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조금은 달라지는 게 아닌가 싶은데,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런 성향이 두드러진 것이 아닌가 하는데,
첫째 한반도가 작금의 남북으로 두 정치체로 갈라진 현상을 두고 왜 그것을 분단으로 보는가?
둘째 그것을 반드시 합쳐야 하는가?
이 두 가지에 대한 근간에서의 의문이 종래보다는 더 강해진 것이 아닌가 한다.
저 말은 뭐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 본래 하나였던 것이 어떤 외부의 힘에 의해 강제로 분리되었다는 사실을 전제하거니와, 그래서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욕망 혹은 당위의 근거가 된다.
이를 간단히 통일운동이라고도 할 만한데, 강제로 분단되었다는 것이 합쳐야 한다는 전제가 되는가? 그런 당위는 윽박이 아닌가? 이런 점들을 이제는 물어야 한다고 본다.
나는 저 통일운동을 볼 때마다 한국역사학이 주입한 중앙집권에의 열망이라는 주술을 본다.
왜 하나로 합쳐야 할까?
내 성향을 말하건대 나는 근간에서 반중앙집권주의자라, 대한민국도 너무 넓어 더 잘게 짜개져야 한다고 보는 사람이다.
물론 저 소위 강제분단에서 비롯되어 초래한 무수한 비극이야 새삼 말해서 무엇하랴?
그렇다 해서 그런 비극들이 다시 강제로 합쳐져야 하는 당위가 되는가는 다른 문제라고 본다.
더 간단히 묻는다. 왜 하나가 되어야 하는가?
더 부강한 나라가 되기 위해?
그래 합쳐져서 그렇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며, 실제 기업 같은 데서 흡수합병이 빈발하고 그래서 그런 인수흡수합병을 통해 더 큰 기업으로 발전하기도 하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인수흡수합병이 모름지기 더 큰 나라, 더 부강한 나라를 보장하는가?
이미 남북 분단은 70년을 넘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한 세기다.
통일운동이 의미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왜 같은 민족이라 해서 합쳐야 하는가? 나는 근간에서 이 의문을 표시한다.
이산가족을 위해? 이건 다른 문제라 본다. 그것이 왜 모름지기 통일을 통해서야만 하는가?
강제로 분리되어서? 그럴까? 강제로 분리되었을까?
그런 물음에서 식자들은 외압을 하나같이 거론하거니와 우리는 원하지 않았는데 미국이니 소련이니 하는 지들 입맛에 따라 그리 되었다고 본다.
또 그런 강렬한 통합에의 열망이 무엇을 기준으로 하느냐도 문제인데, 간단히 말해 조선시대, 더 정확히는 대한제국 말기 영토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라, 하지만 더욱 엄격히는 그 직전 식민지시대 조선 땅을 말하는 것이다.
왜 하나여야 하는가?
둘일 수는 없는가?
셋일 수는 없는가?
넷일 수는 없는가?
왜 모름지기 하나로 쑤셔박아 섞어찌게를 만들어야 하는가?
그 언설 뒤에는 이기백 이래 한국역사학의 고질이 고질로 작동한다고 나는 본다.
저네는 언제나 강력한 중앙집권을 바람직한 국가상으로 그려냈다.
그리하여 중앙정부가 지방관을 직접 파견해 신민을 속속들이 통치하는 그것을 강력한 중앙집권제의 실현이라고 보았고
그것을 고대국가의 완성이라 보았으며, 자고로 국가란 이러해야 한다는 사관을 주입했으니, 저네야말로 실은 제국주의 역사학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민족에 기반한 이 중앙집권 논리는 깨부셔야 한다.
하나여야 한다는 그 믿음,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그 집단주의의 광기를 청산할 때다.
대한민국은 더 잘게 짜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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