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조(瞿同祖), 중국법률과중국사회[中國法律與中國社會]
번역 : 이태희
제1장 2절 부권27
법률은 가장과 족장에게 가족의 주재권을 승인하고 법률상 일종의 권력을 부여하는 한편 해당 집단 내 구성원들이 법적 책임과 국가적 책무를 다하게끔 하는 역할을 기대했다. 그리고 그 역할은 국가에 대한 의무이기도 했다.
기원전 2세기 중국법률은 가장에게 책임을 요구했다. 당시 점조율占租律은 가장을 대상으로 했고 점조가 부실하면 죄를 물었다. 예로부터 호구戶口의 탈루는 가장의 책임이었다. 당・송률에서 호적에 누락된 자가 있으면 가장은 도3년에 처하고 누락된 자가 과역 대상이 아닌 경우에는 2등을 감했다. 명・청률에서는 한 호 전체가 호적에 등재되지 않은 경우, 부역대상자가 있는 가정의 가장은 장100대, 부역 대상자가 없는 경우에는 장80대에 처했다. 타인을 숨겨주고 보고하지 않거나 멋대로 호에 들여 호적에 등재도 자는 같은 죄로 처벌하였다. 진대(晉代)에는 집안 전체가 도망가면 가장을 참형(斬刑)에 처했다. 호적이나 조세 등의 임무은 본디 가장의 직무였기에 책임도 뒤따랐다.
더러는 개인의 책임임에도 불구하고 가장과 족장은 가족 구성원을 통솔할뿐더러 살폈어야 했기 때문에 가장에게 책임을 물었다. 오히려 과실을 저지른 사람은 법적 책임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면 명청대 복사위식(服舍違式: 복식과 주택 관련 금지 규정)은 가장도 청률(淸律)은 족장이 관인인 경우 벌봉(罰俸) 3개월로 처벌하였다. 상중에 재초를 올리며(修齋設醮) 남녀가 서로 뒤섞여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은 경우도 가장을 치죄하여 장80대에 처했다.
가법과 국법, 가족질서와 사회질서의 관계를 보면 가족은 정치, 법률의 기본 단위이며 정치・법률 조직도 이런 기본 단위가 모여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족본위 정치・법률 이론의 기초이자 ‘제가치국(齊家治國)’의 바탕에는 모든 가족이 스스로 질서를 유지하고 국가에 대한 책임을 다할 때 사회 질서가 유지될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있다.(제1장 2절 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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