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SSAYS & MISCELLANIES

도심 탐조探鳥가 주는 이점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2. 5. 17.
반응형

어쩌다가 이 길로 빠지게 되었는지는 얘기를 한 듯하니 간단히 재방하면 우리 공장 K컬처기획단이 운영하는 한류 전문 홈페이지 K-odyssey가 마련한 생태 코너 채우기 고육지책이다.

나 역시 이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소명의식 비스무리한 게 없지는 아니해서 나도 몸으로 떼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재 혹은 풍광 사진만 주로 찍던 내가 새 꽁무니 따라 다니기 시작한지 몇달.

birding 이랍시며 나름 이곳저곳을 다니기는 했지만 역부족이라, 열정은 내가 어느 정도 자신은 있지만, 그에 필요불가결한 장비와 인내는 내가 부족하기 짝이 없다.

좋은 장비, 특히 좋은 사진기랑 좋은 렌즈, 특히 망원렌즈가 있어야 하지만 나는 그걸 구비하지 못했으며, 무엇보다 그에 따른 제반 장비를 마련할 생각은 없다.

이러다 조만간 퇴직이니 은퇴해서까지 새꽁무니 좇을 생각은 없다.

날아가는 청계천 왜가리(백로인가?) 좇다가 초점이 엇나갔다. 뒤쪽 둔덕에 초점이 맞는 바람에 새는 흐리멍텅이지만, 글쎄 이것도 그런 대로 미학이 없지는 않다.


렌즈라 해봐야 기껏 450미리가 최대라, 그렇다고 그 옛날 들고 다닌 그 무거운 바디를 다시 들고다닌다는 건 더는 용납 못하겠으니, 얄팍한 재주로 그런대로 bird watching 하기에 제격인 데가 실은 도심 하천이다.

내가 사는 서울 도심엔 명박 아저씨가 살려놓은 청계천이 있고, 그로 흘러드는 작은 시내도 몇 군데 있다.

물론 이런 도심 하천 혹은 시내가 흔히 자연이라 떠올리는 그 광활함이 주는 스케일은 없겠지만, 그런대로 이런 새 저런 새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도심 새는 야생이기는 마찬가지만, 여타 농어촌 지역 같은 상대적 야생성이 강한 지역 그것과 견줄 적에 무척이나 이점이 있으니, 무엇보다 이 놈들은 인간 친화적이라, 웬간해서는 사람한테도 도망도 가지 아니하며, 그러기는커녕 때로는 나 찍어봐라 하는 요량으로 각종 포즈를 잡아주기까지 한다.

백로랑 청둥오리


요런 식으로 말이다.

그런 까닭에 이들의 생태 특징이랄까 하는 것들도 가까이서 관찰할 기회가 많다.


요 왜가리를 한참 동안 관찰한 적이 있다. 마침 물고기를 잡는 장면을 포착했으니, 이 놈들이 물고기를 주로 잡는 지점이 여울목 같은 데더라. 고인 깊은 물속에서 사냥하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다.

대신 물이 졸졸 흐르는 얕은 여울목에서 집중 사냥을 하는데, 물고기는 역류하는 습성이 있어, 그 지점을 물고기가 역류하는 순간을 노려 쪼아대더라.


왜가리를 부위별로 관찰해 봤다. 주둥이가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데 곳곳에 상흔이 보인다. 모가지를 봤다. 저 모가지로 꿀꺽 물고기를 삼키기 때문이다. 깃털을 봤다. 저게 멋있다. 다리를 봤다. 시조새다. 공룡이다.


청계천 하류 쪽으로 가면 가마우지가 있다. 저 가마우지는 생긴 꼬락서니가 참말로 맘에 들지 않는다. 조류계의 조폭이며 마동석이다.

저 놈이 우연히 물고기 사냥하는 모습을 봤다.

비교적 웅덩이에 가까운 수심 있고 물이 고인 물속으로 냅다 날아들더니 물속을 쾌속질주하더라. 그 모습은 흡사 돌고래 같았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 놈은 물고기를 사냥할까?

저 놈이 페라리급으로 물속을 달리니 놀라 물고기가 수면 위로 튀어올랐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아니하고 그 수면으로 날아오른 물고기를 냅다 낚아채더라.


이 놈은 내가 대비가 되지 아니한 상태서 느닷없이 출현하는 바람에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직박구리다.

이 놈이 희한한 게 둔덕에서 한 대 빠는 나를 빤히 꼬나보면서 물속과 저 돌삐를 왔다갔다 하면서 물을 담갔다가 털어내고 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것들이 내가 소소히 맛 보아가는 도심 탐조가 주는 즐거움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