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부터 연암집 완독에 들어갔다.
끝을 볼란지는 모르겠다.
아마 어중간에 엎어버리지 않을까 싶다.
사진속 제1권과 더불어 전2권이 완결판이다.
분량이 만만찮다.
민족문화추진회에서 신호열 김명호 옮김으로 출간했다.
옛날 풍모가 완연한 판형이다.
이미 이 당시 신호열 선생은 불귀의 객이 되고 그 문하생 김명호 선생이 선생과 같이 작업한 원고들을 정리했거니와
김명호 선생이야 연암 전문가로 두 마디가 필요없는 발군의 연구자라
이걸 내고서 불미한 데가 많다해서인지 아마 다른 상업출판사서 쏵 개비한 판본을 냈을 것이다.
그 판본 역시 나는 보유 중이나 서재 어디 있는지 찾기가 곤란해 이 구판으로 접근 중이다.
오역 또한 신판에서는 많이 바로잡았다 했다 기억하는데 신판이건 구판이건 일단 독파가 중요하다.
이전에 여러 번 완독을 시도했다 번번이 포기하고 말았으니
이 연암집 수록 박지원 글은 편차가 아주 심해서
공문서 혹은 그에 버금하는 서간문이 주류라
연암은 여항인 전기 기술에서는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특장을 발휘하거니와
이런 글들은 역시 연암이라는 찬탄을 자아낸다.
문집은 철저히 이데올로기 지향이라 저 이데올로기서 벗어난 문장들은 문인이나 후학 후손들이 편집하는 과정에서 모조리 빼버린다.
그래서 남은 것들이 오직 멋대가리 없는 공문서류밖에 없으니 연암집이라 해서 한 치 예외는 없다.
거의 모든 글이 안의현감 면천현감할 때 쓴 공문서와 관련 서간문들이라 현미밥 씹는 기분이다.
연암 글? 뭐 술술 읽힐 듯하지만 몹시도 읽어내리기가 버겁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그것이 처한 위치에 따라 이율배반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거니와
어떤 데서는 과부 재가를 허용해야 한다 열변을 토하나 한 장만 넘기는 전연 엉뚱한 주장을 일삼으니
열녀 찬양할 때는 수절을 칭송하다 또 함양박씨 이야기를 할 때는 딴사람으로 돌변한다.
몹시도 괴롭지만 제1권 중반을 넘어섰으니 주말쯤이면 1권을 끝낼 성 싶다.
***
한데 이게 뭐냐?
이미 옛날에 완독했더라.
곳곳에 내가 한 메모가 발견된다.
한데 왜 기억에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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