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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보통 세끼를 먹는다. 내가 무수한 기록을 보았지만 하루 세 끼 먹는다는 흔적을 본 기억이 없다.
왜 기록에 없는가? 일상적인 일일수록 기록에 남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특히 사서로 분류되는 기록에 강해 그 어떤 정사에도 하루 세 끼 운운한 흔적을 내가 본 적은 없다. 우리가 보는 모든 기록은 모조리 엽기요 특이다. 엽기와 이채로 그 사회를 설명할 수는 없다. 이는 고고학도 마찬가지다.
그 어떤 고고학적 증거도 그 사회의 지극한 단편에 지나지 않는다. 그 시대 금지사항을 알면 그 시대 유행을 알 수 있다.
한데 역사학도 고고학도 가릴 것 없이 그 엽기로 그 시대의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한다. 나 역시 그에서 자유롭다 할 수 없다.
나는 어떤 기록을 보고 그것이 역사의 사실인가를 따지는 것이 역사학의 본령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지가 보지 않은 것을 어찌 안단 말인가?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은 그 엽기를 남긴 사람들의 의도다. 왜 이 기록을 남겼지가 더 중요하지 이것이 사실인가? 이건 가장 저급한 수준의 역사학이라 본다.
(2016.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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