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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항아리 다음으로, 어쩌면 어슷비슷하게 좋아하는 도자기는 15~16세기 백자사발이다.
워낙 그 모습이 특징적이라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 입구가 헤 바라져있고 아래로 갈수록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모아지는 형태다.
그 모양을 두고 옛날 고미술 상인들은 '데스까보데'라 했다 한다.
일본어로 '철모', 곧 하이바를 닮았단 뜻인데 아닌게 아니라 뒤집어보면 정말 머리에 써도 됨직한 모양이다.
이런 형태의 사발은 그 시절 꽤 유행했던지 크기도 다양하고 인화분청자나 귀얄분청자로도 많이 만들어졌지만, 특히 굽 안에 '천지현황'이 새겨진 설백색 순백자 사발 세트가 유명하다.
이건희 기증전에 그 천지현황 사발 세트 하나가 나온 적이 있는데, 그 맑은 색과 당당한 생김새와 똑 떨어지는 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까지도 조선 초기 철모사발은 다완으로 인기가 높아 수요가 제법 있었다는데 요즘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도자사 책을 보면 이 사발의 굽 모양을 '도립삼각형'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거꾸로 선 삼각형이라니 도대체 무슨 뜻인가 했는데, 아무래도 굽 단면도를 보고 그렇게 이야기하는가보다. 꼭짓점이 아래에 있어서 거꾸로 선 삼각형인지?
여담인데, 이 시기엔 '죽절굽'이란 것도 있다. 굽 모양이 대나무 마디 같다는 뜻인데, 실물을 보면 그 작명 솜씨가 놀랍기도 하지만 그걸 보고 '대나무 마디'를 연상할 사람이 이제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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