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제 정년을 향해 달리니, 기자로서도, 그리고 역사학도로서도 한국사회에서 나는 늙은 말 축에 속한다.
하도 사료史料 기록과 싸우다 보니, 내 결론은 딱 하나다.
모든 사료는 거짓말이라는 거다.
모든 기록 모든 사료가 거짓말이 되면, 내 과업은 딱 하나다.
누가 왜 이런 거짓말을 했을까?
초창기엔 달랐을지 모르나, 어느 지점을 지나면서 기자로서도, 역사학도로서도 나는 그 어떤 사료 어떤 기록도 남긴 자의 이데올로기를 분석하는 데 집중했다.
이것이 또 다른 독선을 부를 우려가 있기는 하다. 다만, 내 경험상 보니, 그에 따른 판단이 100개 중 99개는 틀린 적 없다.
이번 선거기간 중 어느 순간에 생태탕이 터졌다.
전후맥락 딱 갖다대니, 얼토당토 않은 주장임을 확정하는 데는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새삼 의아한 대목은 딱 보면 얼토당토 않은 주장임이 한밤중 장작불 보듯 분명함에도 이를 팩트라고 믿는 자가 그리 많다는 사실이었다.
사료를, 기록을 읽을 줄 알면 그 판단이 100개 중 99개는 틀리지 않는다.
늙은 말이 꼴 냄새는 잘 맡는 법이다. (2021. 4. 8)
***
저에서 말한 생태탕 사건이란 2021년 서울시장 선거(아마 박원순이 휙가고 실시된 재보선인가 싶다) 와중에 김어준이 뉴스공장을 통해 그해 4월 2일 내보낸 서울 강남 내곡동 생태탕집 주인 아들 황모 씨 인터뷰 건을 말한다.
오세훈이 앞서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적에 내곡동 토지를 셀프 보상했다나 안했다나 하는 논란이 불거진 것으로, 이 와중에 오세훈이 직접 문제의 내곡동에 직접 나타났다는 것 아닌가 하는데, 암튼, 2005년 내곡동에 나타난 오세훈이 그의 생태탕집에도 들렀다 하면서, 그때 그의 모습을 회상하기를
"반듯하게 하얀 면바지에 신발이 캐주얼 로퍼, 상당히 멋진 구두였다"
라 했거니와, 이 인터뷰를 보고는 내가 경악했다. 언론의 탈을 쓴 프라퍼갠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내곡동 사건은 내가 기억에 의존하므로, 일부 착란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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