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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오늘 페이스북에 이 런말을 썼네.
[교감의 범위]
옛날옛날 고전자료 정보화사업 초기에 많은 사람이 ‘한자는 대표자로 입력해야 한다.’고 하도 우기는 바람에, 상당히 많은 글자가 ‘그 대표자라는 것’으로 고쳐 입력되었다.
이건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예를 들어,
<<서하집>>에 나오는 한시 구절 중,
“不覺天西殘月落, 終宵空伴草虫吟”
이 있는데, ‘虫’을 ‘蟲’으로 고쳐놓았고,
<<목은집>>에, <책충음(責虫吟)>이라는 한시가 있는데, 이걸 교감하여 <책충음(責蟲吟)>이라고 고치고,
시 내용에서도 ‘有虫有虫小如蠶’을 ‘有蟲有蟲小如蠶’으로 고쳐 놓았다.
이러한 것이 대단히 많다.
시를 지은이가 아무 생각 없이 쓴 글자라면, 고쳐도 무방하겠으나,
지은이가 생각을 갖고 쓴 글이라면, 글자를 고치면 안 된다.
초충(草虫)은 ‘풀벌레 한 마리’라는 느낌이 들고, 초충(草蟲)은 ‘풀벌레 여러 마리’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시에서는 한 마리냐 여러 마리냐에 따라 독자가 상상하는 울음소리가 서로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글자를 함부로 고치면 안 된다.
***
이상 한국고전번역원 박헌순 선생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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