남아 뭘 하고 싶냐 했더니,

마라도나 보러 가자 외친다! 

 

디에고 마라도나



그래 나폴리에서 마라도나는 살아있는 신이다.

두 놈 다 축구에는 환장하고, 그런 세대한테도 지들이 소비한 스타는 아니지만 마라도나는 신적인 존재다. 

그래? 그럼 갈 만한 데 있음 검색해 봐라!

했더니 

곧바로 구글지도 두들기더니

이르기를 열 군데가 넘게 있는데요?

하는 것 아닌가?

 

마라도나 거리



그럼 사진 보고서 젤로 갈 만한 데 골라라 했더니 어딘가를 고르는데,

그래서 쫄래쫄래 그쪽을 찾아가는데, 나는 지쳐서 죽겠는데, 저놈들은 어디에서 그 힘이 왔는지 신이 나서 달려간다.

오로지 마라도나 영접한다는 일념으로.

아니 더 정확히는 마라도나 기념품 산다는 그 일념 하나로 말이다. 

나폴리 입성 전 주구장창 세뇌교육했다.

나폴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데가 아니라 실은 거지 도시다.

중앙역 근처만 도시 뽀대가 나고 나머지는 쪽방촌이다.

우리네 후암동 해방촌 몇 십 배 낙후한 데라 보면 된다.  

김민재가 왜 냅다 1년만 뛰고서는 나폴리를 탈출했는지 아느냐?

저 도시 꼴 보면 나 같아도 도망간다. 그놈도 그랬을 것이다.

지금은 이혼했다는 그 마누라가 나폴리를 못 견뎌했을 것이다.

나폴리는 그런 데다. 

 

온통 마라도나



한데 그 마라도나 기념품 점이랄까? 뭐랄까 하는 구역이 딱 내가 말한 그런 데였다.

좁은 언덕배기, 더럽기 짝이 없는 그 좁아터지면서도 사람은 바글바글한 구심 거리 언덕배기를 올라간 지점 중턱에 위치했다. 

그런 데를 기어이 찾아서는 그곳에 서서는 하는 말이 

와! 마라도나다! 

그 감격해 하는 표정 잊을 수가 없다. 

주님을 영접하는 그 자세다.

다만 가뜩이나 고환율에 막 질러버릴까봐 카드 긁는 일은 끝까지 감시의 눈을 떼지 않았다.

몇 가지 아주 작은 것들로 기념품을 사는데, 그것까지 내가 제어할 수는 없었다. 

 

저 10번을 이은 스타가 리오넬 메시다



살피니 그 쪽방촌과 마라도나가 무슨 인연인지 모르겠지만 온통 마라도나로 특화한 데였다. 

그러고 보니 나도 마라도나나 나폴리 수호신이라는 이야기만 했지,

종전 방문에서는 그럴 만한 데로 증언자가 될 만한 데는 찾은 적이 없으니 잘됐다 싶기도 하다. 

아무튼 젊은애들이랑 나 같은 뇐네는 기호가 맞지 않으니 좋은 부모랑 결국 돈 많이 벌어 저런 데 여행 보내 주는 일 아니겠는가?

물론 지들이 벌어서 가면 더 좋겠지만 그놈들도 닳고 닳아서 그런 데 지돈 쓰지 않는다. 

하긴 내 친구 수호도 아들놈이랑 스페인인가를 돈 모양인데 박물관 미술관 유적 성당은 절대 안 된다 했다나 어쨌다나.

오직 바르셀로나 경기장 가서는 광분 감격해 하시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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