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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처럼 포근한 날 아지매 셋이서 팥을 고르고 검은콩을 손질하며 무슨 가루를 갈무리한다.
가루는 언뜻 실체가 들어오지 아니해서 물으니 도토리란다.
대뜸 보더니만 머리가 우째 그리 허얘여 하기에
나도 벌써 쉰넷이라오. 옛날 같음 뒷짐 지고 다닐 때요 했더니
그래 말이라. 우리 늙어가는 생각만 했네. 옛날 꼬맹이 때 생각만 했어
하고 같이 껄껄 웃고 만다.
시리도록 푸른하늘로 반홍시 전홍시 알알이 박혔으니 이젠 딸 사람도 없으니
요샌 까치들도 먹을 게 지천이라선가 홍시는 쳐다도 안본다.
이런 가을날 들녘은 아지랑이가 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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