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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

권진규, 부처를 깎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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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상'은 몸뚱이는 고려 철불이되 머리통은 금동미륵반가상의 그것이다. 이를 두고 작가 권진규(1922-1973)가 불교미술을 잘 몰랐다는 둥 그런 얘기를 하는 이도 있다고 들었다.

글쎄, 대 조각가 권진규뿐만 아니라 근대 일본 미술학교의 교습과정을 무시하는 발언 아닐까 한다. 권진규가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저렇게 조각을 할 분인가?

돌아가신 분은 말이 없으니 본래의 의도는 알 길이 없지만, 추측은 해볼 수 있겠다.




석가모니가 설산에서 수행할 때, 파순이라는 마왕이 온갖 방해를 일삼았다(아마 옆에서 파를 썰기도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 파순이의 항복을 받는 장면에서, 석가모니가 오른손 검지로 땅을 가리키자 땅의 신이 나타나 그것을 증명했다 한다.

다시 말해 석가모니가 성취한 정각正覺을 땅의 신이 증명하였음을 저 항마촉지인이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할 때 권진규의 이 불상은 청년 보살 석가모니가 마침내 부처가 되는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이 불상의 어딘가 어색한 모습은 권진규의 불교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가 불교사상을 상당히 잘 알고 있었음을 반증하는 사례일 것이다. (2021.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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