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람에 소나 노새나 양이나 산양이나 돼지나 닭을 비롯해서 인간에게 충실한 개까지 집에서 쫓겨나 제멋대로 거둬들이기는커녕 베지도 않고 버려져 있는 밭을 헤매고 다니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가축들은 마치 다 알고 있기나 하는 것처럼 낮에 배불리 주워 먹고는 밤이 되면 사람이 몰아 가지 않더라도 불룩해진 배로 자기 집을 찾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시골에 관해서는 이 정도로 해두고 다시 도시로 돌아갑니다만) 피렌체의 시내에서는 3월부터 7월까지 사이에 흑사병이 맹위와 건강한 자가 무서움 때문에 할 일을 게을리했거나 혹은 간호가 나빴기 때문에 10만 명 이상의 환자가 죽어 갔다고 말씀드릴 수 있읍니다. 이것을 모두 하늘의 비정에만 돌릴 수가 없다면, 그 죄의 일단은 인간에게 일어나기 전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시내에 살고 있었다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아아﹐ 옛날에는 많은 하인들의 시중을 받으며 귀족과 신사 숙녀들이 살고 있던 그 많은 큰 저택이며 아름다운 집들이 이제 어린 아이에 이르기까지 사람 하나 살지 않게 되어 버렸으니! 아아﹐ 얼마나 많은 유서 깊은 혈통과 막대한 유산과 유명한 재보 등이 이어받을 사람도 없이 헛되이 남게 되었을까요!
또 장차 다름아닌 갈레노스나 히포크라테스나 에스크라피오스가 될 수도 있었을 유능한 사람들과 미녀와 명랑한 젊은이들이 가장 건강의 혜택을 받고 있는 줄 알았는데도 아침에 양친과 자기와 친구와 식사를 함께 했는가 하면 밤에는 벌써 저 세상에서 먼저 죽어 간 사람들과 만찬을 같이하고 있을 줄이야!
그런데 이와 같은 참사 속에 언제까지나 끌려들어가 있다가는 나로서도 점점 더 비참해질 뿐입니다. 그래서 적당히 생략할 수 있는 데는 줄이기로 하고 이제 드디어 본 주제로 들어갈까 생각합니다. 우리 시의 주민들이 거의 없어져 버렸을 무렵(이것은 믿을 만한 사람한테서 들은 이야깁니다만) 저 거룩한 산따마리아 노벨라 성당에 어느 화요일 아침, 명복을 비는 기도가 끝나고 거의 사람의 그림자도 없어졌을 때 이 시기에 알맞게 상복으로 몸을 감싼 일곱 명의 젊은 부인들이 찾아왔습니다.
'역사문화 이모저모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력? 필요없다, 아버지 잘 만나야 한다 (2) | 2020.04.06 |
---|---|
경주 서악고분 만데이서 관음觀音을 공양하며 (0) | 2020.04.06 |
보카치오가 《데카메론》에서 증언하는 흑사병(4) (3) | 2020.03.30 |
한국프로야구, 전두환의 야심한 기획 (1) | 2020.03.28 |
보카치오가 《데카메론》에서 증언하는 흑사병(3) (0) | 2020.03.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