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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가짜 거북선총통 사건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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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황자총통 사건을 보도한 1996년 6월20일자 조선일보 스크랩



***

작년 오늘인 2017년 9월 21일 내 페이스북 포스팅을 손질해서 전재한다. 

이 사건이 터진 때가 1996년 6월이니, 이 무렵 나는 체육부  근무 중이었다.

천하대사건이라 해도 내 분야 일이 아니면 소 닭쳐다보듯 하니, 그리하여 이 사건 역시 당시의 나한테는 특별한 일로 나한테 각인하지 않는다.

나와 동시대에 일어난 일이지만, 그것과는 직접 연이 없는 이런 일에 매사 다 알아야 하는 사관입네 하는 오지랍대마왕주의를 발동하곤 하는 나로서는

한국문화재사에서는 그리 큰 사건이라는 이 가짜총통사건을 다루기가 무척이나 곤혹스럽다. 

정기영 국장을 만나기로 하고, 문화재관리국 재직 시절을 증언하는 사진 자료 몇 점을 부탁했더니 느닷없이 이 스크랩을 들고 나타났다.

이 황자총통 조작 사건은 단군 이래 희대의 문화재 사기극이다.

이때 그는 문화재관리국장이었다.

발굴에서 국보 지정은 정재훈 국장 재직 시절이었고, 그것이 사기극이 밝혀진 때가 그의 재직 시절이다. 

정기영 국장에 의하면, 이 사건이 이상했던 점 중 하나는 발굴과 더불어 국보지정까지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는 사실이다.

사건 전개를 둘러싼 본기를 작성해야겠지만 발견에서 국보까지 한달이 안걸렸다고 안다.

도대체 이런 일이 어찌 가능했을까.

이 가짜 총통을 국보 지정하는 문화재위가 열린 바로 그날, 이 가짜 총통은 청와대로 가서 대통령을 알현했다.

대통령을 만난 총통은 곧바로 문화재위 회의실로 실려왔다. 

진짜냐? 

믿을 만 하냐?

는 간단한 구두시험을 거치고는 곧바로 문화재위 만장일치로 총통은 국보로 지정되었다.

당시 문화재위원장이 임창순. 이 사건 책임을 지고 나중에 임창순이 물러났지만 다른 어느 문화재위원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왜?

문화재위는 집합명사이므로 개인이 책임을 지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정기국 전 문화재관리국장



문화재위는 일괄사퇴해야 했고 나아가 이를 거울 삼아 모든 회의는 속기록을 남기고 녹취를 해야 했지만 그 어떤 놈도 이리할 마음이 없었다.

그리하면 누구도 소신 발언을 하지 못한다는 미명 아래 밀실 문화재 행정이 현재까지도 계속하는 중이다.

참고로 나 역시 현직 (무형)문화재위원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이 황자총통 사건을 계기로, 제도 개선을 한다며,

첫째 문화재 지정 예고제가 도입되고, 둘째 국보 지정을 전담하는 국보분과가 문화재위에 생겼다.

이 중에서도 지정예고제는 지정을 둘러싼 논란을 차단 혹은 거르는 효과를 낳았으니 썩 의미 있는 문화재 행정 진전이라 할 만하다.

반면 국보 분과는 그때나 없어질 무렵이나 내내 할 일이 없어 문화재계 원로들 사랑방 기로소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다 일이 없다 해서 유홍준 청장 시절에 영영 자취를 감추고 만다. 

사기 사건이 터지자 국장에서 밀려나 박물관 사무국장으로 좌천된 상태로 실의의 나날을 보내던 정재훈은 그나마 그 자리도 지키지 못하고 결국 사표를 내는 일로 마무리되었다.

이리하여 박정희 시대 문화재계를 군림한 거목이 쓸쓸히, 그것도 비참히 퇴장했다.

단국대 상과 출신으로 삼십대 새파란 사무관 정재훈은 경주관광개발계획으로 화려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등장했으나,

그 퇴장은 서글프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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