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아시아인 첫 EPL 득점왕 우뚝…토트넘 3년만에 UCL 진출(종합)
안홍석 / 2022-05-23 02:24:15
최종전서 멀티골 폭발…'손흥민 존'에서 23호골 넣어 살라흐와 공동 득점왕
모태 gunner인 나는 21-22시즌 최종전 20개 팀이 동시에 경기를 치르는 간밤 경기 중 노리치-토트넘 전과 아스널-에버턴 전 두 경기를 TV와 컴터로 동시에 켜놓고 시청하다가 토트넘이 두 골인가 세 골인가 몰아넣는 장면을 보고는 신경질 나서 잠이 들고 말았으니, 내가 원한 한 가지는 오직 토트텀의 패배였기 때문이다.
그런 마지막 꿈은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으니, 물론 그런 가운데서도, 그러니깐 토트넘이 강등이 확정된 노리치한테 지면서도 기왕이면 그 덤으로 손흥민은 골을 넣어 이번 시즌 득점왕은 했으면 한다는 그런 바람도 없지는 않았다.
손흥민이 저와 같이 그래 세계 최고 리그 중 하나라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EPL에서 득점왕을 먹었다니, 한국인으로서는 동포 동질의식에 기반한 기쁨이 없지는 않겠지만, 이 프로의 세계에서 그런 동족국가 의식은 아무짝에도 소용없이 오직 나한테는 아스널이 있었을 뿐이며, 그런 아스널을 위해서는 토트넘은 쳐발려야 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손흥민은 골을 넣어서는 아니된다. 이것이 바로 팬심이다.
하지만 새벽에 깨어보니 저와 같이 되었단다. 흥민이가 2골을 몰아넣어 직전까지 한 골 뒤진 채 이집트 왕자 리버풀의 무함마드 살라흐를 마침내 추격해 득점왕까지 공동으로 먹었단다. 살라흐 역시 마지막 경기에서 한 골을 보태 공동득점왕에 올랐단다.
23골 공동득점이라 하지만 순도는 흥민이 쪽이 훨씬 높아, 살라흐는 리버풀 전담 키커라, PK골이 많은 반면 흥민이는 전담 동료키커가 허리 케인이라, 그런 PK 하나 없이 오직 필드골로만 23골을 쓸어담았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하지만 그 대단한 일을 나는 환호갈채할 수는 없다. 그의 성공은 곧 아스널의 비극이기 때문이다. EPL 정규리그 4위까지 주어지는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아스널은 끝내 그것도 같은 북런던 라이벌 토트넘에 밀려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5등으로 그 다음 등급 클럽대항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솔까 북런던 라이벌이라 하지만, 참말로 오랜기간 토트넘은 아스널 적수가 되지 못했으니, 아르센 벵거 시대까지 그랬다가 최근 10년간은 토트넘 우위 시대가 계속한다. 같은 짠돌이 구단이라는 특징이 있지만, 이상하게도 미국인 짠돌이 크란케인지 뭔지 하는 콧시염 영감태기는 주축 스타선수를 팔아제끼며 돈만 버는데 혈안이 되어 아스널을 중상위권 전력으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막대한 오일머니가 EPL로 흘러들어 듣보잡 맨시티가 만수르 손에 넘어가고, 이번 우크라 전쟁 여파에 넘기기는 했지만 러샨 오일머니를 등에 업은 첼시는 세계를 제패했다. 이번 시즌에는 뉴캐슬이 역시 중동 오일머니에 넘어가면서 중간에 전력을 보강했으니, 그렇게 보강한 새로운 뉴캐슬에 37라운드에서 아스널이 나가떨어져서 마침내 토트넘한테 순위 역전당하고 만 일을 상징이라 하겠다.
그래 흥민이 저런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하지만 구너로서 나는 너의 득점왕 등극과 그에 힘입은 토트넘의 챔스 진출을 몹시도 씁쓸하게 바라본다. 건성건성 물개박수는 쳐주마.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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