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을 읽다가>
조선 성종 때 김비의라는 자가 있었다.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나왔다가 류큐로 표류했고, 어찌어찌 조선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가 류큐 일대 섬들을 다니며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들이 <성종실록>에 실려있는데, 그중 포월로마이시마捕月老麻伊是麿라는 섬에서는 "모기 · 파리 · 달팽이가 있었는데, 그 풍속에 달팽이를 삶아서 먹는다고 합니다."라고 하였다.
모기와 파리를 달팽이와 함께 분류하는 것이야 벌레 충蟲 부수이니 당연하다 치고, 달팽이를 삶아먹었다니 이거야말로 에스카르고의 원조인가?
이어 이라부시마伊羅夫是麿와 멱고시마覓高是麿에서도 달팽이를 삶아먹었다고 한다.
혹시 골뱅이를 달팽이로 본 건 아니겠지.....
*** 편집자注 ***
"그 풍속에 달팽이를 삶아서 먹는다고 합니다" 라는 증언이 특필되어 남은 까닭은 이 풍습이 당시 조선사회에서는 이상하게 취급된 까닭이다. 다시 말해 달팽이는 저 표류 사건이 있은 조선전기에는 먹지 않았음을 이 증언을 통해 확인한다.
달팽이 요리를 요즘 한국에서는 꽤 널리 퍼졌으니, 내가 알기로 이 풍습이 아마 현대에 프랑스를 통해 수입되지 아니했나 한다.
나로서는 프랑스 놈들이 달팽이도 요리해서 먹는다는 사실 혹은 추정을 국민학교 시절 우리 학교로 유일하게 배달된 신문 소년한국일보에 연재된 강가딘이라는 만화가 김삼의 만화를 통해서였다. 이 만화를 보니 강가딘이라는 개새끼가 프랑스로 가서 거기서 달팽이 요리를 쳐먹는 게 아닌가?
그때 우리 집만이 아니라 동네 전체가 주린 시절이었지만, 그 대목을 보고서는 기가 찼으니, 세상에 아무리 쳐먹을 게 없어도 그렇지 어찌 달팽이를 쳐먹는단 말인가 했더랬다.
물론 지금의 나는 달팽이 요리를 먹는다.
프랑스 요리 얘기 나온 김에 저 달팽이 요리 습속이 프랑스건 아니건 암튼 서구사회를 통해 한국사회에 침투하고 그것이 이제는 한국에서도 달팽이 요리를 즐기는 시대로 진입했거니와, 우리는 저들의 습속을 받아들여 우리 것도 기꺼이 소화하는데 왜 저놈들은 우리 개고기 요리를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그걸 먹는 한국인을 야만인 취급한단 말인가?
뭐 개가 반려동물이라서? 아니면 그 사육 혹은 때려잡는 과정이 비동물적이라서? 그런 움직임에 앞장 선 이가 브리지트 바르도라는 훌랑훌랑 벗어제끼는 포르노성 프랑스 배우였다.
나는 지금도 도무지 저 논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내가 개고기 적극 찬성론자는 아니지만, 왜 그 습속을 습속으로 이해하지 아니하고 저딴 식으로 반응한단 말인가?
니들이 쳐먹는 달팽이는 그래 자연사한 달팽이만 쳐먹니? 그걸 키우고 삶은 행위는 용납 가능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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