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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동춘당은 꿈에서 퇴계를 봤을까?

동춘당(同春堂) 송준길(宋浚吉, 1606~1672) 문집인 《동춘당집(同春堂集)》 제24권이 수록한 동춘당 시(詩) 중에 '기몽(記夢)'이라는 작품 한 편이 있으니, 그에는 "이해에 선생께서 역책(易簀)하셨다"는 부연 설명이 있으니, 이는 아마도 그의 사후 문집 편찬자들이 붙인 대목으로 보인다. 



대전 동춘당.



이에는 본문에 앞서 동춘당 자신이 붙은 다음과 같은 서문이 있다.


"임자년 1월 11일 밤 꿈에 퇴계 선생을 모시고 함께 자면서 간절한 가르침을 받았는데, 꿈에서 깬 뒤에도 남은 향기가 몸에 가득하므로 느낌이 있어 이 시를 짓는다."


그 본문은 다음과 같다.


평생 동안 퇴도 선생 흠앙했더니 / 平生欽仰退陶翁

사후에도 정신이 감통하였네 / 沒世精神尙感通

오늘 밤 꿈속에서 가르침 받았는데 / 此夜夢中承誨語

깨어 보니 달빛만 창문에 가득하네 / 覺來山月滿窓櫳


임자년은 1672년이다.



동춘당 송준길 글씨.




동춘당은 과연 퇴계 꿈을 꾸었을까?

나는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동춘당은 퇴계를 꿈에 본 적도 없다. 

그럼에도 봤다고 썼다. 

보지 않았음에도 봤다고 쓰야 할 모종의 이유가 있었다고 본다.  


무슨 혐의, 혹은 어떤 비난에서 벗어나고자 저 글을 썼을 것이다. 

예컨대 퇴계를 숭상하는 그룹이 동춘당이 퇴계를 버렸다느니, 배신했다느니 하는 식으로 공격했을 수도 있다. 

그런 때 "나는 퇴계를 버리지 않았다"는 물증을 대야했다. 

예컨대 그 물증으로 들이민 것이 나는 저 퇴계 꿈이라고 본다. 


이 무렵 동춘당은 양쪽에서 협공을 받는 중이었다. 동춘당은 말할 것도 없이 정통 적통 서인이다. 이이와 김장생으로 이어지는 그 계통의 적자다. 그러면서도 그는 퇴계학파 적통인 우복 정경세 사위이기도 했다. 이 양극단을 위험하게 줄다리기했다.


요즘으로 치면 민주당과 자한당 양쪽 다 걸친 셈이랄까? 저 꿈 이야기는 그 와중에 나왔다. 


물론 그 증거는 없다. 동춘당이 그런 혐의 혹은 비난을 벗고자 저런 글을 조작했다는 근거는 없다. 

동춘당이 퇴계를 꿈에서 뵈었다는 근거가 없듯이 말이다.