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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고고학과 언론, 특히 곡해하며 소비하는 엠바고에 대하여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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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제목이라 해서 거창하게 보이겠지만 이 얘기만은 반드시 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이 관계 잘 아다시피 복잡미묘하다.

나 개인으로 말하자면, 이때문에 인간관계까지 틀어진 일 여러 건이며, 개중 어떤 것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에서 고고학 관련 업무 중에서도 발굴건만 국한해서 얘기하고자 한다.

첫째, 문화재청이건 사업자건, 혹은 발굴조사단이건 기본적으로 비밀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 속성에 따라 그 발굴소식을 감추거나, 발표를 미뤄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거 잘 알지만, 그 소식 아무리 덮어봐야 눈가리고 아옹이다. 내가 모르는 발굴소식 없다. 감추려 하지 마라. 




이 정보 캐내는 방식 간단하다. 적을 치는 것이다. 그 발굴과 전연 무관계한 사람 혹은 기관을 들이치거나, 혹은 그 기관 혹은 그 기관 종사자랑 사이가 좋지 않은 데 치면, 거의 모든 정보 흘러나온다.

둘째, 이건 내 경험이거니와, 저쪽에서 공개(물론 공개는 보도를 말한다)를 미루는 일이 많거니와, 여러 사정이 있다는 거 물론 안다. 뭐 이건 사업자가 LH라서, 이건 국가사업이라서, 이건 소규모 주택발굴이라서 하는 각종 이유를 단다.

나아가 그 이유 중 의외로 큰 것이 문화재청이니, 문화재청에 아직 보고를 안해서, 보고할 때까지만 참아달라 하는 일이 엄청 많다.

결론은 뭐냐?

내 경험상 즉각 보도가 최선이다. 내 경험상 100건 중 99건이 그네들 의견 들어준다 해서 제대로 해결되는 꼴을 못봤다.

이때문에 언론 혹은 기자가 욕 많이 먹는다는 거 잘 안다.

하지만, 이건 언론 혹은 기자 중심주의 여부를 떠나, 발굴소식은 즉각즉각 보도되고 공개되어야 한다. 그건 국민에 대한 의무다.

왜인가?

문화재는 공공재인 까닭이다.

이것저것 들어준다 해서 들어줘 본 적 한두 번이 아닌데, 그때마다 그 일 혹은 사안이 제대로 해결되는 꼴을 내가 본 적이 없다.

이 과정에서 조사단이 일방적으로 얻어터진다는 볼멘소리 많다는 거 잘 안다. 하지만 이 역시 내 경험칙상, 그네들 요구를 들어준다 해서 결과가 잘되는 꼴을 내가 본 적이 없다.

근자에 이런 일이 서너건 있고, 나를 향한 볼멘소리가 있어 내가 다시금 적기한다.

그런 배려, 적어도 연합뉴스에서는 없다.

걸리면 걸리는대로 쓸 것이다.

(2018. 5. 12)


***

말만 저랬지 또 이런저런 부탁하며 살려달라는데 나라고 용빼는 재주 있겠나.

언제나 어렵다.

참 저 글은 내가 문화부장 시절이라 해당 기자 혹은 나한테 저런 부탁이 더러 들어오는 일이 있었고 개중 어떤 건은 짜증이 나는 일이 있어 썼다.

이참에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점이 있다. 이른바 엠바고다.

이 embargo라는 속성을 의외로 오해하는 일이 많은데, 엠바고는 간단히 말해 보도통제라, 그 어떤 이유로 관련 보도를 어느 일정 시점까지 통제하는 일이다. 

엠바고는 그런 정보를 쥔 쪽과 이 정보를 아는 쪽, 혹은 보도해야 하는 언론이 합의할 때 비로소 성립한다. 

흔히 공익 혹은 국익을 앞세워서 성립하는 일이 많다. 엠바고는 그 자체 엄격히 통제되어야 한다. 그 남발은 곧 언론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위협인 까닭이다. 

그렇다면 곡해하며 통용하는 엠바고란 무엇인가?

그 정보가 정보를 쥔 쪽에서 독점한 상태에서, 특정한 언론 혹은 기자가 그 정보를 캐어냈을 때, 해당 언론 혹은 기자가 들이치면, 거의가 예외없이 정보를 쥔 쪽에서는 참아달라 부탁하고 애걸하며 때로는 협박한다. 

이런 상태에서의 부탁 애걸 혹은 협박을 엠바고라고 간주하는 사람이 의외로 부기지다. 이건 엠바고가 아니다. 엠바고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상호합의로 성립한다. 

시덥잖게 지금 그 사안이 보도되면 우리가 곤란해진다거나, 이 건은 우리가 문화재청에 보고를 안해서, 그렇게 되면 사업시행자랑 관계가 곤란해져서 라는 따위의 이유를 달아 보도를 참아달라거나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 애걸 협박이 엠바고일 수는 없다. 

이것이 저 앞에서 5년 전에 내가 말한 줄기다.

그래 이런저런 이유 들어보니 그럴 듯도 하고, 기자도 인간이라 그럴 수도 있다 해서 들어줘봤지만, 그런 사안이 제대로 그네들이 원한 대로 굴러간 꼴을 못봤다는 뜻이다.

이거 보도되면 우리가 사업시행자한테서 발굴비를 못 받아요? 보도가 없었더래면 순조롭게 풀렸을 텐데?

웃기는 소리다. 해당 발굴건이 꼬인 것은 보도 때문이 아니다. 그 보도가 있건 없건, 꼬일 수밖에 없던 구조였고, 그것이 실제로 그리 되었을 적에 애꿎은 언론 탓을 할 뿐이다. 

혹 언론보도가 없었더래면 잘 풀렸을 것이라는 말은 법을 뛰어넘는 야합에서만 통용한다.

그래서 언론은 이 야합을 막기 위해서라도 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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