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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기린 vs. 다리미, 시대가 초래한 변화와 착란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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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오래된 실화다.

아마 천마총 출토 천마도와 관련한 논쟁으로 기억하는데, 그 천마도 장니 소재 그림이 말이 아니라 기린이라는 문제 제기가 미술사 쪽에서 있었거니와,

그러한 논쟁 와중에 그것이 기린이 아니며 말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어떤 분이 계셨는데, 한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저야 각기 논거가 있고, 그런대로 각기 설득력을 구비했거니와, 한데 이 논쟁에서 그가 말하는 기린이 아니라는 논거가 처음부터 아주 이상했으니, 그 이유는 이내 드러났다. 
 

 
그는 이 논쟁에서 시종일관 저런 기린을 생각했다고 하는데, 그걸 알고서는 얼마나 허탈했던지.

물론 그는 이른바 천마총 백마도가 기린이 아니며 말이라는 쪽에 서기는 했지만, 도대체 어찌 저런 일이 벌어질까 지금 생각해도 의아하기 짝이 없다. 

저 실재하는 동물이 어찌하여 하고많은 번역어 중에서도 기린麒麟이 선택되었는지는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동아시아에 없는 저와 같은 동물이 소개될 적에 그 번역어가 정착함으로써 빚어지는 착종 혹은 혼란은 또 다른 풍성한 이야기를 제공한다. 

이 점에서 내가 언제나 궁금해 하는 번역어가 龍이라,

어차피 상상이라는 영역을 벗어날 수 없는 이 말은 불교가 대표하는 천축문화와 접하면서 그에서 비롯하는 naga에 대한 대응어로 발명되어 새로운 龍 문화를 개척하거니와,

그것이 다시 근세가 되어 예수쟁이들이 박래舶來한 dragon과 결합하면서 느닷없이 아가리에서 불을 뿜는 존재라는 외피 하나를 더 걸치게 되었으니 이런 착종들이 얼마나 재미 있는가?

하긴 뭐 이런 재미도 못 느끼는 자들이 국제교류 문화접촉 운운하고 자빠졌으니 이게 더 웃기기는 한다. 

각설하고 다리미 이야기로 넘어간다. 

나는 이 다리미가 지닌 상징의 하나로서 북두칠성을 매양 지적하거니와, 어제그제도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 경우 내가 말하는 다리미라면 언제나 아래와 같은 것들이라



한데 간밤에 가만 생각하니 어느 누가 저런 다리미를 생각할까 하는 의문이 뻗쳐 일어났으니

저런 다리미는 박물관 같은 데서나, 혹은 고고학 발굴을 통해 만나는 것들이고

요즘 세대에 저것이 다리미라면 누가 믿겠는가?




모조리 이와 같은 전기다리미를 생각하지 않겠으며 저런 다리미에 익숙한 세대에 다리미가 북두칠성이다고 던지는 일은 무모하기 짝이 없다.

저런 전기다리미 어디에서 북두칠성을 찾겠는가 말이다.

 

 

저 전기 다리미는 직전 통용한 이런 불다리미가 진화한 것이어니와

전근대와 근대를 착종한 나야 저 앞 길쭉이 자루 다리미와 저 짜리몽땅 불가마 다리미를 모두 경험하는 행운을 누리기는 했지마는 그런 공통하는 경험을 요즘 세대에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나 역시 말로는 고고학은 지금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틈나는대로 씨부렁거렸지

저 다리미 이야기를 하면서 now and here를 망각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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